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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다큐35

아리랑 | 김기덕 감독 김기덕 감독의 . 15편의 영화를 쉼 없이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만들어왔던 그가 3년간의 은둔 끝에 내어놓은 바이오그래피. 아침부터 밤까지 그의 산골 오두막의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배경으로 두 명의 김기덕이 치열한 설전을 벌인다.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김기덕은 자신이 은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토로하고 머리를 단정히 빗어올려 묶은 김기덕은 너의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 두 명의 김기덕이 나눈 질문과 대화는 그 대화의 내용이 어떠한가를 넘어서 그간 김기덕 감독이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영화와 삶을 고민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었고 그 '진지함'이 내게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그의 영화의 힘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 .. 2012. 12. 9.
<사랑의 침묵>, 하느님의 신비를 사는 이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신문에 뉴스에 온갖 커다란 목소리들이 우리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세상 속에서, 아주 낮은 곳에서, 아주 작은 속삭임으로, 부드러운 미풍처럼, 깃털처럼 조용히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그들을 향해 현실의 어려움을 피해 편안히 살아가는 '현실 도피'의 삶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이 극도의 고행을 요구하는 힘든 삶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런던 노팅힐 갈멜 수녀원의 수녀님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대면하는 것은 가장 리얼한, 현실적인 행위이며, 자기 자신을 직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그리고 그러한 삶은 부르심을 받은 이라면 누구나 따를 수 있고 걸어갈 수 있는 그런 길이라고. '하느님은.. 2012. 12. 2.
<워낭소리>, 할아버지를 닮은 소와 소를 닮은 할아버지 극장에서 상영할 때 놓친 영화다. 아버지께서 보고 싶다고 컴퓨터에 다운 받아 놓으셨길래 큰 TV로 보시라고 연결해 드리다가 끝까지 보게 되었다. 이렇게 마음을 찡하게 하는 다큐일 줄은 몰랐다. '워낭소리'는 40년 가까운 긴 세월을 살아온 한 마리 소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 소처럼 살아왔던 한 세대에 대한 기록, 이제는 곧 사라질 한 시대에 대한 기록이자 평생을 고되게 일하면서도 그 운명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던, 그것을 묵묵히 감내해왔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주인공 할아버지는 8살 때부터 힘줄이 오그라들어 불편한 한쪽 다리를 힘겹게 끌면서 젊었을 땐 8년 남의 집 머슴살이에, 이후로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에 나가 일하면서 9남매를 키웠다 한다. "저 소가 없었으면 나도 못 살았을 거여... 2012. 12. 2.
<말리>, My richness is Life "그때 그의 나이 36세였다" 마지막 자막이 흐를 때 순간 깜짝 놀랐다. 밥 말리가 젊은 날 죽은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본 그의 생애가 워낙 드라마틱했기에 36세라는 나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한 일흔은 산 것 같은 느낌? 7명의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11명의 자녀만 봐도 그렇다. (난 지금까지 뭐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더라. ㅎㅎ) 영화 는 레게의 전설 '밥 말리'의 생애 전반을 그려낸 다큐다. 그의 음악관이나 종교관, 삶의 철학, 가족 관계 등 특정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은 없다. 이 영화의 의의는 어떤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전체적으로 두루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카메라는 밥 말리가 태어난 자메이카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시작해서 그가.. 2012. 10. 19.
<두 개의 문>, 공권력에 던지는 질문 용산 참사. 검찰과 경찰은 30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망루 안에 있던 이들은 죽음을 당했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던 경찰특공대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이 열렸다. 참사의 책임은 시위대에 돌려지고 이들은 아직 복역 중이며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죽은 이들은 말이 없고 살아있는 이들은 입을 다문 상황에서 진실에 근접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카메라의 눈이다. 이 영화는 당시 참사 과정을 가까이에서 찍었던 인터넷 방송의 자료와 이후 재판 내용에 기초하여 우리를 잃어버린 그 시간 속으로 이끌고 간다. 영화가 차분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들, 물대포가 쏟아지고 화염이 치솟는 망루 위의 상황은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었다. 그 자체만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임을 전해주었다. 영화는 .. 2012. 7. 27.
<말하는 건축가>, 시간의 집을 짓는 사람 건축 하면 '공간'을 다루는 작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건축가 정기용은 자신의 건축이 '시간'을 설계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살아나는 공간, 삶이 회복되는 공간,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회복되는 공간. 그의 대부분 작업은 공공건축이지만 영화에는 그가 애착을 갖는 '자두나무집'이라는 개인 주택이 한 채 나온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세상으로부터 숨어서 자기만의 아늑한 공간을 갖고 싶었던 안주인을 위해 건축가 정기용이 특별히 설계한 집이었다. 규모가 꽤 큰 편인데도 밖에서 보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눈에 띄지 않게 나즈막하게 만들었다. 이 집을 그는 '시간이 머무는 집'이라 불렀다. 도시는 시간이 손에 잡히지 않고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곳이라면 그곳에선 우리가 하루하루 지내면서 느끼는 감정과 추억들이 우리.. 2012. 6. 25.
다큐 - 어머니 자신의 온몸에 불을 지르고 죽어가던 한 청년이 어머니를 애타게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부탁을 꼭 이루어달라고 어머니에게 몇 번이나 소리친다. 어머니는 이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꼭 네 소원을 이루겠다고 답하고 아들을 떠나보낸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이다. 영화 는 이소선 여사가 돌아가시기 약 이년 전부터 촬영되었다. 작년에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분의 마지막 근황에 대한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영화는 이소선 어머니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40여년 전 어머니와 아들의 마지막 장면을 실험 연극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선을 담으려 했다. '노동자의 어머니'란 호칭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감독의 질문에 어머니는 답한다. 노동자(전태일)의 어머니가 맞는데 뭘.. 2012. 5. 5.
다큐 - 달팽이의 별 오감 중에서 시각과 청각 없이 살아간다는 것, 촉각과 후각, 미각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는 적막한 우주 공간 속에 혼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시청각 장애인들은 '우주인'이라고. 영화 은 시청각 장애인인 그(조영찬)과 척추 장애로 키가 보통 사람의 절반밖에 안 되는 그녀(김순호)의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보통 사람과 달리 형광등 하나 갈아 끼우는 것도 이들에겐 큰 도전이다. 한참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나는 그가 형광등을 가는 데 성공하고 그녀가 스위치를 켜고 다시 방에 불이 환하게 들어오자 휴~ 하고 안도했다. 이 두 사람이 오손도손 사는 모습은 그저 '사랑'이라는 말로 이야기하기엔 너무 따스하고 다정하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별에 살고 있었다. 그 .. 2012. 4. 8.
다큐 - 오래된 인력거 이성규 감독이니까 찍을 수 있는 영화였다. 십여 년에 걸친 그의 인도 여행과 주인공 샴린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샴린의 삶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 (샴린은 여행자들 사이에 무척 유명하다고 한다. 몇 년 전 캘커타에 갔던 친구 J는 샴린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착실해서 한국 여행자들이 그의 릭샤를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13명의 식구들을 거느린 가장 샴린, 아내는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열심히 공부해 성공할 것을 기대했던 큰아들은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고 집을 나갔다. 샴린에게 주어진 기회는 오직 인력거를 끄는 것. 그는 힘듦을 기꺼이 감내하고 그것을 기쁘게 진다. 인력거는 그에겐 신성한 것이었으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의 꿈은 돈을 모아 오토릭샤를 사는 것.. 2012. 3. 1.
다큐 - Jam Docu 강정 한 사나이가 구럼비 바위에 누워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바닷바람이 주름을 새겨놓았다. 우직하고 진실한 인상을 주었다. 둥그렇고 넓적한 바위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면서 어릴 때부터 이 바위에서 뒹굴었다고,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이렇게 딱 누워있으면 바위가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강동마을 회장 강동균씨였다. 한 여인이 감옥에 있었다.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포크레인 아래건 길바닥이건 눕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공무집행 방해죄로 수감되었다. 긴 머리카락이 약간 야윈 얼굴을 감싸고 있었지만, 괜찮다고, 이것은 세계 평화가 걸린 문제라고 반드시 막아낼 거라고 했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중국의 미사일 일차 방어선이 될 거라고 보고 있었다. 포크레인 밑에서 왜 그렇게 핸드폰을 계속하냐는 감독의 .. 2012. 2. 24.
다큐 - 오월애 오월愛 감독 김태일 (2010 / 한국) 출연 양동남 상세보기 그들을 잊고 있었다. 80년 광주를 지켰던 시민들. 거리에 큰 솥을 걸어놓고 시민군에게 밥을 해먹였던 어머니들. 도청을 지켰던 청년들. 그들에게 밥을 해주었던 여성들-그 중엔 여고생도 몇 명 있었다 한다- , 계엄군에 진압되기 전 도청을 빠져나오며 울었던 사람들. 자녀들이 그곳에 있어 노심초사했던 부모들, 주검이 되어 돌아온 자식을 맞은, 혹은 주검조차 잃어버린 사람들. 살아 남았으나 이후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 당시 계엄군이었다가 그 죄책감으로 이후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이까지. (스포일러 많음) 그들이 여전히 지금,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80년 거리에서 노점상을 하며 시민군을 도았던 아주머니들은 이.. 2011. 6. 2.
댜큐 - 얀의 홈(Home) 지난 일요일, 본가에서 빈둥거리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본 다큐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자연 경관이 낯이 익어서 얀 베르트랑이 아닐까 했는데, 그가 촬영한 다큐가 맞았다. 그의 항공 사진은 매우 특별해서 누구나 금새 알아볼 수 있다. 저 높은 곳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어떤 기분일까. 특히 얀 베르트랑처럼 수십 년을 하늘 위에서 이 지구 구석구석을 관찰해온 사람이라면. 그곳에서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단순히 풍경을 넘어서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을 다른 각도로 보는 시야를 열어줄 것 같다. 예전에 얀의 사진집을 보면서 이 지상의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했는데, 이 다큐에선 그보다 몇 배는 더 진한 감동을 느꼈다. HD 다큐를 큰 화면으로 보면서 광활한 장면들에 빠져들어서기도 .. 2011. 1. 8.
다큐 - 땡큐 마스터 킴 땡큐, 마스터 킴 감독 엠마 프란츠 (2008 / 오스트레일리아,일본) 출연 사이먼 바커,김석출 상세보기 오랜만에 본 음악 영화다. 호주 출신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우리 나라 무형문화재 82호 김석출 명인의 음악에 반해 그를 찾아간다는 이색적인 내용의 다큐인데,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음악도 좋았고, 음악에 대한, 한국의 리듬의 본질에 대한, 주인공 사이먼의 진지한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배길동 명창, 박병천 명인 등 대가들의 한 마디 한 마디도 마음에 남는 무언가가 있었다. (스포일러 있음) 십 여년의 경력을 지닌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자기 음악의 한계를 느끼고 탈출구를 찾는다. 그 때 우연히 들은 것이 김석출의 음반. 수백 번을 들으며 반했고 그를 찾아 한국에 7번이나 왔으나 만나지 못한다. 그러던 차에.. 2010. 10. 13.
다큐 - 선라이즈 선셋 선라이즈 선셋 감독 비탈리 만스키 (2008 / 중국,인도,러시아) 출연 달라이 라마 상세보기  달라이 라마. 꼭 한번은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었다. 올 여름 라다크에 갔더라면 그 근처 마을에서 해마다 열리는 달라이라마 강연회에 참석했을 터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라다크 여행을 포기했는데, 만약 갔더라면, 올 여름 라다크를 덮친 홍수 때문에 제 때 귀국을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달라이라마의 하루를 가감없이 찍은 다큐다. 이 분을 뵙노라면 그 솔직함과 소박함에 놀라게 된다. 티벳의 살아있는 부처인데도, 이 분한테는 권위랄까, 깨달은 자에게 있을 법한 고요와 성스러움 그런 것들이 풍기지 않는다. 정말 소탈 그 자체다. 말하는 방식도 그렇고, 웃음 소리도 이웃집 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 그 평범함과 일.. 2010. 9. 14.
다큐 - 경계도시 2 경계도시2 감독 홍형숙 (2009 / 한국) 출연 송두율 상세보기  영화 소개를 보고, 아 내가 그 사건을 까맣게 잊었구나 했다. 이 영화는 2003년 한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송두율 교수를 취재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당시 일부러 기사를 챙겨읽지는 못했고, 뉴스에서 간간이 들리는 소식을 보면서, 나는 그저, 국가보안법이 또 한 명을 죽이는구나, 그렇게 피상적으로 생각했었다. 송두율 교수가 결국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가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 사건이 지닌 의미에 대해서는 성찰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2010년에 본 이 영화는 뒤늦게 내게 그 사건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고, 내게 송두율이라는 한 개인이 어떤 지향으로 삶을 살아왔고, 그가 한국 사회에 돌아.. 2010.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