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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들뢰즈의 기여 및 한계 - 이성백 이성백 에서 결론만 옮김 최근 읽은 글 중 가장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줌 (1) 들뢰즈는 차이의 개념을 통해서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열어 놓았다. 대립과 모순을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으로 이해하면서 변증법이 차이를 적극적으로 사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변증법의 한계를 적절하게 지적하였다. 모순이 아니라 차이가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 방식이고, 모순은 차이로부터 파생된 개념이다. 변증법은 모순을 사물의 근원적인 존재 방식으로 고정시킴으로써, 차이를 제대로 사유할 수 없었다. 사물들 사이의 관계를 모순으로만 봄으로써, 변증법은 관계를 부정적 관계로만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차이의 긍정은 사물들 간의 관계를 긍정적 관계로 개념화할 수 있는 사유의 길을 열었다. 변증법의 확.. 2009. 6. 28.
들뢰즈 철학에 대한 비판 1. 홍준기 : 들뢰즈의 영향으로 ‘모순’이라는 범주를 불필요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국내의 프랑스 철학 연구자들 사이에 생겨나는 경향이 있다. --> 신지영 : 차이 그 자체의 영역에서 부정이나 모순을 대체하는 개념은 무엇일까. 그것은 차이가 아니라 거리이다. 거리와 간격이 존재하는 이 영역에는, 들뢰즈가 말하듯 조금도 미규정적이지 않은 부정 관사나 부정 대명사, 미분화된 것은 아니지만 과정을 나타내는 부정법 동사, 사람이 아니라 사건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우글거린다(디알로그 146). 들뢰즈의 차이가 부정을 내포하지 않기때문에 규정도 조직도 생각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러므로 오해다. 2. 신지영 : 라깡이 분석의 끝을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시니피앙으로 이루어지는 분석을 통해 시니피앙.. 2009. 6. 27.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좋아하는 사람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한 세상을, 한 시대를 함께 헤쳐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성공/명예/권력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를 만날까, 그들과 무슨 뜻을 공유하면서 한 세상을 헤엄쳐 나갈까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삶의 모든 문제가 사라지기를 희망하지 않고.. 그것들은 우리에게 다른 시각/삶을 열어주는 열쇠이므로.. 문제들을 껴안고 가족/친구/이를 모를 벗들과 함께 삶의 크고 낮은 모든 파도를 넘어가는 것. 도도하게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문제를 넘고 자신의 벽을 넘고 사회의 벽을 넘고 시대를 넘고.. 사랑의 힘, 진리의 힘, 아름다움의 힘으로... 그렇게 살면 한 생을 잘 살았다는 생각.. 2009. 6. 25.
학부 시절 세 분 선생님 학부를 졸업한 지 벌써 십 년이 넘었고... 직장 생활하다 보니 그 시절을 별로 떠올릴 틈 없이 살았다. 2주 전 대구/경북 지역 교수 시국 선언을 보고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갑던지... 대학 때 직접 배운 선생님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은 네다섯 분 정도인 것 같다. 그 중 세 분의 성함이 명단에 있었다. 우리 과에서는 이주형, 서종문 두 분 선생님이 명단에 계신데 서종문 선생님 수업은 내가 못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이주형 선생은 현대문학, 그 중에서도 경향문학 전공이고... 대학 때 공부 안하고 워낙 놀았던 까닭에 애착을 가진 과목이 별로 없고 기억에 남는 것도 많지 않은데, 3학년 때 이주형 선생님이 채만식의 삶에 대해 길게 말씀하셨던 그 날의 한 장면이 내 기억 속에 .. 2009. 6. 23.
대통령 노무현으로부터의 편지 메일함이 꽉 차서 삭제를 하다가 '대통령 노무현'이란 이름을 발견했다. 2007년 5월 14일에 온 편지. '스승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 그 편지를 열어보고, 선생님들 노고에 감사한다는 대통령님 목소리 듣고 무척 감동했었는데.... 플래쉬 편지였고, 만화 캐릭터로 그려진 노대통령께서 직접 육성으로 전국 각지의 교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편지였다. 당신께서 자라시면서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가치 있는 것들을 조근조근 말씀하셨다. 이제 플래쉬는 연결되지 않고, 대통령께 답장을 보낼 수도 없다. 비어 있는 빈 페이지가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아마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편지일 것이다. 그처럼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자 애쓰셨던 분을 우리는 하늘로 보내고 말았.. 2009. 6. 13.
春怨 - 봉하에 다녀와서 春怨(춘원) / 王安石(왕안석) 掃地待花落 (소지대화락) 惜花輕著塵 (석화경착진) 遊人少春戀 (유인소춘연) 踏花却尋春 (답화각심춘) 땅을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나니 그 꽃잎 티글 먼지에 더렵혀질까 안타까워라 놀이꾼들은 봄 사랑이 모자라 그 꽃잎 즈려밟고 봄 찾아 헤매이누나 지난 화욜 밤, 봉하에 다녀왔다. 대구 수성 IC에서 한 시간 거리, 너무 가까운 거리가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한 번도 가지 못했는지. 갈 기회가 한두 번도 아니고.. 몇몇 모임에서 가자고 여러 번 연락이 왔었는데... 좀 조용해지면 가야지 했었다. 나까지 가서 바쁜 분 성가시게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분들 다 가고 나서 가려고 했었다. 그 분 농부 생활이 이처럼 빨리 끝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분.. 2009. 5. 31.
2002년 그리고 2009년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것을 잊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5년 동안 조중동의 전방위적인 공격, 그 편을 든 한국인의 집단관념이 너무 강하여 2002년 겨울을 뜨겁해 했던 많은 사람들의 꿈과 소망이 다소 빛을 바랬던 것 같다. 대선 때, 그리고 탄핵 정국 때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한동안 진이 빠져서일 수도 있고 또 워낙 대통령께서 깨끗한 정치를 펼치셨던 터라 부패, 남북관계, 그밖의 여러 것에 대해서 마음놓고 있어서기도 하다. 7년 전 그분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사람 사는 세상'이 어느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가야 하는 머나먼 길임을 깨닫게 되고 그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과정에 삶의 정수가 담겨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노랫말처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2009. 5. 26.
결코 잊지 않겠다 이틀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도 주룩주룩 쏟아졌다. 그토록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언론, 현직에 계실 때 거의 죽여놓고선 시골 농부로 사시는 분을 15개월만에 끌어내 갖은 모욕 끝에 죽인 참 대단한 언론/검찰/쥐박. 이웃집 개가 죽었나. 일개 탤런트도 '타계, 별세'라 칭하는 마당에 토욜 10시 55분까지 '사망'이라고 보도하다가 갑자기 '서거'로 바꾸더니...어제와 오늘 방송 태도도 또 다르다. 민주당 의원들이 조문하는 모습을 보고 속이 뒤집혀서 '진작에 탄원서라도 제출할 것이지 이제 와서... ' 하니까 아빠가 하는 말. '가당치도 않은 기대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인간들한테 무슨....' 그 말씀이 맞았다. 얼마 전에 엄마가 '저러다가 노무현 죽을 것 같다'며 걱정하셨다. 그래도 내.. 2009. 5. 2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간은 죽어 나가고 쓰레기들은 잘도 사는 세상입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우리 역사가 바른 길을 찾아갈까요. 꿈이 있어서 봉하로 내려갔고 더 할 일, 이룰 일이 너무나 많은 분이셨는데.. 눈물을 그칠 수 없는 아침입니다. 2009. 5. 23.
한국 교육병의 원인은 한국 교육 문제의 핵심은 주입식 vs 열린교육도 아니고, 공교육 vs 사교육도 아니고, 주류/inner circle에 편입될 수 있느냐/없느냐이다.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고는 편입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러기에 억지로 공부를 시켜야 하니까 주입식/사교육이 각광받는 것이고.. 그러나 누구도 이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스카이를 나오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그들만의 리그의 벽을 좀 덜 견고하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런 것들이 필요할 텐데, 특목고/자사고 열풍으로 그 벽은 더 단단해질 것 같고... 아니, 이제 스카이를 나와도 전문직이 되어도 옛날과 같은 특별한 이득이 없다. 그러면 이미 돈 있는 사람들이 다 먹는 게임이 되는 것이고, 그런데도 거기 들어가려고 목을 메는 것이고... 그들은 이.. 2009. 5. 18.
소통의 장벽 사람들-이 때의 사람들은 기혼자를 말함-하고 이야기할 때 도무지 소통이 안 되는 지점이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지점.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의 뇌가 '시간'을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그래서 시간을 공간적인 것으로 이미지화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정말이다. 생각해보니 많은 기혼자들이 본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암튼 짝짓기 시즌을 넘긴 솔로들의 삶을 자신들의 미혼 시절의 경험에 비추어 상상한다는 데에 문제의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나의 생활을 자신의 미혼 시절을 죽 연장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삼십대 중반인 현재 나의 삶과 생활은 그들의 이십대 시절과는 전혀 다르고 나 자신의 이십대 시절과도 완전히 다르다. 그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 2009. 5. 14.
대구시향 제 355회 정기연주회 -> 데이비드 아스카니오 지난 2월과 3월보다 집중도가 훨씬 높은 연주였다. 초대권으로 온 사람이 많은 탓에 관객들이 처음엔 악장 사이에 박수도 좀 치고 그랬지만... 연주가 좋았기에 많은 이들이 몰입해 보았고 다 끝난 후에는 아주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계명아트센터가 전체 음향도 그렇고 그랜드피아노 소리도 그렇고 시민회관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협연자 가 아주 훌륭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것이 나이가 꽤 드신 분이었는데 (위 사진은 옛날 것인 듯) 연륜이 온통 묻어나는 연주였다. 지난 번 젊은 김원씨의 가벼운 연주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젊은 협연자들이 대체로 튀는 연주를 하며 오케스트라가 그 배경처럼 느껴진다면 이 분은 시종일관 오케스트라 및 지회자와 부드럽게 호흡을 맞추어가면.. 2009. 5. 2.
다시 봄이 우리 곁에 - 금호강에서 12세기에 살았던 힐데가르트 폰 빙엔은 하느님을 ‘녹색의 영’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녀는 하느님의 푸르름에 매혹되었고 세상을 푸르게 하는 그 힘이야말로 모든 선의 모범이라고 여겼지요. 중세의 교조적인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혁명적인 영성입니다. 4월 첫째 주, 봄햇살, 봄기운으로 가득한 금호강변을 걸으며 푸르름을 깊이 사랑하고 푸르름이 곧 신이라고 말했던 힐데가르트를 떠올렸습니다. 울창한 여름도 좋지만 새봄에 막 피어난 꽃과 연둣빛 잎사귀들, 대지를 점령해가는 푸릇푸릇한 기운, 이들이 뿜어내는 생동감은 특별합니다. 천지만물에서 신이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Original blessing이지요. 내 가슴에서도, 그대 가슴에서도, 새로운 봄이 시작되기를. 2009. 4. 14.
긍정 중독의 사회 요즘 우리 사회는 긍정 중독에 빠져있는 것 같다. 서점가를 비롯해서 어딜 가나 마주치는 게 긍정의 힘, 긍정적 생각... 블라블라... 긍정적 생각을 가지면 인생이 다 잘 풀리고 누구나 부자가 되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세상에 어려울 일이 뭐가 있나. 마인드 파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로 큰 마음을 쓸 수 있는 그릇이 되는가 그런 문제이지 단순히 긍정적 생각을 한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을 터. 긍정적 생각은 우리가 물적 토대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플러스 알파 정도일 듯.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보고 나쁜 것을 나쁜 것으로 볼 줄 아는 것, 그런 지혜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단순한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투명.. 2009. 4. 10.
도심 속 작은 자연, 금호강변을 걷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찾은 걷기 좋은 길, 금호강변을 걷다. 2~3시간 동안 강을 따라 걸으면서 이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그래도 살아있는 ‘작은 자연’을 만났다. 도시는 자연과 완벽하게 격리된 공간이다. 가로수가 늘어서 있고 꽃이 피어나고 공원과 호수가 있지만 그 모두는 인공적인 세계 속에 갇혀서 저마다 따로따로 서 있을 뿐 이 도시에 자연은 없다. 자연은 하나의 전체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세계, 인간의 법칙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 작동하는 세계. 강물이 굽이쳐 흐르고 새가 날아들고 그 옆으로는 갈대와 풀이 무성하고 이 모두가 서로 어울려 계절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것, 하나의 완전한 세계, 그것이 자연이다. 이 자연이 금호강을 따라서 애처로울 정도로 희미하게 살아 있었다. 조.. 2009.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