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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379

김탁환 작가 북콘서트 후기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데 처음 만났다. 신작 '사랑과 혁명' 북콘서트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이 책을 쓸 무렵 작가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곡성에 정착한다. 곡성에서 농사 짓고 섬진강과 자연을 벗하며 산 시간이 소설 구성과 내용에 큰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작가가 소설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이들은 곡성의 옹기꾼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천주교 지도부는 와해된다. 정약용 삼형제가 순교하거나 귀양을 가게 된 게 이때다. 남은 신도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진다. 그들이 서울에서 가장 멀리 내려와 정착한 곳이 바로 곡성이다. 곡성까지 내려온 거다. 서울에서 내려올 때 그들의 신분은 양반, 중인, 상민, 천민 등 다양했지만 곡성에서 그들은 평등을 이룬다. 옹기꾼이라는 천민으로. 모두 천민이 되었다... 2023. 11. 6.
대구 시내 성지 스탬프 찍기, 순례에 대하여 축복장 받으려고, 축복이란 말에 이끌려 시작한 서울 순례길. 순례를 마치고 우리 지역의 성지도 다 못 보았구나 싶어서 주말 이틀에 걸쳐 대구 시내 성지 9군데를 돌았다. 계산성당, 성모당 등 오랫동안 드나들었던 곳도 새로웠고, 새방골, 비산, 복자성당은 처음이었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별 생각 없이 그냥 함 둘러봐야지, 스탬프나 다 찍어봐야지 그렇게 시작한 걸음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군데 두 군데... 아홉 군데 성당을 거치면서 뭔가 마음에 살랑살랑 다른 기운이 스며들었다. 신앙심이 없이 시작한 길이었는데 길의 풍경이 쌓이고 쌓이면서 마음에 신선한 바람이 새로 불어오는 기분이었다. 대구 순례의 마지막은 복자성당이었다. 그 앞을 지나친 적은 있지만 들어가보긴 처음이었다. 울 엄마아빠가 결혼한 곳.. 2023. 10. 31.
뮤지컬 "그날들", 김광석의 명곡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스토리 제목 보고 운동권 이야기인 줄 알았다. 차라리 그랬으면 더 감동이 깊었을 것이다. 박종철 군 이야기라든다. 김광석의 노래가 그 시대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뮤지컬 '그날들'은 창작 뮤지컬이다. 아, 진짜 스토리가 아쉬워도 너무 아쉬웠다. 경호원 두 명과 통역사 한 명이 주인공인데, 아니 왜 안기부가 통역사를 죽이냐고. 그 이유는 어디에도 안 나오고, 경호원 두 명의 캐릭터도 분명하지 않았다. 이 뮤지컬을 보면서 '노트르담 드 파리'나 '레미제라블'이 왜 그렇게 대작인지 바로 이해가 갔다. 캐릭터가 분명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날들'의 캐릭터 세 명은 딱히 인상적인 부분이 없었다. 대통령 딸래미도 영 이해 안 가고 어색. 그래서 1부를 볼 때는, 아니 스토리가 왜 이래, 내내 중얼거리며 보다가 2부에서.. 2023. 10. 27.
AI가 할 수 없는 일 이틀간 감을 땄다. 모친 소유의 밭인데 감나무가 많다. 집에서도 가깝고 양지 바른 반듯한 땅이다. 시지에서 얼마 남지 않은 그린벨트에 있는 이 땅을 사자마자 아빠가 병 나서 돌아가셨었다. 여기서 한 번도 농사를 못 지으셨고 모친이 졸지에 땅을 떠맡게 되었다. 농사 지은 지 7년 넘어야 팔 수 있어(세금 문제) 감나무를 좍 심었었다. 상품성이 있는 큰 거부터 골라서 따고 그 다음에 중간 사이즈를 땄다. 작은 건 더 크라고 남겨뒀고. 감 한 알 한 일을 다 손으로 따야한다. 이런 건 AI가 못한다. 딱 몇 센티 기계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다른 것과 상대적 비교에 의해 순간순간 감으로 하므로. 우리가 먹는 모든 과일이 이렇게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친 것들이다. 앞으로도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다. 감을 따다가 .. 2023. 10. 15.
축복장과 명품 __ 서울 순례길 완주 축복, Blessing, 누구나 삶의 축복을 희구한다. 당신의 삶을 축복합니다. 얼마나 다정한 말인가. 축복은 복을 빌어준다는 뜻이다. 저주의 반대말이다. 완주하면 '축복장'을 준다길래 거기 혹해서 9월에 서울 순례길을 완주했다. 원래 걷고 싶었던 길이지만, 축복장이 동기 부여에 큰 역할을 했다. 종이 쪼가리 하나 받으려고 1박 2일 두 번, 총 나흘을 서울에서 보냈다. 아마 중세 때 면죄부도 잘 팔렸을 것 같다. 뭐랄까, 그냥 삶에 새로운 기운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올해 좀 침체될 만한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무사히 축복장을 받고 돌아가는 길, 어쩌면 사람들이 명품을 두르고 다니는 것도 자기 삶에 무언가 좋은 기운을 부여하고 싶은 게 아니겠나 싶었다. 명품을 사고 싶은 심리와 축복장을 받고 싶은 심리.. 2023. 10. 15.
거실에서 낙엽을 쓸다 아침을 낙엽을 쓸며 시작한다. 집 마당이 아니라 아파트 거실에서. 주범은 고추나무다. 씨앗에서 시작한 녀석이 몇 달 새 큰 나무로 자라길래 관상용으로 최고다 했는데, 왜 실내에서 안 키우는지 알았다. 가을이 되니 날마다 잎을 우수수 떨어뜨린다. 집에서 왜 고추를 키우냐고? 전직 농부이자 영혼의 꿈이 농부인 D 때문이다. 고향은 멀고 대구엔 한 뼘 땅도 없는 이 정신적 농부는 집에서 방울토마토를 비롯해 고추, 참외 같은 것만 기른다. 실내용 식물과 달리 정글처럼 금세 무성해지는 이 먹을거리 식물들이 올여름 우리 거실을 푸르게 만들었었다. 마치 밀림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는데 방울토마토는 다 정리하고 이제 고추가 거실을 지키고 있다. 고춧잎이 다 떨어지면 늦가을 혹은 겨울이겠지. 아침마다 거실을 쓸며 계절을 .. 2023. 10. 10.
늦게 피는 꽃 여름내 베란다를 환히 밝혀주던 봉숭아들이 지는 계절, 꽃은 예전에 지고 이제 잎도 다 떨어져 한 해 살이를 마감하는 이때, 뒤늦게 맡둥 근처 작은 가지에서 하얀 꽃이 피었다. ‘어머나! 넌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이제 가을인데, 날도 쌀쌀한데..’ 하얀 꽃은 말없이 햇살 아래 그저 수줍게 눈인사만 한다. 여름 다 보내고 이제서야 찾아온 꽃, 늦게 피는 꽃을 보고 자연은 이토록 넉넉하고 너그럽구나 했다. 이 녀석에겐 지금이 자신의 때다. 나는 왜 안 피냐고 주위와 비교하는 분이 있다면 이 자연의 넉넉함을 기억하시길. 한참 늦게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2023. 10. 5.
밀크티가 있는 아침 행복엔 많은 게 필요치 않다고 철학자들이 말하지만, 살다보면 부족한 것과 필요한 것 투성이다. 꼭 물질적 욕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재능이나 마음의 평화 등 정신적으로 아쉬운 게 더 많을 때도 많다. 어찌보면 24시간 인간은 온갖 결핍들을 껴안고 산다. 삶이란 게 그 결핍을 다 메울 수 없는 것임을 이성적으로는 잘 알지만,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불교에서 그렇게 탐진치를 경계한 게 아닌가 싶다. 가끔 사소한 물건 하나가 단순함의 미덕을 상기시켜준다. 내겐 휴일날 소박한 아침식사가 대개 그런 역할을 한다. 휴일 아침에 갓 구운 고소한 프렌치토스트 한 조각, 그리고 진한 밀크티... 책장이 술술 넘어가면서 지적 자극 가득한 책. 이 정도면 모든 게 다 갖추어진 것 같다. 커피 끊기 위해 사둔 '트위닝.. 2023. 10. 3.
기다림의 선물 아침에 깜짝 놀랐다. 빨래를 걷으려고 베란다 창문을 열다가 알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손님이 오셨음을. 올해는 못 볼 줄 알았는데... 교실에서 키우던 화분을 집으로 옮겨온 게 8월 어느 날이었다. 그 후 나팔꽃 덩굴손이 베란다 벽에 설치한 줄을 따라 천장까지 올라갔지만, 잎만 무성하고 꽃 소식은 없었다. 모든 건 때가 되어야 하나보다. 여름 다 지나고 가을의 초입에 첫인사를 한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 작은 꽃이 선물하는 생명의 기운에 난 잠시 몸을 떨며 감탄했다. 자연은 날마다 새롭지만 아파트에선 그 꿈틀거림을 느낄 수 없다. 샷시 때문인지 비가 와도 빗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우리 집은 19층 꼭지층이어서 먼 산과 하늘이 내다보이고 그 풍경으로 만족하지만, 소리와 냄새, 촉감은 느낄 .. 2023. 10. 2.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 국어교사모임 등으로부터 작가와의 만남, 행사 문자가 가끔 오지만 저녁 시간이 피곤해 잘 가지 않았다. 이번엔 일부러 챙겨갔는데 정지아 작가였기 때문.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작가였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더더욱. '아버지의 해방일지' 관련 사담은 유시민의 알릴레오 내용과 겹쳐서 가볍게 들었는데, 그밖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내용이 많았다. 말과 글이 달라서 작가들이 중언부언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분은 이야기를 정말 잘하셨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논리정연하게 전달하셔서 놀랐다. 계속 안 팔리는 작가이다가 60세에 떠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하셔서 다들 웃음..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MZ 세대에게 히트친 건 나는 작품의 힘 때문이라 생각한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매우 높기에.. 2023. 9. 22.
가까운 숲을 걷다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진짜 숲에 들어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전거로 20분을 달려온 L은 덕원고 옆 개울 앞에서 멈춰섰다. 욱수골에서 발원해 아파트 사이를 가로질러 금호강으로 흘러가는 욱수천이다. 전날 내린 비로 수량이 많아져서 물소리가 세찼다. 개울 양편으로는 그리 높지 않은 산등성이가 길게 이어졌다. L은 개울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깐 주위를 둘러보더니 징검다리를 건너서 덕원고 뒤편에 있는 비탈진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은 쾌청했고 오후의 그늘이 산에 드리워져 있었다. L의 눈동자에도 하얀 모니터 화면 대신에 산이 걸렸다. ‘눈이 다 시원하네.’ 숲속으로 한 발 한 발 들어가자 L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이 있었다. 후각을 온통 사로잡는 흙 냄새였다. 그 냄새가 너무 강렬해서 L은 깜짝 .. 2023. 9. 19.
약령시의 근대건축물, 교남 YMCA에서 1. 대구 중심가 반월당 현대백화점 뒤에는 300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약령시가 있다. 대구 역령시가 번창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대구가 경상감영 소재지일 뿐 아니라 낙동강과 금호강에 접해 있어 약재 수송에 매우 유리했다 한다. 인접한 군현에 한약재의 명산지가 많았고, 대동법 실시 이후 원칙적으로 약재는 시장을 통해서만 조달해야 한 점도 이유의 하나라고 한다. 아무튼 이런 연유로 대구 역령시는 효종 연간에 생겨서 300년간 번창하였다 내 어릴 적 약령시는 진짜 한약방만 잔뜩 늘어선 거리였다. 길을 걸으면 한약 냄새가 자욱했다. 지금 이곳은 시내 중심가라 레스토랑과 카페, 가게가 더 많다. 염매시장 자리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이후 그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젠 거리의 한약방은 명맥만 남.. 2023. 9. 17.
푸른 가을날, 저 나무처럼 [벌써 8년이네..] [7년 아니야?] [내년 1월이면 8년째지.] 그랬다.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다. 나는 사십대를 아주 혹독하게 시작했는데 바로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었다. 첫 삼 년은 너무 힘들어서 시간이 어떻게 간 줄도 모르겠다. 결혼해서 새 삶에 적응하면서 어찌어찌 시간이 간 걸 게다. 아빠의 부재는 그래도 여전히 부재 그대로 남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 곁에 있어서 그 시간을 그래도 넘어간 것 같다. 형제가 추석 연휴에 외국에 간다고 해서 군위 가톨릭 묘원에 일찍 다녀왔다. 가을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돌아보면 수많은 죽음의 흔적이 침묵 속에 현존하는 곳. 이곳이 조금 위안이 되는 까닭은 아름답게 가꾼 주변 환경 덕도 있지만 죽음이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평범한 깨달음을 전해주어.. 2023. 9. 12.
아동보호기관이 이 지경이라니.. 오늘에야 알았다. 최근 생을 마감하신 대전 초등 선생님을 고소한 단체가 세이브더칠드0이라니.. 아동보호는커녕 학폭 가해자를 돕는 꼴이다. 세이브도칠드0, 굿네이버0, 초록우0 .. 모두 학교 창체활동에 들어와 편지 쓰기, 모자 뜨기 등을 많이 하는 곳인데 이런 단체인 줄도 모르고 얼마나 많은 쌤들이 협조했는지 .. 기막힌 현실이다. ## 그 뒤로도 10개월간 A씨는 혼자서 긴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 '정서학대'로 판단해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아동학대 조사 기관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며 조사 기관의 문제점도 지적했습.. 2023. 9. 10.
코코넛밀크 그만 먹어야겠네 가끔 기분 전환으로 태국산 미스터초이스 코코넛밀크 주문해 먹었는데 이젠 다시는 못 먹을 듯. 원숭이 강제노동이라니.. ㅠㅠㅠ https://v.daum.net/v/20230910175036556 “우유 대신 많이 마셨는데” ‘이 나라’ 코코넛 먹지 마세요 [지구, 뭐래?][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코코넛 우유 좋아했는데, 송곳니 뽑힌 원숭이가 딴 코코넛일 줄이야…” 아몬드,오트밀, 코코넛 등 식물성 대체 우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우윳값 인상이나 유당v.daum.net 2023.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