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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220

교육 시론 _ 내부로의 망명 혹은 낙오자 되기 / 김상봉 제1장 교육과 서로주체성 1. 교육은 인간성의 자기실현의 과정이라는 것. 한국교육이 이미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실상을 공정하게 관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에서 학교가 더 이상 참된 의미에서 학교가 아니며 교육이 더는 참된 의미의 교육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학교와 교육은 한국에서는 존재이유를 상실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직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옥 같은 생활을 견디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학교 아닌 학교와 교육 아닌 교육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자기의 존재이유를 상실한 것은 때가 되면 소멸하.. 2010. 9. 15.
결국 7교시가 부활하는구나 개학하고 넘 바빠서 블로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네. 글은 쓰면 쓸수록 쓸 거리가 많아지고, 안 쓰면 안 쓸수록 쓸 거리가 없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쓸 때는 할 말이 넘쳐났는데, 한 달 이상 손을 놓고 있다보니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살짝 어색하다. 다음 주부터 드디어 7교시를 한단다. 중학교에 보충수업이 부활하는 셈이다. 학부모 동의서도 걷지 않고 무조건 신청하라는 가정통신문이 나가고, 결국 그게 말썽이 되어서 새로 통신문이 나갔는데, 거기에는 '불참' 란이 있었다. 그런데 불참 란에는 체크하지 말라고 독려하란다. 북한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라서 부모님과 의견 일치하에 불참하고 싶은 사람은 불참에 적어내라고 했더니, 전교에서 우리 반에 불참이 제일 많다. (그래봤자 11명에 불과하지만.. 2010. 3. 23.
한 손으로 접은 종이학 “너 장애인이지?” 이 철없는 한 마디로 교실이 발칵 뒤집어졌다. 우리 반 도움실 학생 민지에게 남학생 세 놈이 시비를 건 것이다. 민지는 말귀를 알아듣는 학생이기에 이 사실을 부모님께 전했고, 민지 아버지가 학교에 찾아오시고, 놀린 학생들에게 사과를 받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학습도움실이란 지체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급을 말한다. 이 학생들은 수업의 반 정도는 일반 학생들과 같이 통합교육을 받고 다른 절반은 학습도움실에서 특수교육 전공 교사의 지도를 받는다. 도움실 학생을 맡게 되면 일년 내내 긴장한다. 아이들 사이에 말썽이 생기지 않도록 살피는 것이 여사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3월 한 달이 채 가기 전에 놀리는 일이 생겼다. 아직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중에 일어난 일종의 신고식.. 2010. 1. 25.
학생 수필 _ 삭발투쟁기 * 다음은 같은 사건을 다룬 두 아이의 글이다. 이 두 아이는 재치있는 질문으로 수업에 늘 웃음을 가져다주는 친구들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내는 아주 건강한 아이들이라고 할까. 덕분에 이 반 수업이 다른 반보다 늘 활기차게 된다. 무(無)로 돌아가라 (2학년 7반 이정*) 더보기 중학교를 다닐 때는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나는 딱히 불량학생이 아니라서 별로 지적을 받지 않았지만 도덕선생님, 배인순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들이 내게 지적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머리카락 길이’ 였다. 솔직히 내 머리는 보면 그렇게 ‘와 쟤 머리 참 길다~!’ 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규정에 아슬아슬한, 배인순 선생님 전용 용어로는 ‘치사한 머리’ 였다. 근데 많은 선생님들이 내 머리가 그렇게 부러.. 2009. 11. 9.
학생 수필 _ 그와 나 상훈이는 키가 작아 맨 앞에 앉았고 대훈이는 덩치가 커서 맨 뒤에 앉았다. 이 둘은 단짝 친구처럼 늘 같이 다녔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교사들도 다들 재미있어 했다. 키 차이도 많이 났지만 하얗고 갸름한 얼굴의 상훈이는 초등학생처럼 귀여웠고, 여드름이 숭숭난 대훈이는 고등학생 이상으로 능글능글해 보였기 때문이다. 수필을 쓰는 시간에 상훈이는 친구 대훈이와의 이야기를 소년다운 감수성으로 그야말로 순수하게 풀어놓았다. 나는 글을 읽으며 둘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그 모습이 상상이 갔다. 상훈이가 둘 사이의 우정이 돌탑을 쌓은 것처럼 굳건하다고 어른스럽고 진지하게 표현하여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이 둘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그를 만난 것은 2년 전이었다. 내가 나이 13살 초등학교 때 같은 .. 2009. 11. 9.
심훈과 상록수 ucc 재작년, 심훈의 을 가르칠 때 참고 자료로 만든 동영상. 심훈이 경기고교 재학 시절, 3, 1 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어머니께 쓴 편지글인데, 나도 교과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품으로 읽으면서 깊이 감동했다. 조국을 염려하는 한 젊은이의 애틋한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명문이다. 학생들도 이 글을 많이 좋아했다. '옥중에서 어머니께 올리는 글월' (심훈) 더보기 어머니! 오늘 아침에 차입해 주신 고의 적삼을 받고서야 제가 이 곳에 와 있는 것을 집에서도 아신 줄 알았습니다. 잠시도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던 막내둥이의 생사를 한 달 동안이나 아득히 아실 길 없으셨으니 그 동안에 오죽이나 애를 태우셨겠습니까? 저는 이 곳까지 굴러오는 동안에 꿈에도 생각지 못하던 고생을 겪었지만 그래도 몸 성.. 2009. 11. 5.
책과 세상 ucc 작년, '문학과 사회' 단원을 가르칠 때 만든 동영상. 요즘 읽는 것보다는 옛날에 좋아한 책이 많이 나온다. 2009. 11. 4.
학생글 - 전설 '아기 장수 우투리'에 대한 해석 10월 한 달 동안 우투리, 바리데기, 만카 등 옛날 이야기와 함께 보냈다. 신화와 전설은 텍스트에 근거하되 자유롭게 해석하는데 중점을 두어 가르쳤다. 학생들 글 중에서 다소 논리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중학교 2학년생들이라서), 일단 자신의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부분이라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뽑힌 글 중에서 보통 3분의 1 정도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쓴 글이지만, 대부분 성적에 상관 없이 좋은 글들을 써낸다. 수필의 경우에는 농땡이들이 더 솔직하고 생동감 있는 글을 쓰는 수가 많다. * 학생 글 모두가 다 동글동글해야 해 (이은*) ‘중간만 가면 된다’. 아까 영상 자료를 보면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3번을 쓰지 못하고 갈등하던 나.. 2009. 11. 4.
"선생님은 느껴보셨어요?" 수업 시간에 김용택 시인의 작품을 읽는데 시골학교 아이들과 생활하는 모습을 이렇게 그려놓았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리밭에 오는 봄' 같다고. 그 얼굴들이 '나를 향해 피는 꽃' 같다고. 북한군이 못 쳐들어오는 것이 중2가 무서워서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예측 불가인 중2를 맡고 있던 나는 '어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역시 시인은 시인이구나', '시골 초등학생들이니까 예뻐 보이는 거겠지' 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면서, 보리밭에 오는 봄이 얼마나 예쁜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녀석이 묻는다. "선생님도 이렇게 느껴보셨어요?" 순간 속으로 흠칫했다. 무슨 말만 나오면 꼭 '선생님은요?' 하고 묻는 애들이 있는데 아주 성가신 존재들이다. "글....쎄.... 3월을 맞이하며 .. 2009. 9. 4.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아이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아이 아이들이 입학한 지 채 며칠이 되지 않은 어느 날, 벌써부터 우리 반 녀석 하나가 교무실에서 무릎꿇고 벌을 서고 있었다. 체육 선생님이 다가 와서 카드 놀이하는 것을 보고 빼앗아 왔다며 혼이 단단이 나야겠다는 말을 전했다. 아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눈치만 힐끗힐끗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눈에 띄는 아이였다. 서른 셋 중에서 유난히 까불고 장난을 많이 쳤을 뿐 아니라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였기에 내가 기억하고 있었다. 이름도 특이했다. @@이. 다른 학생 같았으면 따끔하게 야단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이 얼굴을 보니 가슴 한켠이 아렸다. 게다가 처음이니 너그럽게 봐주자 싶었다. 일으켜세우며 집에서 하고 학교엔 가져오지 말라고 부드럽게 이른 다음.. 2002.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