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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550

교실을 위한 프레이리/ 아이러 쇼어 이런 책을 읽을 때 자주 목격하게 되는, 앞뒤 맥락을 끊어놓는 어설픈 번역ㅜㅜ ## 이슈를 파악한 뒤 우리는 어떻게 그 이슈들을 교실로 가져와서 토론을 할 것인가? 이러한 이슈들은 정서적일뿐더러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 '코드'(프레이리의 용어로는 코드화codification)라 일컫는 토론에서 귀납적인 질문이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에 터해 토론 내용을 생각하며, 그 경험을 더 넓은 사회적 맥락과 연결 지으면서 대안을 생각해낼 수 있게 된다. 코드는 듣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비판적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물리적 표상이다. 코드는 처음에 교사에 의해 개발되다가 학습 진행 과정에서는 학생들에 의해 대화 기록이나 이야기, 사진, 풍자, 콜라주, 노래 등의 여러 .. 2018. 3. 26.
교사를 세우는 교육과정/ 박승열 ## (...)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의 교육과정은 교과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교육은 과연 교육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을까? 이렇게 교과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교육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두 가지 의문이 있다. 먼저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편제되어 있는 교과의 문제이다. 좁은 의미로 교육과정은 곧 교과이다. 교과는 과연 교육의 이상 추구, 인간의 변화와 성장, 공적 세계로의 입문, 좋은 삶의 실현에 도움을 주고 있을까? 아마 교사가 학교에서 교과를 잘 가르치고 학생은 학교에서 교과를 잘 배우면 일부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과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앞의 교육 목적을 달성하려면 전통적인 교과.. 2018. 3. 26.
나는 누구인가 / 강신주 외 __ 삶의 궁극적 동력은 나를 표현하는 것 ## 가끔 중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감옥 같은 곳에서 하루 열 몇 시간씩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전부 다 좋은 대학 가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라고 말합니다. 그 액수도 어마어마해서 몇 억도 아니고 몇 십 억, 몇 백 억을 벌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욕망과 능력을 연결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유도 없습니다. 과정도 없이 그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욕망과 능력에 간극이 생길 때 우리 몸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모든 질병과 번뇌의 원천이 됩니다. 뇌의 능력과 욕망이 한 계단, 한 계단 함께 올라가야 하는데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저 꼭대기에 있는 커다.. 2018. 3. 24.
돌베개/ 장준하 나는 "못난 조상이 또다시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이 수기 속에서 중언부언했다. 왜냐하면 내가 광막한 중원 대륙 수수밭 속에 누워 침 없이 마른입으로 몇 번이나 되씹었고 또 눈 덩어리를 베개로 하고 동사의 기로에서 밤을 지새우며 한없이 울부짖었던 이 말이 곧 나라를 빼앗긴 우리의 못난 조상에 대한 한스러움과 다시는 후손에게 욕된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우리의 단호한 결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복 조국의 하늘 밑에는 적반하장의 세상이 왔다. 펼쳐진 현대사는 독립을 위해 이름 없이 피 뿜고 쓰러진 주검 위에서 칼을 든 자들을 군림시켰다. 내가 보고 들은 그 수없는 주검들이 서러워질 뿐, 여기 그 불쌍한 선열들 앞에 이 증언을 바람의 묘비로 띄우고자 한다. p6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가슴.. 2018. 1. 9.
나이듦 수업 | 고미숙 외 ㅡ 노년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고찰 6명의 강연을 묶은 책이다. "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은 한국 사회에 대한 정확하고 정직한 분석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꿰뚫어보고 거기에서부터 어떤 노년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6명의 저자 중에서 고미숙, 정희진, 김태형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고미숙 ~ 우리 조상들은 60까지밖에 못 살았다 하더라도 16세에 결혼해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맛 보고 갔다면, 결혼 및 출산이 늦은 지금 세대는 40대에도 사춘기적 심리 상태에 머문 이들이 많아 10대의 정신으로 죽음을 맞닥뜨리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은 연명에 불과하며 노년의 지혜로움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 2018. 1. 8.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 우치다 타츠루 ㅡ 실없이 웃으며 수준 높게 일하기 우치다 타츠루의 책은 가벼운 에세이라도 항상 뭔가 건질 것이 있다. 일본 사회의 변화 양상, 특히 젊은 세대가 처한 상황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신작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에서는 저자의 인생관이 어느 시점에서 결정되었는지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소개되어 있어 재미있었다. 그는 사춘기가 접어들자마자 부모와 자신은 뭔가 다르다고 느껴서 바로 집을 얻어서 나왔다고 한다. 물론 몇 달 후 다시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 경험은 이후 그의 삶을 좌우한다. 그는 '참고 견디는' 삶을 거부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계속 참을 때 흔히 말하는, 감정적으로 둔감한, 존재의 외피를 두꺼운 껍질이 둘러싼 것 같은, '꼰대'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사춘기 때 그가 참지 않고 나왔기 때문에 이후 그는 부.. 2017. 11. 26.
영초 언니 | 서명숙 ㅡ 유신정권에 맨몸으로 맞선 청춘들의 이야기 한 시대의 진실한 기록 앞에서 잠시 가슴이 먹먹했다. 이 소설은, 아니 사실을 기록한 넌픽션은 70년대 유신정권 말, 386 이전 세대가 마주친 세상의 이야기다.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들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마치 의병운동을 하듯 두려움에 떨면서도 목소리를 외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 시대를 가장 아프고 치열하게 건너갔고 그 거센 물살의 흔적으로부터 내내 자유로울 수 없어서 이후에도 사회에서 결코 행복하고 안온하게 살아갈 수 없었던 그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 지금 영초 언니는 심각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자신에 대해 간단한 말밖에 하지 못하고 저자 서명숙은 영초 언니를 대신해서 그녀와 그 자신의 이야기를 먼 기억 속에서 불러와 우리 앞에 꺼내놓는다. 소설 태백산맥에서도 만나지 못한(남자주인공의 조연이나 성.. 2017. 11. 21.
공부 공부/ 엄기호 ##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경탄하고 압도당할 수 있지만, 공부 없이는 그것을 향유하지 못한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파악하고 이름을 붙이는 지적 과정의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이런 지적 쾌감을 느끼지 못할 때 공부는 그저 괴로운 것이 될 뿐이다. 이게 바로 공부하게 만들려다 자주 일어나는 '공부를 죽이는' 방식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면, 경험의 구조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배우는 이가 자신을 압도해 경탄을 일으키는 대상을 만날 때, 그 경험을 공부에 관한 경험으로 바꿔치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면 배우는 이는 분별하는 힘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가도 공부 자체에 압도된다. 공부는 '지겹고 고통스럽기만 한 것'으로 겪어버리기 때문에 다시는 .. 2017. 10. 31.
학교를 살려라/ 프랭클린 샤겔 & 제이 스민크 ## 체계적 개혁의 필요성 우리는 중요한 교육개혁 시기의 중심에 있지만 대부분의 노력들은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고 다양한 이유로 실패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시도된 개혁들이 일시적이고, 원인보다는 증상을 다루고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우선 많은 개혁 노력은 시작과 종결, 진행과 중지의 과정을 거친다. 개혁의 움직임은 성공에 대한 열정이 있는 그룹이나 옹호자들로부터 자극을 받아 우선은 급격한 성장으로 시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정 시점이 되면 그것은 정체상태에 도달한다. (...) 원인보다 증상을 다룬다 : 두번째로 대부분의 조직은 문제의 원인보다는 증상을 다룬다. 증상은 겉으로 드러나고 명백하기 때문에 이것은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도 빠른 반.. 2017. 10. 31.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김현수 정신과 의사들 중에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분들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힘을 쏟는 정혜신 박사가 대표적인 분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특별하다. 대안학교(성장학교 별) 운영과 오랜 청소년 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의 학교 적응 문제와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가장 현장과 밀착된 통찰을 보여주는 분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필독서. ## 우리나라 아이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결핍 사회의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풍요로운 세상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을까?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제도적으로도 다 갖추어져 있는데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관심, 보살핌, 목표 의식, 충만감, 동기, 죽음에 대한 의식, 삶의 소중함에 대한 성찰, 시간의 소중함, 자연의 고마움,.. 2017. 10. 30.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 진보교육연구소 ## 폴 윌리스가 [학교와 계급 재생산]이라는 책에서 다룬 연구에 보면 '싸나이들'이 나옵니다. '싸나이들'은 어차피 노동계급이 될 자신들의 현실을 '간파'하고 공식적인 학교 문화와 규율에서 벗어나 비공식적인 자신들만의 거친 문화-음주, 흡연, 거친 복장과 말투, 학습 경시, 수업 이탈과 방해, 마초적 행동 등을 행하는 청소년 집단을 가리킵니다. 반면에 선생님 말 잘 듣고 숙제 잘 해오는 착실한 학생 집단을 '귓구멍이들'로 부릅니다. 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학교 공식 문화에 저항했던 아이들이 커서도 지배체제에 더 저항적일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들에 대한 추적 조사 연구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싸나이들'은 음주, 마초, 스포츠 문화에 젖어든 채 지배체제에 순응해갔던 반면 노동운동 .. 2017. 10. 4.
얀과 카와카마스 | 미치다 준 — 이 책을 읽고나면 하루를 쉬어야 한다 ## 만약 그대가 카와스마스는 늘 꾸기만 하고, 게다가 꾸어 간 것들을 갚을 줄 몰라 교활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그대가 조금 지쳐 있다는 증거다. 오늘 하루는 우선 학교를 쉬어라. 학원도, 에비학교도 쉬어라. 회사도 쉬어라. 온 하루를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있어 보는 것이다. 만약 그대가 혹여 카와스마스는 이름의 날을 구실로 삼은 사기꾼이라고 여긴다면, 장 주네처럼 가방 속에 칫솔 하나만 달랑 넣고서 지금 곧 회사에 사직서를 내던지고, 학교는 무단으로, 학원이나 예비학교는 지체없이 그만두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 보라. 아득히 먼 이국의, 여행지의 싸구려 호텔을 전전하면서 그냥 그대로 인생 최후의 날에 칫솔 하나 남기고 떠난다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그대의 책임이다. 도저히 그런 일은 못하겠다, 나날의.. 2017. 9. 29.
접힘과 펼쳐짐 | 이정우 — 고전을 읽는 세 가지 방식 ## 고전을 읽는 한 가지 양태는 텍스트 자체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텍스트 자체를 놓고 그 텍스트의 내용, 구조, 개념, 글쓰기 방식 같은 것들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내재적 독해'라고 부를 수 있죠. 이거은 일반적으로 철학 전문가들이 채택하는 방식입니다. '~에 있어서의 ~의 개념' 같은 제목이 이런 연구 방식을 상징하죠. 이런 독해 방식을 방법론적으로 다듬어 낸 사람으로 마르샬 게루가 있습니다.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사람인데, 당시에 유행하던 외재적 방법에 반기를 들고 철학을 다른 담론으로 환원시키기보다 그 자체의 '건축학적 구조', 즉 개념 구축의 맥락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게루는 철학사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를 연구해 메타 철학사를 개척하고, 또 그 방식에 따라 근대 철학(.. 2017. 9. 29.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경향신문 문화부 _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깊게, 깊은 것은 유쾌하게 ## 이렇게 자기만의 생각의 틀을 갖게 하는 것이 강신주의 인문학이다. 그는 이런 점에서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민주주의는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자신만이 쓸 수 있는 표현과 말을 찾아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소설과 시를 쓸 때에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그가 인문학을 늘 '고유명사의 학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 강신주는 글쓰기에서 첫 문장, 첫 문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첫 문장에서 프로인지 아닌지, 즉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문체를 갖춘 사람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 자신도 첫 문단을 쓰기 위해 무려 13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떨어지지 않은 적이 있다면서, 첫 문장을 잘 쓰려면 글이 안 써진다고 쉽게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 2017. 9. 28.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담백한 문장, 연륜에서 우러난 깊이, 진부하지 않은 성찰. ## 그 시절에 우리는 모두 괴물이었다. 불의를 불의라고 말하는 것이 금지된 시대에 사람들은 분노를 내장에 쌓아두고 살았다. 전두환 시대가 혹독했다 하나 사람들을 한데 묶는 의기가 벌써 솟아오르고 있었다. 유신시대의 ㅈ럼은이들은 자기 안의 무력한 분노 때문에 더욱 불행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대학생들의 편에서 박정희를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존경한다는 말을 들으면 저 우체국 창구를 뛰어넘을 때와 같은 충동을 다시금 느낀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라면, 한때의 압제와 불의는 세월의 강 저편으로 물러나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으니, 그렇게 어떻게 이루어졌다는 경제적 성과를 두 손으로 거머쥐기만 하면 그만일 것이다. 과거는 바로 그렇게 착취당한다. 어떤 사람.. 2017.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