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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더구나 엄마에게도, 종교가 죽음 뒤에 오는 행복에 대한 희망일 수는 없었다. 영원불멸이라는 것이 천국에서 이루어지든 지상에서 이루어지든, 삶을 사랑하는 자에게 그 영원불멸이 죽음에 대한 위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p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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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슬픔, 노인들이 쫓겨 가는 모습을 생각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도 죽을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엄마에 대해 이런 상투적인 말들을 쓴 적이 있다. 사람들이 일흔이 넘은 자기 부모나 조부모가 숨을 거두었을 때 눈물을 흘리며 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쉰 살이나 된 여자가 자기 어머니가 죽었다고 괴로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나는 그 여자가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햇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할 운명이고, 80세면 죽어도 그다지 억울하지 않을 만한 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사람은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 게 아니었다. 다 살았기 때문에 죽는 게 아니었다. 늙었기 때문에 죽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은 '그 무엇인가'에 의해서 죽을 뿐이다.
엄마도 연세가 있었기에 때문에 죽음의 날이 멀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대한 끔찍한 충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암, 혈전증, 폐렴 따위의 병은 하늘 높이 날아가던 비행기의 엔진이 갑자기 멈춰 추락하는 것만큼이나 예상할 수 없었던 무시무시한 일이다.
엄마는 침대에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 죽어가는 상태에서, 한 순간 한 순간 속에 깃들인 무한한 가치를 확인했고,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냈다. 하지만 엄마의 헛된 집념과 마음을 달래주는 일상의 휘장은 찢겨지고 말았다.
자연사란 없다. 인간에게 닥쳐오는 어떤 일도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세상에 그들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개인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돌발 사건이다. 죽음은, 그가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무엇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 pp2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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