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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소설, 시94

<눈 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우리가 두 눈을 뜨고 이 세상을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단순히 사물과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진데 말입니다. 여기, '볼 수 있음'이 무엇인지, 우리가 두 눈으로 정말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강력하게 되묻게 하는 작품이 있어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입니다. 소설은 '실명'이라는 원인 모를 병이 뒤덮은 한 도시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사람들은 눈이 멀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마음까지 같이 멀게 돼요. 눈 먼 자들이 갇힌 병동은 상상하기 어려운 잔혹함 속에 내버려지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희망은 말소되고, 그곳을 지배하는 건 언제 끝날 지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의 신음뿐입니다. 단 한 여인만이 볼 수 있었고 그녀는 남편과 그 곁의 .. 2013. 8. 15.
[1984 / 조지 오웰] __ 독재자의 망령이 지배하는 사회 오래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저자가 묘사한 1984년이 도래하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그리고 2013년, 다시 이 명저를 집어들면서, '1984년'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수많은 사회 속에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외부당원 윈스턴이 '진리국'에서 하는 일은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조작하는 일이다. 실제 일어났던 모든 사실들이 당의 요구에 맞게 수정되고 재선포되며 당의 의도에 배치되는 사실들은 영구히 폐기된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당이 전하는 모든 것을 당연시 여기며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서 진위를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윈스턴은 무엇이 진실인지 회의하지만, 오세아니아 밖에서 진정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며(당의 말로는 늘 전쟁 중이었다), 그가 진.. 2013. 2. 13.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학생 땐 별 생각 없이 읽었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매우 특이한 소설이다. 작가는 카스타리엔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창조하고, 그곳에서 각각 다른 삶의 행보를 보이는 크레히트, 데시뇨리, 테리굴리우스를 통해 이상적인 사회 및 인간성의 향방을 탐구하고 있다. 의미 있는 여성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으며, 가정 역시 불완전한 곳으로 묘사된다. 작가 헤세의 전기적 사실을 심층적으로 안다면 작품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질 듯한데 읽으면서 그 점이 다소 아쉬웠다. 소설에 등장하는 카스타리엔은 수도원과 비슷하나 그와는 성격이 다른 일종의 학문 공동체다. 구성원들은 수도승과 같은 삶을 살지만 종교가 아니라 지식에 봉사한다. 무엇을 연구하든 그건 전적으로 자유이며 국가가 기본적 생계를 보장한다. 이백 년쯤 되는 이 새로운 공동.. 2012. 4. 5.
사라의 열쇠 - 티티아나 드 로즈네 '최고'라는 감탄사가 아깝지 않다. 읽는이로 하여금 '사라'라는 한 여인을, 그가 겪은 아픔을, 밸디브 사건을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기억할지어다. 결코 잊지 말지어다." 홀로코스트의 만행은 나찌만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 비쉬 정부하에 프랑스 경찰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프랑스인이라면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학살이 자행되었다. 수만이 넘는 사람이 희생되었는데, 그 가운데 절반이 어린아이였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나찌가 요구하지도 않은 어린아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1990년대가 되어서야 시라크 대통령이 공식 사과를 했던 밸디브 사건이다. 이 소설은 밸디브 사건을 배경으로 '사라'라는 프랑스 국적의 유대인 소녀의 삶을 추적하는 소설이다. '안네의 일기'에서 안네.. 2012. 3. 11.
지도와 영토 - 미셸 우엘벡 공쿠르상을 수상한 미셸 우엘벡의 최신작. 그의 소설들 중 가장 소프트한 내용이라는데, 그래 그런지 거부감 없이 잘 읽혔다. 전작들은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문제작이라 한다. 이 소설이 주는, 완성보다는 미완에 가까운 느낌 때문에 이 소설이 내 취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작들을 읽고 싶어졌다. 의 장점은 이 소설이 그 안에 담고 있는 화두의 다양성일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제드 마르탱'이라는 예술가의 일대기인데 그것이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생각거리가 만만치 않다. 세 번에 걸쳐 큰 변화를 겪는 제드의 예술 세계의 변천 과정을 통해 예술가의 내면 및 그가 작업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으며 현대 예술의 경향성 또한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가족 및 주변 인물들과 맺고 있는 관계는 서구 유럽이 현재 도달해.. 2012. 3. 1.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상/하) - 움베르토 에코 책을 읽으며 아주 긴~ '시간 여행'을 했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여행이었다.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어릴 적 고향 마을로 향나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가 한 시절을 보냈던 솔라라의 저택과 마을 곳곳을 함께 거닐고, 그가 유년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 하나하나를 다시 만났다. 그것은 1930~40년대의 이태리의 한 작은 마을로 떠나는 여행이자, 우리들 자신의 어릴 적 기억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기도 했다. (스포일러 많음) 에코의 전작들과 달리 자전적 성격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다른 자전적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주인공이 자신이 어릴 때 읽은 책과 만화, 음악, 영화를 주된 매개로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점이다(정말 자세하고 긴 목록이 등장하는데 작가의 기억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럴.. 2011. 8. 14.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최인호 왠지 하루키의 1Q84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3권은 보지 못했지만). 인물들이 출구 없이 막다른 상황에 놓인 것도 그렇고, 이방인처럼 겉돌며 살아가는 것도 그렇고, 분열증-정신 질환이라기보다는 정체성의 분열-을 겪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인물들이 느끼는 세계가 조화롭고 완전한 세계가 아니라 파편화된 부스러기들의 모음과 그 부스러기들의 우연하면서도 필연적인 마주침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성적 묘사가 주인공의 심리를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도 그렇고. (스포일러 있음) 더없이 질서정연하고 익숙했던 세계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붕괴하면서 주인공 K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주변 사람들조차 아주 낯설게 다가오거나, 낯선 타인의 얼굴이 익숙한 얼굴로 다가온다. 이 문제를 풀기.. 2011. 8. 1.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천개의찬란한태양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2010년) 상세보기 아주 쉽게 읽히면서도 근래 보기 드문 장중함이 있는 소설이었다. 마리암과 라일라, 두 아프간 여인의 눈물겹도록 슬픈 삶의 조각조각들을 통해 아프간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시종일관 담백한 묘사, 담담하면서도 힘이 있는 문체, 그 속에서 은은하지만 끈질기게 배어나오는 휴머니즘이 감동적이었다. 소설은 이슬람 근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결합이 얼마나 여인의 삶에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는데, 그 처절한 삶의 와중에서도 사랑과 인간다움을 살아내는 여인들이 있었다. 삶은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했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도 일상을 꾸려가고 아이들을 .. 2011. 2. 21.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김약국의딸들(나남창작선29)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경리 (나남, 1993년) 상세보기 김약국의 딸들. 십여 년의 간격을 두고 다시 읽은 책은데 느낌이 새로웠다. 얽히고 설킨 운명의 실타래, 그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 김약국도 그의 부모도 그의 부인과 다섯 딸들도 하나 같이 주어진 성격, 그 성격이 빚어낸 사건들에 구속된 인물들이었다. 그 중에 '용빈'만이 다소 예외이긴 하나 그 점이 뚜렷이 부각되진 못했다. 통영이라는 도시에 대한 탁월한 묘사, 그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사를 실감나게 전달하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고 매력이지만, 인물들을 통해 보여지는 작가 박경리 선생의 운명관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옛스런 삶의 조각들을 아름답게 복원했음에도.. 2010. 8. 25.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자기앞의생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2003년) 상세보기 표면적으론 한 소년의 이야기지만 그 소년의 삶과 겹쳐 있는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앞의 생'을 마주하게 하는 소설이다. 프랑스 변두리, 한 소년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온갖 종류의 이민자들.... 유태인, 회교도, 알제리인, 흑인들, 거리의 여자들, 그리고,, 로자 아줌마. 그 사람들 하나하나의 유니크한 삶의 이야기, 슬프고, 유머러스하고, 비극적이면서도 따스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절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이 '생'이라는 것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묻게 된다. 결국 우리 삶은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로, 사랑으로 채워지는구나 싶다. 그 생의 '두께'를 찬찬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명시적.. 2010. 8. 9.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1Q84.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베스트셀러를 챙겨보는 편이 아닌데, 한국에서 자그마치 70만부나 팔렸다는 게 놀라워서 사본 책이다. 아주 옛날에 도서관에서 이 작가의 책을 집어든 적이 있는데(제목도 기억 안 남) 첫인상이 별로였던 탓에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읽은 적이 없다. 1Q84가 처음이다. 스토리의 흡입력은 정말 대단하다. 두꺼운 책 두 권을 잠 안 자고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었으니. 리틀피플, 공기번데기, 종교집단 등에 얽힌 미스터리의 끝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권에서 매우 진지하게 전개되던 사건들이 2권에서 다소 싱겁게 종료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말이다. 마치 영화를 보듯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들.. 2009. 12. 26.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F. W. 니체 (홍신문화사, 2006년) 상세보기 뜬금없이 이 책을 읽은 까닭은, 다른 사람의 해설집이 미덥지 않아서이다. 사춘기 시절에 잠깐 읽고는 대체 뭔 말이여... 하고 내 관심에서 멀어진 책인데, 들뢰즈 공부를 하면서 그의 철학이 니체 - 스피노자 - 들뢰즈 계보를 잇고 있어서 다시 접하게 되었다. 들뢰즈의 사상은 부분적으로는 내가 참고할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내 취항이 아니라는, 그래서 버리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그 고민을 하면서 다시 읽어본 것이 이 책이다. 결론은 고병권의 가 지나친 '문학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니체의 작품이 비철학적 텍스트지만 철학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사상의 본질을 살피기 .. 2009. 11. 6.
처절한 정원 - 미셸 깽 처절한 정원(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셸 깽 (문학세계사, 2005년) 상세보기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 책에서 불과 60장 정도 분량의 소설이 프랑스 문단에서 일 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는 책 소개에 이끌려 집어든 책인데,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1999년 프랑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재판 장면에서 시작된다. 비시 정부에서 일하면서 유대인 학살 등에 관여한 사실을 감추고 전후 프랑스 고위직을 두루 거쳤던 모리스 파퐁에 대한 전범 재판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작가는 자신의 어릴 적 추억과 아버지와 삼촌, 숙모를 둘러싼 가족사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나간다. 비시 정부 하의 프랑스 법.. 2009. 7. 4.
이토록 뜨거운 순간 - 에단 호크 이토록 뜨거운 순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에단 호크 (MEDIA2.0, 2005년) 상세보기 에단 호크.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특별히 영화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우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지만, 에단 호크는 내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는 배우다. 고등학교 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만난 청순한 소년, ‘비포 선라이즈’에서 나를 감동시켰던 젊은 날의 맑은 방황과 순수한 사랑, ‘가타카’에서 본 진지함과 치열함, ‘비포 선셋’에서 본, 그의 이마에 패이기 시작한 주름과 고뇌가 깃든 깊은 눈빛. 그의 눈빛이 늘 마음에 들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까닭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에단 호크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은 그가 21살 때 겪은 사랑 이야기다.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뉴욕에 온 주인공과 .. 2009. 3. 4.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브 두려움과 떨림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멜리 노통브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권위가 인간에게 강요하는 것, ‘두려움과 떨림’ 아주 오랜만에 산 문고판 책. 책도 예쁘고 가격도 착하다. 소설 같은 경우는 한 번 통독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같은 책을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읽었던 시절은 중학교 때가 끝인 듯.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펄 벅의 대지 등은 페이지를 외울 만큼 수십 번 봤던 책이다.) 문고판으로 저렴하게 출판되었으면 하는데, 우리 출판 시장이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 책은 벨기에 출신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일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일본 조직 사회의 경직성과 획일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재미있게 묘사했다. 회사의위계 조직이라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근.. 2009.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