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러시아의 사회주의

by 릴라~ 2006. 5. 25.


어제, 러시아에서 십년을 살다 온 학부 학생과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94년부터 2003년까지 모스크바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91년 소피에트 연방이 무너졌으니까 러시아가 가장 힘들 때 그곳에 머문 셈이다.


그녀는 사회주의가 이론으로는 정말 완벽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면 일이 끝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거나 예술을 즐겼다고 한다. 삶의 목적이 노동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있었다고.


그런데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나서는 다들 TV만 멍하니 보게 되고 돈이 매우 많은 사람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이 있을 때 정말 많은 사람이 자살했다고 한다. 임산부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신발이 없어서 못 나가고 집에서 그대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그리고 지금 러시아 청소년들의 인기 직업 1순위는 ‘청부 살인’이란다. 달러를 가장 쉽게,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지금, 러시아의 현실이다.

 

그녀는 거기서 음악학교를 다녔다. 음악학교라서 한 학급에 7명이었고,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했다. 교사들이 특히 한국과 달랐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교사가 많았으며 그들의 자부심이 실로 대단하다고 했다. 철저한 사명감과 엄격한 태도를 지니고 있어서 학생들이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단다. 그 점이 몹시 부러웠다.

 

사회주의 붕괴의 이유는 물론 경제 문제 때문이지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많이 했다고 한다. 그 좋은 제도를 유지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 시스템을 이끌어갈 역량을 지닌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것. 초기에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그 세대가 사라진 후 그 시스템을 계속 끌어가려는 의지와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더 이상 없었기에 결국 붕괴한 거라고.


사실 러시아의 사회주의 실험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유럽 쪽에서 이제 거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통일 후 동독 주민들의 애환을 담은 감동적인 영화, <굿바이 레닌>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