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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3각 고등학교 2학년 가을이었다. 교내 체육대회를 앞두고 선수를 뽑기 위해 학급회의가 열렸다. 실장이 앞에 나와 지원자를 받고 있었다. 늘 내게 부담을 준 체육대회, 초등학교 시절 난 몸이 많이 약해서 달리기를 지독하게 못했다. 못했기 때문에 싫어했다. 꼴찌에서 벗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운동회 날, 6명씩 한 조가 되어 전교생이 모두 뛰는 시간은 내게 고역이었다. 5학년 때였던가. 나는 담임 선생님께 몸이 아파 못 뛰겠다고 거짓말하고는 달리기를 빼먹은 적도 있다. 중학교 때, 우리 학교는 한 반에서 약 60퍼센트 이상의 학생이 선수로 뛰어야 할 만큼 다양한 종목이 있었지만, 3년 내내 나는 한 번도 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못하면 우리반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꼴찌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2000. 10. 17.
올드 퀘벡의 축제 / 캐나다 퀘벡 '00 캐나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 여행 루트가 전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이토록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에 와서 도시만 헤매게 되다니.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을 거치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와 시골 마을처럼 아늑하고 정겨웠던 오타와 말고는 나를 만족시켜 줄 것이 전혀 없었다. 캐나다쪽 록키 산맥을 보거나 피오르드 해안, 혹은 대서양과 마주한 노바스코샤 지역으로 갔어야 했다. 그러나 퀘벡 시티 안의 올드 퀘벡은 잊을 수 없는 멋진 장소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오래된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예스러운 도시가 나타난다. 그 성곽 안 지역이 올드 퀘벡이다. 거리며 건물은 이삼백년 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올드 퀘벡은 업 타운과 로우 타운 두 지역으로 나뉘어진다.. 2000. 10. 3.
파리에서 만난 그림들 '97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빠리는 천국이다. 볼거리들이 도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빠리 거리를 하루 종일 누비면서 하나씩 차례로 들를 수 있다. 빠리에서 보낸 나흘은 과 만나는 시간이었다.박물관을 순례하느라 에펠탑에도, 베르사이유에도 가지 못했다.에펠탑은 멀리서 본 것으로 만족하고 말았다. 루브르에서는 중세를, 오르쎄에서는 근대를, 퐁피두에서는 현대를 만날 수 있다.루브르 박물관은 그 중 가장 지루한 곳이었다.미술에 문외한인 내게 중세 인물화들은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그러나 모나리자와 니케(나이키)를 본 것으로도 충분히 들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루브르다.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보안 때문에 유리 너머로 보아야 했지만그 살아있는 듯한 표정, 묘한 눈길과 마주치면 정말 걸작이란 생각이 든다... 1997. 10. 12.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프랑스 떼제 마을 '97 떼제공동체에서 보낸 며칠은 내 이십대의 가장 빛나는 시간 중 하나다. 그곳에서 전세계 사람들과의 우정, 웃음, 친교, 삶에 대한 빛나는 축복을 선물로 받았다. 만 서른이 되면 내 삼십대를 새로 시작하는 의미에서 떼제에 꼭 다시 가리라 늘 생각했는데, 올해 서른을 넘겨버렸다. 조만간 다시 가보고 싶다. 아주 오랜만에 이 글을 보니, 어릴 때 쓴 것이라서 떼제가 지닌 풍부한 의미를 제대로 표현해내진 못했지만, 내가 무엇에 강한 인상을 받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때 기록을 남겨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로제 수사와 떼제 공동체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리스도여, 나로 하여금 하느님과 함께 매 순간을 경축하게 하시고, 화해한 마음으로 투쟁하게 하시며, 소박한 생활로 주님과 함께 걷게 하소서. (떼.. 1997. 8. 30.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서 / 이스라엘 성지순례 '96 이스라엘은 네팔 안나푸르나와 함께 20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의 하나다. 첫 해외여행지이기도 했고 그곳의 풍광과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갈릴래아 호수의 푸른 물결과 가파르나움... 사마리아의 건조한 사막과 베드윈족... 거대한 바위산과 죽음의 바다 사해... 하얗게 빛나던 고대 도시 예루살렘... 그리고 엠마오... 그 모든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대학생 때 쓴 글이라 좀 어설프지만... 그때의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진정한 여행이란 순례임을 깨달은 시간이어서... 이후의 모든 여행이 이 순례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첫 글로 남겨 둔다. 1996 이스라엘 성지순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서 1. 인생은 순례인가? - 나자렛에서 누군가가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나자.. 1996.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