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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하늘에서 본 제주~대구 제주공항에서 대구공항까지. (사진 찍은 날. 2009. 10. 5) 2010. 1. 8.
일상으로의 복귀 8박 9일간의 제주여행을 마치고 그저께 돌아왔습니다. 별 계획 없이 조용히 쉬려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모든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지금도 마음에 박혀 있습니다. 12월 31일에는 밤새 한라산을 올라가 백록담 정상에서 떠오르는 햇님을 맞았습니다. 제 생애 최고의 일출을 보았고, 그 순간의 감동에 아직도 가슴이 떨립니다. 마음 같아선 더 머물고 싶었지만, 한라산 등반 이후로 발목이 좋지 않았고 또 어제 막을 내리는 영화를 꼭 보고 싶어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동성아트홀에서 본 세 편의 영화도 걸작이었습니다. 그 기운으로 또 한 해를 시작해야겠다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0. 1. 7.
메리 크리스마스 2009년의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오래된 전례 속에 머무는 동안 이 세상에 오신 한 아기의 탄생이 지닌 의미와 기쁨이 잔잔하게 가슴을 채우더군요. 크리스마스는 '탄생'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이 비범한 탄생 이야기 속에는 신이 비천한 마굿간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신비와 별의 인도로 아기를 찾아왔다는 동방박사들의 동화적인 스토리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받아들여야 했던 요셉의 인간적인 고뇌, 마리아의 결단 등이 담겨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수천년에 걸친 이스라엘 사람들의 기다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 그 소망이 새로 태어나는 아기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탄생 이야기 속에 담긴 굳건한 희망의 메시지가 지난 이천년을 .. 2009. 12. 25.
이론과 현장  한국 사회에서는 이론과 현장의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 이론 없이 복잡한 현실을 정확하게 해석해내기는 어려운 법인데, 그 이론이라는 것이,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이 지적되고 있는 바로서, 자생 철학이 없는, 한 번도 자생 철학을 가져본 적 없는, 지금도 수입 학문으로 연명하고 있는, 학계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이론은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우러나는 것인데, 학자들은 현실을 밝혀줄 수 있는, 길잡이기 될 수 있는 이론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수유-너머'의 실험은 인문학에 새바람을 불어넣었지만, 다들 참 훌륭한 분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 학문의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니체나 들뢰즈, 뭐 이런 사람들을 가지고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노동하지 않음에서 오는.. 2009. 12. 16.
3년 그리고 30년 불교는 듣고 이해하고 믿는 것만 갖고는 부족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제로 행해보고 몸과 마음에서 체험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의 인생이 좀 바뀌어야 됩니다. 그러려면 정진을 해야 됩니다. 적어도 백일은 정진을 해야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습니다. 그 말대로 백일 동안 정진을 하면 자신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나를 바꾸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정진은 3년 간 꾸준히 해야 자기의식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옆에 있는 사람도 나를 보고 사람 많이 변했다고 말할 정도가 됩니다. 이렇게 개인의 변화는 한 3년 하면 되지만 세상을 좀 바꾸려면 한 세대가 정진을 해야 됩니다. 30년 정도 노력을 해야 이 사회의 흐름이 좀 바뀝니다. 그래서 .. 2009. 12. 7.
월드컵 경기장의 가을 11월 중순,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서 만난 가을의 절정. 지난 달엔 너무 바빠서 이 하루의 산책이 2009년의 가을의 마지막 추억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 너무 아름다운데, 특히 비 온 뒤의 맑은 하늘, 선선한 아침 공기, 소리 없이 움직이는 계절의 운행, 자연은 언제나 놀랍도록 신비롭고 아름다운데, 인간의 삶은 왜 이토록 소득 없이 분주한지... 2009. 12. 6.
11월의 거리에서 -> 지난 달, 집 앞 거리에서 찍은 사진. 빛나던 가을은 이제 자취를 감추고 긴 겨울의 시작이다. 은행잎이 떨어진다 봄날 햇살 한 자락이 여름 소낙비 한 줄기가 가을 눈부신 하늘 한 조각이 떨어진다 바람 한 번 지날 때마다 우수수 떨어진다 그 길 위의 차들도 그 길 위의 시간도 함께 떨어진다 땅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자신을 던지며 마지막 누울 곳을 찾는다 그의 운명이 우리와 다르지 않으니 우리 또한 이 가을에 어디에 마음을 뉘일까 우리들의 시간은 어떤 빛깔로 물든 후에 이 가을 이별을 고할까 11월의 거리에 은행잎이 진다 내 마음도 진다 2009. 12. 6.
정신적 사랑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분들이 정신적 사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서. 물론 지금 이 시대에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이분법적으로 딱 갈라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신적인 부분이 너무 과소 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거다. 정신적 사랑은 저 높은 곳에 있는 다가가기 어려운 어떤 것이 아니다. 정신적 사랑이란 '존경'을 포함하는 사랑, 존경하고 흠모하는 사랑이다. 이 시대에 진정으로 '존경'하는 마음들이 사라졌으니 정신적 사랑도 약화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존경을 담고 있는 사랑이란, 이상을 지니고 있는 사랑, 뜻을 품은 사랑, 지향하는 공동의 가치가 있는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추구하는 어떤 삶의 방향성이나 가치관이 없다면, 정.. 2009. 11. 5.
강을 따라, 가을을 따라 10월 24일, 금호강변에서... (대구녹색소비자연대의 2009년 마지막 올레길 걷기) 2009. 11. 1.
인간을 믿는다는 것 사람을 믿는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삶에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을 계기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는 것 같다. 그 경우 사람은 자신에게 믿을 수 없는 대상이 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인류가 이루어놓은 것들, 전쟁과 비참, 고문과 기아, 갖가지 악행들을 보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다. 아우슈비츠가 대표적 예가 될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어둡고, 그것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대상이 된다. 요즘 드는 생각은 믿음이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앎 그 자체는 실천을 낳지 못하지만, 믿음은 강한 행동을 낳는다. 기독교인들의 천박한 실천은 별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암튼 믿음은 행동하는 힘을 낳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아는 것만으로는 그 어떤 .. 2009. 10. 30.
어떤 차이 학문을 함에 있어서 니체에 매혹되는 사람 니체를 이용하는 사람 (사람 이름은 그냥 하나의 예임) 이 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다. 견해는 비록 같을지라도 그보다 더 근본적인 차이, 삶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니체에 매혹되는 사람과 니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거리는 멀지만, 오히려 니체에 매혹되는 사람과 칸트에 매혹되는 사람이 더 가까울 것 같다. 매혹되는 사람은 그것이 자신에게 구원이 되기 때문이다. 구원이란 말이 너무 무겁다면 의미나 가치로 바꾸어도 좋으리라. 어떤 인물이나 사상에 매혹되는 까닭은 그것이 내 정신의 자양분이 되고 삶과 실천의 영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격적인 만남이고 우정이며 사랑이다. 그것은 우리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이용하는 사람에게 어떤 사상은 사.. 2009. 9. 27.
간디 - 박홍규 선생의 자유공부 간디와 물레. 간디가 추구했던 운동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영국의 옷 대신 스스로 옷을 지어입고 영국의 소금 대신 스스로 소금을 만들어먹자고 했던 간디. 그의 고향에서 뭄바이까지 걸어서 수십일이 걸린 '소금 행진'은 인도 독립의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간디를 세계적 인물로 만들었다. 육십이 다 된 노인이 벗은 몸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행진하는 모습은 세계 지식인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고 한다. 지난 주 박홍규 선생님의 자유공부 주제는 간디였다. 먼저 인상적이었던 점은 간디가 참으로 '느리게' 변화해간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어릴 때 특출난 점이 전혀 없었으며, 영국 유학 시절에도 영국에 대한 비판 의식이 거의 없었다. 남아연방에서 변호사로 일할 때 기찻간에서 1등석 표를 가지고도 유색인이.. 2009. 9. 27.
헨리 데이빗 소로우 - 박홍규 선생의 자유공부 지난 주 자유공부의 주제는 소로우. 박홍규 선생님이 들려주는 소로우는 제대로 된 직업 한 번 가져본 적 없고, 평생 책도 안 팔린, 요즘 말로 하면 가난한 비정규직 소로우였다. 소로우 전집이 미국에서 30권 정도로 출판되었는데 그것을 읽어본 결과라고 한다. 한국 사회가 소로우를 지나치게 성스러운 사람, 속세를 벗어난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의 오류를 지적하고, 소로우의 참모습을 다시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고행하는 수도승이 아니라 소박한 사람이었고, 제멋대로 산 아웃사이더이자 아나키스트, 자유인이었다. 간디, 마틴 루터 킹 등이 소로우로부터 비폭력의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선생은 여기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소로우는 비폭력주의자라기보다는 반국가주의자라는 것. 당시 브라운 대장 등이 펼친 노예반대운동에 소로우.. 2009. 9. 21.
우리에게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있다면 교육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아주 매혹적인 비유를 들었다. 이해찬님이 연설 중에 지나가면서 한 말씀인데... 하나를 주입하면 하나를 토해내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교육은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붓는 ‘마중물’과 같다고 했다. 한 바가지를 부으면 열 바가지가 절로 철철 넘쳐흐르는 것, 그것이 교육이라고. 없는 것을 넣어주는 것이 아니다. 그가 본래부터 지니고 있던 것을 끌어내는 것이 교육이다. 그가 지니고 있으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그것을 욕망이라 부를 수도 있고, 재능 혹은 잠재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으리라. 하나를 입력하고 하나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을 적시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붓는 활동, 그런 가이던스. 그렇게 우리를 매혹시키고 알 수 없는 .. 2009. 9. 20.
윌리엄 모리스 - 박홍규 선생의 자유공부 1. 9월부터 영남대 박홍규 선생의 '자유공부'를 듣고 있다. 학점도 시험도 아무 수강 조건도 없는 자유공부. 학벌과 취업의 노예가 된 대학 문화에 실망한 선생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강좌를 열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 6시에 영남대 법정관 229호에서 열린다. http://blog.naver.com/free_study/70051163761 미켈란젤로에 이어 지난 주의 주제는 윌리엄 모리스. 19세기 후반에 살았던 윌리엄 모리스는 현대 디자인/건축의 아버지라고 한다. 영국에서는 예술 사회주의자라고 평가받지만 박홍규 선생은 아나키스트로 본다고 했다. 맑스/엥겔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모리스는 그들의 혁명이 결국 지배자만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거부했다. 그가 꿈꾼 것은 자급자족의 공동체. 인간의 가장.. 2009.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