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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넷플)>를 보고 짜장면을 먹다 좋은 영화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2009년에 나온 영화라 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툽에서 우연히 소개를 보고 넷플에 있길래 봤는데, 참 괜찮다.  조금만 다듬었으면 대작이 될 법도 했는데, 진짜 2프로 아쉬운 영화. 아마 이게 코미디물인지 진지한 영화인지 B급감성 영화인지 영화의 스탠스가 명확하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코미디물이라기엔 너무 묵직하고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고, 그러면서도 뭔가 블랙코미디처럼 빵빵 터지는 순간들이 있고...  영화는 두 김씨의 표류와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카드 대출이 많아 자살 시도를 한 우리의 주인공 김씨는 한강에 뛰어내리지만 한강 중간에 있는 무인도 밤섬에 불시착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2024. 7. 26.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데이비드 색스 학교 현장에서 그때 그때 몇 년 유행하다 사라진 게 얼마나 많은가. 최근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에듀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교사들은 다 안다. 또 헛짓이라는 걸. 코로나 때 보고도 모르는가. 줌 수업이, 디지털이 교실을 대체할 수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이 책 은 회사, 도시 생활, 문화 생활, 쇼핑 각계 각 분야에서 디지털이 만들어 준다고 약속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을 하나씩 깨트려주는 책이다. 난 다른 챕터는 짐작 가는 내용이라 눈으로 쓱 훑어봤고, 학교 부분만 정독했다. 이미 답은 알고 있지만 그 근거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학교를 마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성인에겐 디지털수업이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하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에겐 전혀 효과가 없다. 그들은 제대로 공부.. 2024. 6. 30.
다큐 _ 판문점 몇 달 전에 후원했던 다큐 영화 시사회의 초대 문자가 지난 주말 도착했다. 휴전 후 70년간 이어지는 남북간의 대치 상황을 '판문점'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다큐다. 초대장은 2장이 왔는데, 누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을까 싶어 혼자 보려다가 작년에 퇴임하신, 친분 있는 역사 선생님이 보시겠다 하여 같이 보았다.  판문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6.25 때다. 전쟁 발발 일 년이 지나고 남과 북 양쪽의 피해가 극심했으나전세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자 연합군과 북한은 휴전 논의를 시작한다.처음 만난 곳이 개성의 요릿집이었는데 적진 안에 있어서 연합군이 달가워하지 않다가 좀 더 남쪽에 있는 판문점이라는 작은 마을로휴전 협상 장소를 옮기게 된다. 휴전선과 비무장지대가 그어지면서 판문점은 처음 장소에서좀 더 남쪽으로 내려.. 2024. 6. 24.
교사인가, 돌봄전담사인가 새학교에 와서 확실히 알았다. 학교는 더이상 배움과 성장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아이들을 먹이고 시간을 때우며 돌봐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교사라는 직업은 이제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하는 일 자체가 그냥 돌봄전담사다. 입시는 완전히 사교육으로 넘어갔다. 학원에서 배우고 학교는 쉬는 곳. 그리고 조금 열악한 지역은 자기 관리가 안 되는다양한 문제들을 안은 학생들 수가 너무 많아서교사 역할 자체가 돌봄전담사가 되었다.  수업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지식을 익히고지식을 통해 호기심 가득한 세계를 만나고배우고 성장하는 가운데 지식과 문명과 역사의 가치를 느끼고...삶이 존엄하다는 걸 깨닫고... 그런 것을 이제 아무도 학교와 교사에게 요구하지 않는다.부모도 사회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바란다. 가.. 2024. 6. 18.
"하늘은 맑건만" 수업을 마치며 백 년 전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세련된 문체와 섬세한 감정 묘사, 캐릭터의 흡입력이 살아 있는현덕 작가의 수업을 지난 주에 마쳤다. 그리고 이어 서평쓰기 중~~곧이어 서평쓰기가 진행될 것이기에 이 작품은 글을 쓰지 않고 소설에 대한 간단평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어리숙한 문기와 약삭빠른 수만, 양심과 쾌락 사이의 방황, 순간적인 쾌락 대신 내면의 지속적인 기쁨을 택한 주인공... 아이들의 평 그대로, 훌륭한 작품이다. - 주인공이 악의 편에도 서보고 선의 편에도 서는 것이 감명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 아이들이 죄책감을 느꼈다가 그것을 이겨내는 감정선이 잘 표현된 명작!- 내 마음의 양심과 행동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무거운 마음에 하늘을 함부로 쳐다보지 못하지만.. 2024. 6. 9.
난이도 극강의 학교 세 달 지났지만 삼 년은 지난 듯한 학교가 울 학교다. 아니, 지난 이십년 간 보지 못한 사건사고들을 세 달 새에 다 구경했네.한 마디로 난이도 극강의 학교다.  3월 첫날부터 울 교실 지나가며 행패 부리고 교실 발로 차고 욕하던3학년 A군은 2주씩 외부기관에 위탁교육을 돌고 계신데일 년 7주를 거의 다 채워 2학기는 교실에 머무실 것 같고... (위탁교육기관 담당자가 울면서 전화한다고... 못 맡겠다고...S대학교는 울학교 학생은 절대 안 받겠다고 함) 딴 학교와 비교하면 이분도 최강 중 최강인데, 1학년에 더 극강인 분이 계셔서 관리자는 A군에 별 관심이 없는 듯... 교사에게 반말은 기본에, 지 기분 나쁘면 교사든 학생이든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건드려 사건 일으키면서 학교를 들었다 놨다.. 2024. 6. 9.
서평쓰기 수행평가 중 올해 수행평가는 잘못 택한 것 같다.좀 가볍게 창작시 쓰기,, 정도로 할 걸, 4문단 서평쓰기 하는데,,,  학생들이 문단 개념이 아직 없고문단 구분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해서 순직하는 줄 알았다. 시간이라도 좀 여유 있으면 좋으련만, 기말이 코앞인데아직 문법은 들어가지도 못함... 문법을 좀 가볍게 하는 수밖에 없을 듯한데뭐, 어떻게 되겠지 하고는 있는데... 대략 난감... 그 와중에 한 녀석 글이 눈에 띄었다. 울 학교가 좋은 이유는, 급식과 국어 선생님이라고... ㅋㅋ"특히 국어 선생님은 더 좋은 거 같다. 평소에는 잘 몰랐던 윤동주 시인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게 다 윤동주의 힘이다. 시는 봄날에 다 끝났는데, 서평쓰기 중 다시 윤동주 시인께서 부활하셨네. 그는 백 년 뒤에도 천 년 뒤에도 이 땅.. 2024. 6. 9.
오늘날 왜 혁명은 불가능한가 / 한병철 20세기와는 아주 많이 다른, 디지털 사회와 자본주의가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새로운 삶의 양태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개념에는 무엇이 있을까. 철학자 한병철만큼 이 방면에 깊은 이해를 지닌 저자는 잘 없는 것 같다.  자기 착취, 성과 좀비, 투명사회, 긍정사회, 데이터 전체주의, 전시 가치, 포르노, 나르시시즘, 우울과 자해.... 등의 개념들을 경유하면서 우리는 우리 삶이 총체적으로 상업화되었음을 직시하게 된다. 요즘 칭송 받는 공유 경제(에어비앤비 등)는 우리를 자본으로부터 해방하기는커녕 손님에 대한 환대까지 경제화하고, 이렇게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상품으로 판매할 때 자본주의는 더이상 그것에 맞설 적수가 없이 완성되었다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저자는 중세 봉건체제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페이.. 2024. 6. 6.
결재 라인 내가 나랏돈을 10억을 집행하나, 100억을 집행하나.. 동아리 예산 딸랑 9만원 쓰는데 결제 라인에 자그마치 6명 (교장 빼고도)… 기안 올리다 열불 터져서 몇 자 적는다. 2024. 6. 5.
울 학교 유행어 여기 어린이들은 넌센스 퀴즈를 좋아라 한다.내 이름으로 계속 넌센스 퀴즈를 만드는데, 매달 새로운 버전이 생긴다.전부 내 이름의 발음을 이용한 것. "국어쌤이 자기 소개를 하면?""나비야~" "국어쌤이 기분이 좋으면?""앗싸라비아~" "국어쌤이 기분이 안 좋으면?""왜 시비야~" "국어쌤이 좋아하는 음식은?""너비아니~" "국어쌤이 고양이를 키우면?""비아냥~" 뭐 이런 식인데, 다 기억도 못하겠다. ㅎㅎ 2024. 6. 5.
치킨데이~ 올해 나라에서 주신 또래활동 경비는동네 치킨 집에서 한 방에 다 썼다. 학생들이 치킨을 강력, 희망했기 때문. 1인 1닭, 서른 개 가까이 배달되다 보니 세 박스나 되어캐리어에 올려 복도를 가로지르는데 전교에 치킨 냄새가...울 어린이들은 평소 반장이 소리 질러야 앉을까 말까인데 이날엔 몇 초만에 줄을 사사삭 선다.치킨의 힘이쥐~ 학급비는 지역 경제 활성화가 목표인가, 뭐 그 생각...다른 학교에서는 책을 사준 적도 있는데, 여긴 좀 낙후된 지역이라애들이 원하는 걸 사줬다. 2024. 6. 5.
국어파일 표지 만들기 ‘24 국어시간 필수품은 공책이다. 글의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고, 내 생각도 쓰고, 창작도 하고...공책이 훨 좋지만 검사하기 너무 힘들어 클리어파일로 바꾼 지 꽤 된다. 공책은 반마다 서른 권 가까이 되는 걸 내 비좁은 책상 위에 쌓아놓고 검사하기 넘 힘든 반면 활동지는 한 장, 한 장 걷어서 검사하기 편하기 때문에...그래서 파일에 활동지를 순서대로 정리하는데,그래도 표지만은 아날로그 식으로 만들어보고 있다.파일의 딱딱함을 상쇄하고, 개인의 색깔이 조금은 느껴지도록...올해 국어파일 표지 중 눈에 띈 것들... 2024. 6. 5.
넘 건전한 축하~ 재작년 1학년 8반 아이들을 동네서 잠깐 만났다. 같은 동네라~지금 중3이 되었고 3학년이 9개 반인데1학년 때 울반 아이들 22명 중에서 8명이 지금 3학년 학급임원이 되었다 한다.여러 명 꼬시긴 했으나 좀 더 꼬셔볼 걸, 10명 넘게...^^ 그 학년은 상위권 학생들이 리더십 있고 품이 너른 편이었고중위권 학생도 성격 좋고 착실한 아이들이 많았다. 공부만 잘하는 까칠한, 최상위권 애들은 다 범어동으로 갔는지는 몰라도암튼 반장, 부반장 맡은 녀석들이 하나같이 친구 챙길 줄 알고, 봉사심 있고, 생활 면에서 균형 잡힌 아이들이었다. 적고 보니, 요 근래 보기 드문 현상이긴 하다. 시험 점수 한두 개가 뭐가 중요한가. 이런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진짜 보물이고, 리더의 자격을 갖춘 아이들이다. 한 녀석은 전.. 2024. 6. 5.
아이들이 보낸 엽서 도착, 추억은 방울방울 5월 15일이 석가탄신일, 마침 쉬는 날이어서지금까지 겪은 스승의 날 중 최고의 스승의 날이 되었다.작년까지 근무했던 K중 아이들로부터속속 카톡이 도착했었는데,,, 새학교로 도착한 엽서는 또 느낌이 다르다.우체국 소인이 찍힌 종이는 물성이 있어서더 무언가를 전달받은 느낌이 든다. K중에서 '스승의 날' 행사로 학생들에게 엽서를 나눠준 모양,,, 한꺼번에 오지 않고 한 통씩 도착해서 더 재밌었다.  시간은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답지만, K중에서 보낸 시간은 특히 더 그렇다.솔직히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힘든 기억이 더 많아서단 한 학교도 '그립다'는 느낌을 주는 학교는 없는데딱 한 학교 K중은 늘 은은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거기서도 절반은 힘들었는데, 절반은 참 좋은 아이들을 만났다.엽서 보낸 녀석들 중에.. 2024. 6. 5.
245개의 탄흔, 광주 전일빌딩 / 광주 여행 #1 작년에 만들려다 놓치고 올해는 어찌어찌 간신히 시간을 내어 5.18을 기념해 만들어보았다. 광주에서 딱 한 곳만 본다면 강추하는 곳... https://youtu.be/eKxyOY9caM0?si=AVD6od4BmRxPwGfm 2024.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