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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수업 이야기90

2단원 _ 여행을 마무리하며 2017. 4. 22.
'무량수전'에서 느낀 고마움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최순우 선생의 '부석사 무량수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수업을 준비하는 나는 무량수전의 아름다움보다는 선생이 말한 '사무치는 고마움'의 뜻을 묻고 또 물었다. 무량수전의 정갈한 아름다움에는 나 또한 놀랐지만 그것이 '사무치게' 고마울 것 까지야,,, 하면서. 개성박물관 말단 서기에서 시작해서 국립중앙박물관장까지 한평생을 박물관과 함께 보낸 선생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그의 감격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식민지와 6.25 전쟁을 겪으며 우리 것이 다 흩어지고 우리의 아름다움의 실체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던 시대, 우리 것이 쪼그라든 시대에 우리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찾아간 선생에게 부석사 무량수전과의 만남은 신.. 2017. 4. 16.
'섶섬이 보이는 방'으로의 여행 지난 일주일 동안 '섶섬이 보이는 방'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희덕 시인의 시와 함께. 제주 서귀포 언덕 위 초가, 이중섭과 그의 아내 마사코와 두 아이들이 6.25 전쟁 중 약 일 년간을 함께 부대끼며 살았던 1, 4평의 고방, 조개껍데기처럼 작은 방과 그들이 뛰놀았던 드넓은 바닷가, 모래와 게와 아이들 속으로. 수업은 4차시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에겐 4차시지만 나는 네 반 열 여섯 시간을 수업해서 일주일 내내 내 마음은 제주의 풍광으로 가득차 있었다. 2단원은 '여행'이라는 주제로 나희덕 시인의 '섶섬이 보이는 방'과 최순우 선생의 '부석사 무량수전'을 묶었다. 우리의 자연과 문화, 예술을 글을 통해 만나보자는 테마다. 제주는 그간 십여 차례 이상, 부석사는 두 번을 방문했기에 나름 의미있게 수업할 수.. 2017. 4. 9.
1단원 마무리 _ 그들의 마음을 조금 들여다본 시간 3월 한 달 동안 윤동주, 한용운, 김구와 함께 보냈다.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문학에 흠뻑 빠져본 시간이었다. 한 작품을 충분히 느끼고 싶어서 별 헤는 밤, 나룻배와 행인, 나의 소원(1부와 3부)만 읽었고 작가들의 다른 작품은 아쉽지만 손대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한 작품을 맛보는 데 일주일(4차시) 정도 걸렸다. 동시대의 작품 여럿을 함께 놓고 보는 것도 괜찮았고 시와 수필이 섞여 있어서 동시대의 생각의 편린을 두루 맛보는 느낌도 있었다. 윤동주, 한용운, 김구 이 세 분이 나름 개성이 뚜렷한 분들이고 학생, 승려이자 독립운동가,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의 글이라 동시대 작품이지만 서로 다른 고민의 지점들을 확인하는 것도 괜찮았다. 한 달 동안 애착을 가졌던 작가들을 떠나보내자니 아쉬웠다. 나도 좀 더 잘 .. 2017. 4. 5.
김구 선생의 '소원' 스무 살 되던 해, '백범일지'를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저 별 생각 없이 유명한 책이라길래 한번 봐야지 싶어 대학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세부 내용은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당시 책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는 근대사에 대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평전 등은 더더욱 접해보지 못했기에 백범일지가 다루고 있는 여러 사건들의 의미와 맥락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읽었다. 그때의 독서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한 인물의 생애에 수많은 굴곡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 숱한 굴곡을 헤치며 한 사람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것이 그 자체로 흥미가 있었다. 백범일지 수업은 처음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백범일지 그 자체는 아니고 김구 선생이 1947년 책을 출판할 때 백범일지.. 2017. 4. 1.
한용운과 '나룻배'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은 3차시로 진행했다. '별 헤는 밤'에 비해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수업이었다. 1차시에는 한용운 선생의 생애 개관, 2차시에는 시 내용 이해, 3차시에는 마무리 글쓰기로 진행했다. 한용운 선생(1876-1944)의 생애를 설명하기 위해 다섯 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홍성 - 출생, 동학/을미사변 등 당시 시대적 상황, 성장 과정, 조혼(아들-한보국), 고민 및 가출 백담사 - 정식 출가 중 당시 유행하던 '영환지략'이라는 세계지리 책에 충격을 받고 여행길에 나섬 만행 - 블라디보스톡, 서울, 일본, 만주 등지에서의 일화, 이 시기 독립운동의 동지를 만나 교우함. 서대문형무소 - 최린, 손병휘 등이 진행하던 3.1운동에 민족대표 33인으로 참가(공약 삼장)... 2017. 3. 23.
윤동주의 '별' 일주일을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함께 보냈다. 한 달은 필요하다고 느낄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수업은 4차시로 진행되었다. 1차시에는 작품에 들어가지 않고 배경지식만 다루었다. 모둠별로 학생들이 아는 시인과 독립운동가를 모두 써보게 한 뒤 칠판에 적고 우리들의 앎의 내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보았다. '이름'을 아는 것은 배움의 출발이지만 이름을 안다고 해서 그를 아는 것은 아니다,,, 그분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그분들이 직접 쓴 글을 읽어볼 것이며,,, 아쉽지만 세 분의 작품 세 편만 다룰 것이며, 윤동주가 그 첫번째다,,,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윤동주의 생애를 연대기로 설명해서는 학생들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의 자취가 남아 있는 장소를 4개의 키워드로 뽑았다. 1917~1945,.. 2017. 3. 19.
'주어'가 빠진 교육 _ 어떻게 읽을 것인가 생각해보니 '별 헤는 밤' 수업은 처음이다. 이 시를 다같이 암송한 적은 몇 번 있지만 '별 헤는 밤'이 교과서 주 단원으로 나온 적은 없었다. 지금 교과서에서도 보충 자료에만 등장하는데, 꼭 함께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라 3월 첫 작품으로 선정했다. 글은 단순히 의미 파악의 대상이 아니다. 글은 한 사람의 숨결과 땀이 배어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글의 배후에는 언제나 뜨거운 심장을 지닌 한 사람이 있고, 그가 겪은 시간과 그가 헤쳐간 시대가 가로놓여 있다. 글을 읽는 것은 그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그가 세상을 헤쳐가는 방식을 따라가보는 것이다. 물론 문학 작품의 경우 작가의 삶이 작품 내용와 직결되지는 않으며 작품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화학적 반응을 독자 안에서 탄생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이.. 2017. 3. 13.
2017 교육과정 재구성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내려오니 교과서 내용도 시시하고 교과서 글들이 어떤 주제나 방향 없이 교육과정의 조각난 목표에 따라 이리저리 짜깁기 되어 있어서 가르치는 게 영 재미가 없었다. 지적 자극도 전혀 없고. 작년 한 해는 그냥 지나보냈고 올해는 에라, 내 멋대로 가르쳐보자 해서 교과서 단원을 재편성했다. 교과서에서 꼭 읽어야 할 글만 뽑아서 주제별로 묶어서 깔끔하게 정리. 작은 학교여서 2학년 한 학년을 나 혼자 가르치기에 가능한 일. 3월을 윤동주, 한용운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비로소 안도감이 든다. 1. 불행한 시대의 선각자들 (1) 시 - 별 헤는 밤(윤동주) p218 (2) 시 -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p55 (3) 수필 -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김구) p204 2. 어떤 특별한 여행 - 우리 .. 2017. 3. 12.
한글이라는 선물 우리는 문화유산 하면 흔히 석굴암, 불국사와 같은 건축물이나 유물을 떠올리지만 조상들이 남겨준 유산 중 가장 값진 것은 그들이 남긴‘말’이랍니다. 우리가 날마다 쓰는 이 ‘말’ 속엔 그 말을 만들고 사용해온 옛 선인들의 얼이 깃들어 있고 지금 우리 시대에도 후손에게 전해질 새 말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소리 나는 말을 기록할 글자가 없어 1443년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0%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쉽고 좋은 글자라는 뜻이지요. 역사에 ‘만일’이라는 가정은 불필요하지만 한글을 좀 더 일찍이 국가 공식 문서와 지식인들이 학문을 할 때 사용했더라면 그래서 문자로 기록된 지식의 혜택이 백성들에게 미치고 그들의 잠재력이 널리 꽃필 수 있었다면 가슴 아픈 식민지 시.. 2013. 10. 10.
학생 수필 _ 삭발투쟁기 * 다음은 같은 사건을 다룬 두 아이의 글이다. 이 두 아이는 재치있는 질문으로 수업에 늘 웃음을 가져다주는 친구들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내는 아주 건강한 아이들이라고 할까. 덕분에 이 반 수업이 다른 반보다 늘 활기차게 된다. 무(無)로 돌아가라 (2학년 7반 이정*) 더보기 중학교를 다닐 때는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나는 딱히 불량학생이 아니라서 별로 지적을 받지 않았지만 도덕선생님, 배인순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들이 내게 지적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머리카락 길이’ 였다. 솔직히 내 머리는 보면 그렇게 ‘와 쟤 머리 참 길다~!’ 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규정에 아슬아슬한, 배인순 선생님 전용 용어로는 ‘치사한 머리’ 였다. 근데 많은 선생님들이 내 머리가 그렇게 부러.. 2009. 11. 9.
학생 수필 _ 그와 나 상훈이는 키가 작아 맨 앞에 앉았고 대훈이는 덩치가 커서 맨 뒤에 앉았다. 이 둘은 단짝 친구처럼 늘 같이 다녔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교사들도 다들 재미있어 했다. 키 차이도 많이 났지만 하얗고 갸름한 얼굴의 상훈이는 초등학생처럼 귀여웠고, 여드름이 숭숭난 대훈이는 고등학생 이상으로 능글능글해 보였기 때문이다. 수필을 쓰는 시간에 상훈이는 친구 대훈이와의 이야기를 소년다운 감수성으로 그야말로 순수하게 풀어놓았다. 나는 글을 읽으며 둘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그 모습이 상상이 갔다. 상훈이가 둘 사이의 우정이 돌탑을 쌓은 것처럼 굳건하다고 어른스럽고 진지하게 표현하여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이 둘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그를 만난 것은 2년 전이었다. 내가 나이 13살 초등학교 때 같은 .. 2009. 11. 9.
심훈과 상록수 ucc 재작년, 심훈의 을 가르칠 때 참고 자료로 만든 동영상. 심훈이 경기고교 재학 시절, 3, 1 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어머니께 쓴 편지글인데, 나도 교과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품으로 읽으면서 깊이 감동했다. 조국을 염려하는 한 젊은이의 애틋한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명문이다. 학생들도 이 글을 많이 좋아했다. '옥중에서 어머니께 올리는 글월' (심훈) 더보기 어머니! 오늘 아침에 차입해 주신 고의 적삼을 받고서야 제가 이 곳에 와 있는 것을 집에서도 아신 줄 알았습니다. 잠시도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던 막내둥이의 생사를 한 달 동안이나 아득히 아실 길 없으셨으니 그 동안에 오죽이나 애를 태우셨겠습니까? 저는 이 곳까지 굴러오는 동안에 꿈에도 생각지 못하던 고생을 겪었지만 그래도 몸 성.. 2009. 11. 5.
책과 세상 ucc 작년, '문학과 사회' 단원을 가르칠 때 만든 동영상. 요즘 읽는 것보다는 옛날에 좋아한 책이 많이 나온다. 2009. 11. 4.
학생글 - 전설 '아기 장수 우투리'에 대한 해석 10월 한 달 동안 우투리, 바리데기, 만카 등 옛날 이야기와 함께 보냈다. 신화와 전설은 텍스트에 근거하되 자유롭게 해석하는데 중점을 두어 가르쳤다. 학생들 글 중에서 다소 논리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중학교 2학년생들이라서), 일단 자신의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부분이라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뽑힌 글 중에서 보통 3분의 1 정도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쓴 글이지만, 대부분 성적에 상관 없이 좋은 글들을 써낸다. 수필의 경우에는 농땡이들이 더 솔직하고 생동감 있는 글을 쓰는 수가 많다. * 학생 글 모두가 다 동글동글해야 해 (이은*) ‘중간만 가면 된다’. 아까 영상 자료를 보면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3번을 쓰지 못하고 갈등하던 나.. 2009.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