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64 캄보디아 안나스쿨 학생들과의 만남 얼마 전 동물병원 운영하는 동기로부터 연락이 왔다.내가 쉬는 걸 알고 잠깐 도와줄 수 있냐며... 프란체스카가 캄보디아 안나스쿨 학생과 교사 18명을 인솔해서 한국 견학을 15일간 진행하는데, 그 프로그램 중에자기 동물병원 견학도 있다면서... 대식구라 식당과 병원 오가는 게 불편해서 병원에서가든파티처럼 저녁식사 하기로 했다고... 음식은 다 주문하면 되니 연락이랑 상차림 좀 도와달라고.. 한국 견학 일정표를 보니 충격, 이박씩 전국 순례... 제주도까지...프란체스카에게 톡을 보냈다. "이 일정 누가 짰노?""내가 ㅋㅋㅋ""충격적인 일정임 ㅋㅋ""다들 그카더라, 무식이 용감이다 ㅋㅋ""거의 군대 강행군인데 ㅋㅋ"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많이 보여주고 싶고시간은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그런 일정이.. 2024. 10. 15. 한강 작가 노벨상, 마땅히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 어젯밤 친구가 톡을 보내왔다.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아~~ 평소 한류에 상당히 시니컬한 나도(아이돌 양성 과정이 무슨 예술이냐고)정말 깜짝 놀라고 가슴이 벅찼다.이건 정말이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야…한국 근대사의 깊은 어둠 속,정치와 어긋난 욕망이 겹겹이 엉켜사회가 길을 잃고 혼탁할 때도한국문학은 언제나 살아있었다.언제나 시대를 정직하게 응시하고세파에 휩쓸려가지 않고어둠 속에서 올빼미눈으로 어둠을 갈라온수많은 작가들이 있었다.왜 한강이냐고?한국문학이 번역의 장벽 땜에 제대로조명받지 않은 탓도 있지만노벨상 선정위원회의 수상 이유가 핵심을 말해준다.“실험적인 문체, 시적 산문”가끔 이게 시인가, 소설인가 싶을 만큼섬세하고 은유가 풍부한 문장,과거와 현재, 산 자와 죽은 자를 넘다드는예상을 뛰어넘는 .. 2024. 10. 11. 희망의 싹, 아프리카 비닐하우스 D가 우간다로 간 지 일 년이 넘었지만 사실 D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요번 방문 때 D가 관리하는 현장 중 한 곳에 들렀다. 우간다는 아직 종자가 확보되지 못했다 한다. 예칸대 우린 작물 중 우수한 종자가 확보되어 그걸 심어 재배하지만 우간다는 걍 대대로 써온 걸 그냥 심을 뿐 작물마다 우수한 종자가 선별되지 못했다고. 그래서 가장 많이 먹는 대표 작물 6개를 정해서 그 작물에 대해 가장 생산성이 높고 우수한 종자를 확보하는 뭐 그런 거라 한다. 즉 가장 우수한 씨앗을 확보해서 보급하는 게 우리 정부가 원조하는 프로젝트다. 국민의 70퍼센트가 농업에 종사하고 인구기 점점 늘어나는 우간다에서 생산성 높은 종자를 확보하는 건 우간다 농업의 미래 자체이기도 했다. 비닐하우스의 푸른 새싹이 .. 2024. 10. 10. 망고나무 주렁주렁 매달린 풍성한 바나나 줄기와 함께 내게 아프리카의 빈곤과 비참을 잊게 하는 게 있다. 바로 나무와 숲이다. 우간다도 경작지 확보를 위해 숲은 계속 잘려나가고 있지만 대부분 도시가 해발 천미터 고지대에 위치해 어느 길모퉁이에서건 고목을 발견한다. 열대우림의 위엄에 걸맞게 나무가 빨리 자라기 때문에 까마득하게 올려다보는 키 큰 나무들이 많다. 첫 번째 사진은 망고나무. 파울로 프레이리가 왜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란 책을 썼는지 알겠다. 드넓은 그늘을 가진 나무. 두 번째 사진은 나무 이름 모르겠음. 엔테베 식물원이다. 세 번째 사진은 빅토리아 호수. 이곳의 원경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롭다. 근경은, 비포장도로에 먼지 풀풀 나는 정말로 심란한 삶의 풍경이지만.. 푸름에 주목하면, 아프리카의 원초적 .. 2024. 10. 7. 가을 첫 차크닉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하지만요즘 기상이변으로 4월부터 햇살이 따가울 때가 많다.올해 최고의 계절은 지금이다. 시월. 어제 오늘 날씨가 말 그대로 황홀했다.피부에 착 감기는, 아직 따스함을 머금은 시원한 날씨, 하늘은 높고 시야는 선명하고 여름내 자주 내린 비로 어디든 숲이 무성하고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동네 산들이 열대우림처럼 깊어졌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드라이브 한 번 해야지 했는데 시차 적응으로 오늘에야 시간을 냈다.출고하고 몇 달간 세워둔 차를 처음 끌고 간 곳은 내관지. 적당한 곳이 있으면 세우고 도시락 먹고 책 좀 읽고 오려 했는데청계사 가는 길에 차도 대신 산책로가 새로 생겼다. 아니, 여기가 지리산이야? 이끼 가득한 산책로 들머리 풍경에 빠져서길이 끝나는 곳까지 걷다 왔다. 왕복 20분 .. 2024. 10. 5. 아프리카, 두 개의 시간이 흐르는 곳 우간다는 르완다 바로 옆나라지만 동네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르완다에 처음 갔을 땐, 저녁마다 아이고 어른이고 물통에 물을 채우러 공동 수돗가에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마주치는 손바닥만한 꽃들이 눈길을 오래 사로잡았다. 고산지대라는 기후조건은 비슷하지만 여기선 꽃을 많이 못 본다.D는 꽃나무를 애써 심지 않아서일 거라고 말한다.대신에 좀 더 대도시다보니 상권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르완다에서는 노점을 많이 못 보았는데, 여기선 몇 미터마다 카사바나 짜파티 등 간단한 요리를 파는 노점들이 있다.부엌이나 조리 도구를 갖추지 못한 집들도 많아서 거기서 한 끼를 해결한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사진 5장을 골라보았다. 1. 바나나. 이 탐스러운 바나나 가지들은 내게 열대 고목과.. 2024. 10. 4. 독도소년단 핸폰 사진 정리하다 발견,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이다.일만 벌이고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학교가 운동장에 새건물을 짓고 있어서올해 학생들은 운동장을 전혀 쓸 수 없게 됐다.강당은 안전 문제로 평소 잠겨 있고.6월쯤 되자 갈 데 없는 학생들이 날뛰기 시작하여아침 자습 시간에 다같이 독도 플래시몹 춤을 추었다.몇 명은 뒤에 가만 서 있었으나 간식 주겠다는 협박이 대체로 먹혀서기말 준비 전까지 아침마다 한 2주간 추었다. 재밌는 사실은 그게 소문 나서 딴 반 말썽쟁이들이 자기도 추면 안 되냐고. 간식 먹고프다고.그렇게 말썽쟁이 대여섯이 모였고매주 수욜 오후 우리 교실에서 방학 전까지 30분 정도 연습했다. 이름 하여 “독도소년단”2학기 독도의 날에 공연도 하려 했는데학교를 쉬는 바람에 미완의 프로젝트가.. 2024. 9. 23. 인생과 의미 인생에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애쓴 시간이었다. 그것이 삶을 추동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젊음의 빛깔이었다. 공자 선생이 ‘지천명’이라 부른 나이가 코앞인데 세계가 선명하게 잡히기보단 한층 더 부조리한 마라로 다가온다. 삶에 의미와 목적 같은 건 존재하지 않구나 싶기도 하고.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해진” 의미와 목적 같은 건 없다. 존재하는 건 “인연”일 뿐. 난 한국과 인연이 있고 울엄마 아빠랑, 그리고 D랑 인연이 있고 가르치는 일과 인연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을 뿐… 인연의 고리에 의해 여기 있을 뿐 나면서부터 정해진 목적이나 사명 같은 건 없다. 그것이 삶의 무의미를 의미하진 않는데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든 바꾸어가든 자신만의 인연을 펼쳐가며 살.. 2024. 9. 20. 요즘 꽂힌 격언 셋 출처를 찾고 있는데 모르겠다. 유툽에서 얼핏 봐서 검색해도 안 나온다. 1. 누구나 마음 속에 작은 지옥 하나쯤은 품고 산다. 젊을 땐 전혀 몰랐던, 중년 이후엔 넘넘 이해되는 말... 2. 행복한 삶은 아니더라도 행복한 일은 매일 일어난다. 말 장난 같기도 하지만, 시사점이 많은 말이다.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은 충돌할 때가 많다. 전체적으로 내 삶이 별 볼 일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작은 행복은 매일 찾아오고 있다는 것은 진실. 3. 먹을 것과 입을 것, 잠잘 곳과 친구들, 대자연과 햇빛만 있다면 이미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건 어느 미니멀리스트 주부님이 인용한 건데 출처를 모르겠네. 현대인들이 얼마나 물질주의에 찌들어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말. 2024. 9. 10. 백석, 선우사 백석 시를 볼 때마다 아, 걍 고등학교 갈까 하는 욕망이 솟구친다.중간기말 시험 전쟁과 생기부를 생각하면 그 욕망은잠시 후 가라앉게 되지만... 시의 위대함은 이런 것이다.흰밥과 가재미를 세상에서 가장 정갈한 존재로 만들어우리 앞에 고이 드높여주는 것,외로움과 쓸쓸함조차도 그것이 시류에 영합하지 않은 결과이기에귀하고 드높은 것이라는 것을단 몇 줄의 단어의 나열로 가슴을 쿵 울리게전할 수 있다는 것. 언제 봐도 백석은 천재다. 예술이 없다면우리는 인간답게 되지 못했을 것이다. ## 선우사 /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 2024. 9. 10. 티처빌 쌤동네 활동지 작년부터 교사들이 유료 또는 무료로 자료를 공유하는티처빌 쌤동네에 활동지를 시험 삼아 올려보았다. 몇 년 뒤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나도 슬슬 은퇴 준비를 하고 있고내가 만든 자료를 공유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다만, 지적 컨텐츠의 가치가 있기에 무료로 올린 것도 있지만500원, 1000원 정도로 책정한 것이 많았다. 여기에 쌤동네 수수료 30퍼를 제외하면 나한테는 몇 백원이라 수익이 되는 건 전혀 아니지만자료가 그냥 여기저기 굴러다니지 않도록 소액을 책정했다. 그런데!!! 일 년만에 153건이나 판매가 되었는데댓글을 남기는 선생님이 거의 없다. 자료가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거의 무료 배포인데... 153건 판매해도 수익이 그저 몇 만원이다. 너무 싸서 자료의 가치가 없어 보이나 싶.. 2024. 9. 8. 천을산 30일의 기적 너무 길고 무덥던 여름이라 이 여름이 영원히 계속되는 기분이었다.다른 계절은 다 망각해버리고, 여름만 줄곧 있었던 듯한...태풍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루만에 대기가 식고 가을 바람이 서늘하다. 여름내 천을산을 쨍하고 울리던 매미 소리도 지난 주부터 시들하더니오늘은 아예 조용했다. 그 많은 매미들은 다 어디로 떠났을까. 방학하고 일주일 시체처럼 지내다가 그 담주부터 매일천을산 산책을 시작했다. 집에서 출발하면 왕복 한 시간 반 코스.엄마 왈, 니가 운동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 첨 본다.그랬다. 지난 한 달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매일 새벽에 산에 갔다. 더위가 너무 심해서 새벽이 아니고서는산에 가거나 운동할 엄두도 못 낼 만한 날씨였다, 그간. 아침잠이 많아서 일찍 일어나는 걸 젤 싫어하는데매일 6시 10.. 2024. 8. 29. 작별, 다시 길 찾기 하혈이 시작된 게 5월 중순이었다. (자궁근종이 갑자기 커져서 생긴 출혈이라나...)처음엔 하혈량이 너무 많아서 이래서 학교 다니겠나 했는데호르몬제 처방 받고 양이 다소 줄어서 경과를 보고 있는데병가를 쓸 수가 없었다. 서평쓰기 수행평가를 이미 6반 모두에서 진행중이라...중학교 평가가 뭐 그리 중요하냐 싶지만 이미 진행중이라 다른 사람이 하기엔 일이 넘 복잡해서어떻게든 내가 마무리하는 게 더 속 편하겠다 싶었다. 어찌어찌 수행평가를 끝내고 기말까지 마무리,,,6월 말이 되었을 때 한계가 왔다. 두 달 가까이 생리를 계속한 셈인데다가 빈혈성 두통까지...과장 안 하고, 사람이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새학교는 1학기 적응이 가장 힘들고 또 울학교는 역대급 폭탄이 있었는지라진짜 몇 달이 몇 년처.. 2024. 8. 26. 베란다 일출 오랜만에 찍어보는 베란다 일출 장면..이제 해가 좀 늦게 떠서 만날 수 있었다.일을 쉬고 있어서 동쪽을 바라볼 여유가 있어서기도 하고…이맘때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하면뒷베란다에서 햇님을 볼 수 있다.겨울에는 해가 찾아오는 각도가 달라서집에선 보이지 않는다. 베란다에서 오랜만에 햇님을 만나니내게 주어진 휴식이 실감이 난다. 2024. 8. 26. 급간 비율은 아름다우나 과로사 할 뻔~ 1학기를 마치며 와~ 이러다가 진짜 순직하겠다 할 만큼 수업 및 담임 업무 피로도가 컸다. 내 체력의 한계를 훌쩍 넘어서 선생 계속하겠나 진짜 회의가 든 반 년이었다. 교과부장이라 학기말 성적 통계를 내는데 결과표를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1학년은 D가 9프로 E가 12프로 합해서 대략 20프로 정도고 B가 젤 많다. 아름다운 결과~ 매시간 등짝 스매싱 날려가며 (아동학대 고소당하기 딱 좋음) 수업 안 듣는 애들 닥달을 했더니 1학년은 대충 수업을 다 들은 것 같다. 학교시험의 DE 등급 비율은 수업에 얼마나 참여했냐를 보여준다. 외부 시험이라면 물론 기초가 약한 울 학생들 DE 비율이 훨씬 올라갔을 듯~ 반면 2,3학년은 D, E가 50프로다. 3학년은 학급당 인원도 작고 가장 괜찮은 애들이라는데도 .. 2024. 8. 26. 이전 1 2 3 4 5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