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소설, 시94 네모의 이집트 여행 - 니콜 바샤랑, 도미니크 시모네 올 겨울 이집트 여행을 계획했다가 접었다. 망할 놈의 환율 때문에... 1월에 네팔 갈 때 930원에, 8월에 몽골 갈 때 1030원에 바꾸었던 달러가 요 몇 달 사이에 1400-1500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여행은 그렇다 치고 환율 때문에 망한 중소기업이 하나 둘이 아닌데 착한(?) 대한민국 백성들은 환율이 미국 금용위기 때문인 줄로 안다. (특히 대구/경북. 우리 동네지만 이 동네는 답이 없다.) 암튼 명박/만수 커플 때문에 여행은 다 틀렸고 서가에서 제목이 눈에 띄길래 대리만족 할 겸 이 책을 골랐다. 저자가 '네모의 책'(아직 안 읽어봄)을 쓴 유명한 이들이라서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 '네모의 이집트 여행'은 어른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읽으면서 이집트 문명의 아름다움과 멋.. 2008. 12. 5. 뿌리 깊은 나무 1~2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정명 (밀리언하우스, 2006년) 상세보기 올 가을에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 2006년에 나온 책인데 모르고 있다가 한 학생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시대는 세종조, 집현전 학사들이 하나 둘 의문사하는데, 그 죽음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의 소중한 면면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읽으면서 내내 에코의 을 연상했다.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젊은 수사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맞는 추리 소설의 구조가 경복궁 집현전 학사들의 연이은 죽음과 유사하며, 그들의 죽음의 배후에 의문의 책(금서)이 있다는 점,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변화한 시대에 새로운 사상을 추구하는 신진 학자들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점도.. 2008. 10. 24. 오렌지 소녀 - 요슈타인 가아더 오렌지 소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요슈타인 가아더 (현암사, 2008년) 상세보기 요슈타인 가아더... '소피의 세계'를 지은 저자 이름을 보고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인데 과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춘기 소년 게오르그,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제 중년이 된 어머니, 새아버지, 그리고 부모의 젊은 날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면서 놀랍도록 환상적이면서도 나날의 구체적인 삶속에 자리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우리 곁에 숨어 있는 마법의 세계를 사랑을 통해서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는 이 소설은 인생에 대한 일종의 찬가라고 볼 수 있겠다. 'life is beautiful'의 결정판.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가의 역량도 뛰어나다. 이 책을 읽노라면 주인공들의 옷 색깔, 그 도시의 거리 풍경, 배경 하나하.. 2008. 7. 31. 외뿔 - 이외수 외뿔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외수 (해냄출판사, 2001년) 상세보기 한 100권쯤 사서 친구들에게 마구 선물하고 싶은 책. 문장도 비범하지만,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도 정말 멋지다. (특히 '몽도리'는 압권임ㅎㅎ) 웃음과 눈물이 섞여 있는, 지독한 외로움과 삶의 고생을 겪은 사람만이 쓸 수 있고 그릴 수 있는 문장과 그림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호수 밑바닥 물벌레가 들려주는 인생의 쓴맛, 단맛. 그리고 깨달음. 이런 책을 읽으면, 정말이지 철학도 신학도 문학보다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왕자'급에 해당한다고 내 맘대로 평가하는,^^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덧붙임) 호수 밑바닥 물벌레 '띠끼'에게 심히 공감했다. "생존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천하만물이 아름다워 보인다.. 2008. 7. 31.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5년) 상세보기 건넌방, 동생이 미처 가져가지 못한 책들 사이에서 익숙한 책 이름이 눈에 띄었다. 공지영의 . 몇 년 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학생들도 많이 읽은 책이라서 시간나면 한 번 봐야지 했지만 공지영의 소설에 큰 관심이 없던 터라 챙겨서 읽지는 못했다. 사실 공지영은 십여년 전 내가 대학 다닐 때 잠시 좋아한 작가다. . . . . 를 그 시절에 인상적으로 읽었다. 이후 에 실망한 후로는 , 등등 이 작가의 어떤 베스트셀러도 나를 별로 유혹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우연히 공지영씨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속이 참 아름다운 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2008. 6. 27. 순례자 - 파울로 코엘료 어제 기다렸던 책이 도착했다. 코엘료의 . 흡입력 있는 문장과 매혹적인 내용으로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 그간 코엘료의 소설을 통해 양치기 산티아고, 자살하려는 베로니카, 피에트라 강가에서 울던 필라, 자히르를 찾아 떠난 주인공 등을 만나왔지만 나는 그의 첫 작품 '순례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 까닭은 주인공이 걸은 길 '까미도 데 산티아고'가 내가 꼭 한 번 걷고 싶은 길이었고 2006년에 계획까지 세웠다가 장시간 태양볕 아래 걸을 자신이 없어 로마와 아씨시 순례로 여정을 바꾸었기 때문일지도...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전모와 대면한다. 내면의 악덕과 두려움, 적의 손길과 친구의 손길, 열정과 광기, 삶의 목적과 동기를. 그가 그동안 놓쳐 왔던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힘을 되찾는다. .. 2008. 6. 19. 살인자의 건강법 - 아멜리 노통브 살인자의 건강법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멜리 노통 (문학세계사, 2004년) 상세보기 "나는 그 사실을 아주 뒤늦게 깨달았소. 내가 그렇게 순진하다오. 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책을 읽을 거라 생각했소. 나는 음식을 먹듯 책을 읽는다오. 무슨 뜻인고 하니, 내가 책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책이 나를 구성하는 것들 안으로 들어와서 그것들을 변화시킨다는 거지. 순대를 먹는 사람과 캐비어를 먹는 사람이 같을 수는 없잖소. 마찬가지로 칸트를 읽은 사람과 크노를 읽은 사람도 같을 수가 없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루스트를 읽건 심농을 읽건 한결같은 상태로 책에서 빠져 나오거든. 예전 상태에서 조금도 잃어버린 것 없이, 조금도 더한 것 없이. 그냥 읽은 거지. 그게 다요. 기껏해야 '무슨 내용인지' 아는 거고.. 2008. 4. 17.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2 - 김형경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형경 (푸른숲, 2006년) 상세보기 참 오랜만에 읽은 우리 나라 소설. 두 권을 정신 없이 몰입해서 읽고나니 왜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가리켜 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지 알겠다. 사랑 불능의 세진과 사랑 과잉의 인혜는 언뜻 보면 상반되어 보이지만 같은 문제에서 비롯된 우리들의 두 모습이며, 작가는 세진과 인혜를 통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과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좋은 소설이다. 2006. 11. 23.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두 권을 읽었다. 와 .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생에 대한 묵직한 울림보다는 뉴에이지풍의 가벼움이 느껴져서 전세계적으로 6천 5백만부나 팔린 이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더는 찾지 않았었다. 그런데 동생이 사놓은 를 우연히 집어들고는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코엘류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커다란 의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 의문을 진행시킨 다음, 말미에 이르러서는 매우 간결하고 놀라운 깨달음의 충격을 선사한다. 그는 어정쩡한 결론으로 독자를 괴롭히지 않는다. 소설 제목을 뽑는 솜씨도 놀랍다. (오 자히르, 11분 등을 더 읽어보고 싶.. 2006. 9. 24. 파라다이스 - 토니 모리슨 파라다이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토니 모리슨 (들녘, 2001년) 상세보기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작품. 중반까지는 여러 조각의 이야기를 연결하기 어려워 무척 힘들게 읽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이 소설은 '두 개의 공동체'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상처 입은 흑인들이 건설한 공동체 '루비'는 자신 밖의 세계에 대해 백인과 다를 바 없는 증오와 폭력을 행사하지만, 코니의 '수녀원'은 오갈 데 없는 온갖 여자들을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을 옥죄고 있던 사회의 사슬로부터 해방된다. 루비는 그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인간이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윤리를 앞세우고 벌이는 학살극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작가는 이처럼 루비와 수녀원 사.. 2006. 8. 8.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 미하엘 엔데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미하엘 엔데 외 (베틀북, 2001년) 상세보기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동화책. 미하엘 엔데의 탁월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헤헬만이 그린 그림도 정말 멋지다. 책장을 넘기면서 잠시 숨을 멈추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삶의 밝음과 어둠을 매우 간결하고 신비롭게 묘사한 그 그림들을 보노라면 절로 우리 내면의 어떤 깊은 곳, 한없이 고요한 그곳에 도달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은 그림자를 싫어해서 쫓아내지만 오필리아 할머니는 그림자를 거절하지 않는다. 오필리아는 무서운 어둠, 힘없음, 밤앓이, 외로움, 덧없음... 그 모든 그림자들을 받아들였고 그 그림자들과 즐겁게 지낸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이 결국 오필리아를 지금 이 세계보다 더 밝은 빛의 세계로 인도한다. 우리의 .. 2006. 5. 13. 칠층산 - 토머스 머튼 칠층산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토머스 머턴 (성바오로출판사, 1999년) 상세보기 몇 달 전에 사놓고선 이제야 읽었다. 아주 특별한 책. 깊은 감동을 받았다. 토마스 머튼은 20세기의 저명한 가톨릭 명상가이다. 젊었을 때 시인이자 문학 교수로 장래가 매우 촉망되었지만 26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일생을 침묵과 명상, 노동으로 사는 봉쇄 수도원인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고독 속에 잠기는 것을 택했다. 그의 대표작 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트라피스트에 입회하기까지의 영적 순례기이다. 매우 담담한 어조로 기술되었지만 그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 아래 영혼의 뜨거운 몸부림이 생생하게 읽힌다.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자기 영혼 안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숱한 방황 끝에 자신이 트라피.. 2006. 2. 12. 리처드 바크의 소설들... 의 작가, 리처드 바크의 다른 소설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그의 책 열 권을 죄다 빌려왔다. 하문사 (이라는 제목으로도 출판되었는데 같은 작품임) 현암 미디어 현암 미디어 이 네 권을 읽었다. 가볍게 읽혀서 대강대강 본 편이다. 시리즈 다섯 권은 재미 없어 보여서 그냥 반납하기로 했다. 이후로 그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는 영혼의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다분히 자전적인 내용이고, 는 의 속편 격인데, 빛과 어둠이 혼재했던 주인공들의 과거를 되짚으며 삶에서 선택이 지닌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 자신의 아내 레슬리 페리쉬와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을 그린 는 재미나게 읽었지만, 더 은유적이고 더 간결한 메시지가 아쉬웠다. 운 좋은 몇몇 사람들.. 2005. 10. 7.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1~2 - 월터 취제크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1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월터 J.취제크 (바오로딸, 2006년) 상세보기 이 책을 읽으며, 섭리를 믿는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 영적 독서를 안 했다는 반성에 저번에 바오로딸 서점에 들렀을 때, 담당 수녀님이 추천하신 책. 두 권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고집투성이에다 욕쟁이였던 소년 취제크가 어떤 이끌림에 의해서 신학교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 끝에 러시아로 향하게 된 과정과 체포되어 무려 23년 동안을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를 전전하며 보낸 삶의 궤적이 아무런 연민이나 과장 없이 아주 담담하게 쓰여져 있다. 그리고 그 담백한 어조가 실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는 자신이 거기 있어야 하는 이유를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때로.. 2005. 10. 4.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관념의 노예가 아니라, 신이 부여한 육체로 거침 없이 삶을 헤쳐나가는, 두려움 없이 삶의 온갖 경험에 맞닥뜨리는 한 인물에 대한 생생한 기록. 작가는 잡초 같은 생명력을 지닌 조르바란 실존 인물을 탁월하게 형상화 해냈다. 그의 삶의 궤적에 마음 한 곳이 시원해지는 까닭은 진정 산다는 것, 하늘 아래 숨쉬며 산다는 것의 의미 혹은 단서를 그가 전달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영혼과 육체는 둘이 아니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몸을 통해 구체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며 그 경험을 통해 우리의 영혼도 눈을 뜨게 된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행동해야 하며, 행동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지속적인 에너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삶 앞에서.. 2004. 12. 26. 이전 1 ···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