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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스토리텔링35

서정에 대하여;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에밀 시오랑 고통스러울 때, 사랑을 느낄 때, 인간이 서정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통과 사랑이란 그 성질과 지향성은 다르지만, 존재의 아주 깊은 곳, 즉 나의 중심으로부터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정적이 되는 것은 내면의 삶이 인간 본연의 리듬으로 진동할 때이다. 우리 각자가 유일하고 특별하게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주 선명하게 표현되어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편적인 차원으로 이행하게 된다. 저 깊은 곳에 있는 주관적 경험이 가장 생생한 이유는 본질과 만나기 때문이다. 진정한 내면을 성찰하게 되면 사람은 보편성으로 다가서게 된다. 반면, 본질의 주변에 멈추어 있는 사람은 보편성에 접근하지 못한다. 그들은 서정적인 것을 정신박약에서 오는 저질적 현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나의 가장 깊고 생생한 내면의 에너지.. 2016. 11. 3.
<문학이란 무엇인가> - 사르트르 '게르니카의 학살'이라는 걸작이 단 한 사람이라도 스페인의 대의를 위해서 나서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만 그 그림은 우리가 결코 완전히는 알아들을 수 없는 그 무엇을, 우리가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못다 표현할 그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16) 작가란 세계와 특히 인간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기를 선택한 사람인데, 그 목적은 이렇게 드러낸 대상 앞에서 그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법전이라는 것이 있고 법은 성문화된 것이니까 아무도 법을 모른다고는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니 법을 어기는 것은 당신의 자유이지만, 어기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기능은 아무도 이 세계를 모를 수 없게 만들고, 아무도 이 세계에 대해서 '.. 2014. 8. 17.
<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 우리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소설의 감춰진 중심부를 찾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박하게 또는 성찰하면서 의도적으로 가장 많이하는 작업입니다. 소설과 다른 문학 서사의 차이는 감춰진 중심부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겠습니다. 소설에는 우리가 그 존재를 믿으며 찾는 감춰진 중심부가 있습니다. 소설의 중심부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요? 소설을 만드는 모든 것이 그 재료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중심부는 우리가 단어 하나하나를 따라 좇아간 소설의 표면과는 멀리 떨어진 배후 너머에서 있어서 보이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없는, 거의 계속 움직여서 잡을 수 없는 그 무엇입니다. 이 중심부의 징후는 사방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설의 모든 세부 사항, 즉 거.. 2013. 3. 31.
<아버지의 여행가방 :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 저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정황을 살펴보면 그 모든 것의 출발점에 전쟁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전쟁은 역사적 사건으로 남은 주요한 격변의 시기, 이를테면 독일 쪽에서는 괴테가, 혁명군 쪽에서는 저의 선조인 프랑수아가 상세히 기술한 프랑스의 발머 전투와 같은 전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 제게 전쟁이란 무엇보다 일반 시민, 특히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몸으로 겪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전쟁이 역사적 순간으로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배고팠고, 두려웠고, 추웠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 르클레지오 그후 저는 그 나라를 떠났고, 다시는 엘비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향수보다도 더한 것, 관습과 타협에 의해 닮아빠짐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세상을 변모시킬 수 없다는 .. 2013. 2. 28.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외로워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 소통하고 접속할 친구를 찾기 위해서? 우리 내부에 켜켜이 쌓인 지층을 탐색해보기 위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쓰고, 시고, 달콤하고, 시원한 맛을 더 깊이 음미하기 위해서? 혹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라져간 많은 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그러한 '왜'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질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자신과 글쓰기가 맺고 있는 관계, 자신과 글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글쓰기로 우리를 안내한다. 작법에 관한 내용이 아닌, 자신의 선불교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글쓰기,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창조의 불꽃을 사그러뜨리지 않고 활활 살려내는 법을 .. 2006.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