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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원과 욕심의 차이  원(願)과 욕심의 차이에 대한 법륜 스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원을 지닌 사람은 그 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는 법이 없이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다고. 그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그렇게 하면 할수록 자신의 역량이 커진다고. 욕심을 지닌 사람은 한 번 넘어지면 좌절해서 다시 안 한다고. 이 말씀을 듣고 내가 지녔던 것은 원이라기보다는 욕심이었구나 했다. 그저 욕심에 불과했구나. 그래서 뜻대로 안 되는 것에 대한 감정 소모가 많았구나...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생각났다. 그분들이 지녔던 것은 욕심이 아니라 원이었구나, 큰 뜻이었구나... 뜻을 지녔기에,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섰구나... 그 모든 일이 자기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큰.. 2010. 2. 25.
작은 사랑과 큰 사랑 BTN에서 우연히 헝가리 출신의 청안 스님 법문을 듣는데 어떤 이가 사랑이 무엇인지 물었다. 어떻게 대답하시나 궁금했는데 이런 답을 주신다. 작은 사랑과 큰 사랑이 있다고. 작은 사랑은 불꽃과 같아서 활활 다 타고 나면 재가 남지만 큰 사랑은 태양과 같아서 언제 어디서나 환하고 재로 돌아가는 일이 없다고. 둘은 비슷한 것 같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여기에 내 맘대로 첨언을 하고 싶다. 작은 사랑-불꽃은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따스함이 전해지지만 큰 사랑-태양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며 모든 이들을 밝혀준다. 태양이 지닌 무차별성, 이것이 진짜 사랑의 모습일 것 같다. 작은 사랑은 언젠가는 다 타서 재로 돌아간다. 시효가 있다. 그러나 큰 사랑은 영원하다. 그것은 누구를 밝히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2010. 2. 25.
지난 날을 돌아보면 살다보면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지난 날을 객관적으로 성찰하며 돌아본 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고통스러운 사건들의 경우 더더욱. 과거의 일들 속에 감정적으로 파묻힐 수는 있어도, 거리를 두고 관찰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일은 언제나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내 경우 삼십대 초반과 중반에 과거의 테이프가 한동안 마음속에서 돌아갔었다. 그러나 감정적 혼란에치우쳐 있었을 뿐, 그것을 제 3자의 눈으로 응시하진 못했다. 자신을 '지켜보는 힘'이 부족했고 그것을 나 자신에게 이해시킬 '언어'도 부족했다. 이십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자기를 응시하는 힘이 있었을 때에도, 그것을 표현할 언어는 갖지 못했다. 마음속 웅숭거림을 갈피로 펼쳐내진 못했다. 그 때는.. 2010. 2. 11.
요즘 내가 바라는 것 한 때는 온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었고 (이건 지금도 유효하다) 한 때는 사막의 은자가 되는 것이었고 한 때는 종군기자가 되는 것이었고 한 때는 숲속에 나무집 짓고 사는 것이었고 한 때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일 년씩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이었고 한 때는 동물보호 활동을 하며 초원에서 사는 것이었고 ... 쓰고 보니 직업과 관련된 것은 별로 없다. 우리가 삶에서 정말 바라는 것들이 꼭 특정 직업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네팔, 히말라야 산자락 아래서 한 일 년 살아보고 싶고 인도도 한 일 년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싶고 남미에서도 한동안 머물고 싶고 쿠바의 아바나 거리를 걸어보고 싶고 북유럽에서 오로라도 보고 싶고 아프리카 초원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싶고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도 보고 싶고 실크로드.. 2010. 2. 9.
자녀교육에 대한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 공부 때문에 걱정이 많다. 공부야 잘 하면 좋지만, 공부가 그 아이 자체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 길러보지 못한 사람이 끼어들 일은 아니나, 삶은 '체험'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당연지사겠지만,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체험'이 모든 면에서, 항상, 권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자녀 공부를 걱정한다는 것은 자녀가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어릴 때 잔병치레로 워낙 고생을 했던 터라 우리 엄만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공부고 뭐고 다 필요 없고, 그저 튼튼하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엄마 친구 딸들이 하나 둘 시집을 가자 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직장 있으면 뭐 하나, 건강하고 연애 잘 하는 애들이 부럽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이.. 2010. 2. 9.
길 가다 죽어도 좋은 여행  구본형의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는데 길을 가다가 죽는다 해도 그것 그대로 멋진 여행이 아니겠냐는 구절을 만났다. 길 가다 죽어도 좋은 여행. 스무 살 즈음엔, 끝없이 길을 걷다가 힘이 다하면 그 자리에서 죽는 게 제일 쿨해 보였다. 당시엔 몸이 약해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이 많았기에 그런 꿈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젊음의 기운 때문에 버텼을 뿐, 사실 육체적인 체력은 그때보다 지금이 훨 낫다. 삶의 피로감이 문제여서 그렇지. 8000미터 높은 산을 올라가다가 죽고 싶진 않다. ^^ (역시 인간의 정열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지금 하는 일에 애착이 있지만, 그래도 일에 미쳐서 죽고 싶지도 않다. 내겐 일이 전부가 아니다. 전부가 될 수도 없다. 사랑에 빠져서 죽고 싶지도 않다. 순.. 2010. 2. 9.
정토회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서 프로그램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미리 알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아무 것도 모르고 갔다. 불교 명상이나 산사 체험 그런 것이 아닐까 하면서. 명상 프로그램은 따로 있었다. '깨달음의 장'은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말 그대로 '깨달음의 장'이다. 나를 깨닫고, 너를 깨닫는. 잘 모르지만 간화선 수행과 잇닿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 짧은 만남은 내게 엄청난 '인식론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나흘 밤, 다섯 낮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 비공개가 원칙이라 그 말들을 직접 여기 풀어놓을 수는 없다. 대화가 진행되는 내내 거듭되는 역설이 있었다. 나를 내려놓을 때, 진짜 나, 본래 나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내 행복과 기쁨은 내 바깥이 아니라 진실로 내 안에 있다는 것. 그 때 비로소 .. 2010. 2. 4.
개학날을 까먹다니... 대개의 경우, 개학 사나흘 전부터 마음이 무겁기 시작한다. 아, 학교 가기 싫어... 하면서. ㅎㅎ 그런데 이번에 '깨달음의 장' 다녀오고 나서 몸과 마음이 넘 평화로워서,,, 어제 할 일이 많았는데, 그것도 다~ 하고 오늘도 평화로운 마음으로 아침에 조깅하고 본가에서 엄마 아빠와 느긋하게 고구마 먹고 있는데 9시경, 집으로 걸려온 전화. 교무부장쌤, 아주 심각하고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선생님,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난 아주 명랑한 목소리로, "아뇨, 별 일 없는데요. 왜요?" "선생님, 오늘 개학인데, 왜 안 오셨어요?" "넹????" 1교시가 있는지라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구멍난 츄리닝과 할머니들 신는 털 북실북실한 초록색 양말 신은 그대로 학교로 날아갔다. (차로 5분 거리) 그리고 1교시.. 2010. 2. 4.
보름달  문경정토수련원에서 돌아온 어제, 집앞에 차를 세우고 나와서 처음 만난 님이다. 불과 닷새를 보냈을 뿐인데, 한 달쯤 훌쩍 지난 기분이다. 그리고 오늘 하루, 늘상 해오던 일이 낯설다. 시간은 산속에서 지냈을 때처럼 평온하게 흘러갔다. 감각이 굉장히 예민해진 것 같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굉장히 예뻐 보였다. 아빠도 얼굴이 훤하시고, 엄마 보고는 '아니 울 엄마가 일케 미인이었나?' 했고, 학교서 만난 선생님들도 얼굴이 달덩이였다. 내 눈이 바뀐 걸까, 그동안 무언가가 내 눈을 가렸던 걸까, 참 이상한 노릇이다. 후기를 적고 싶은데, 이 경험의 흔적이 너무 강렬하여 조금 더 뜸을 들여야 할 것 같다. 돌아오니, 2010년 1월이 지나고 2월이 시작되었다. Gracias .. 2010. 2. 1.
짐 싸기 낼부터 4박 5일 동안 문경에서 보내게 되었다. 기차 타고 가고 싶었는데 공문 처리로 학교에도 들러야 해서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가방도 배낭에서 보스톤백으로~~ 얼마 전 백화점 세일할 때 사은품으로 얻어온 건데 마침 유용하게 쓰인다. 여행이 아니라 법륜 스님이 이끄는 정토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라서 어떤 내용일지 무지 궁금하다. 호기심 반, 불교명상에 대한 관심 반으로 신청했다. 설마 새벽 4시에 일어나라는 건 아니겠지? 1분이라도 늦으면 안 들여보내준다고 전화가 왔다. 지각대장인 나, 일찌감치 출발할 예정이다. 학교 전화를 실수(?)로 덜커덕 받아서 괜히 내일 가봐야 한다. 엄마 왈, 어디 멀리 있어서 못 간다고 했어야지, 아빠 왈, 제주도에 있다고 그러지 그랬어, 나 왈, 그러게..... 2010. 1. 26.
일곱 배 비싼 인도에서 만 원 정도 주고 산 휘장인데 인도 공예품 가게에서 이것과 거의 똑같은 것이 7만원 하길래 깜짝 놀랐다. 아무리 물 건너와도 그렇지 7배는 넘 심한 듯. 사 오길 정말 잘 했다. ㅎㅎ 2010. 1. 24.
햇살 한 줌 계속 고층에만 살았기 때문에 햇볕의 고마움을 몰랐다. 지난 여름 5층으로 이사온 이래 처음 맞은 겨울, 이렇게 추울 줄이야. 한 달 좀 넘게 집 안에 햇빛이 들지 않았다. 15층 아파트에 13층이던 본가에선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낮에 내내 햇살이 비치니까 추운 줄을 몰랐는데, 이 집은 훨 작은데도, 가스비는 더 나온다. 햇볕이 집안에 들고 안 들고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반갑게도 며칠 전부터 햇볕이 다시 집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햇살 한 줌에 기뻐하는 내 모습이라니... 햇살만큼 공간을 환하게 해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2010. 1. 22.
우편물 오늘은 특이한 날씨다. 봄날처럼 포근한데, 온 거리에 가습기를 틀어놓은 듯 종일 안개가 자욱하다. 마치 인도에 온 것처럼. 낮에 기부금 영수증이 도착했다. 며칠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빨리 도착해서 반가웠다. 처음 발송한 우편물이 분실되어 재단에 전화했더니 익일특급으로 다시 보내주셨다. 다른 한 군데서도 익일특급으로 보내주셔서 내일 연말정산 마무리할 수 있을 듯. (올해는 카드값 줄여야지...) 하릴 없이 게으름 피며 보낸 하루다. 2010. 1. 20.
운동장 (신매초 운동장, 서리가 내렸다.) 어제부터 아침에 트렉을 돌고 있다. 새해 계획이었는데 미루고 또 미루다 18일에야 시작. 작년엔 저녁에 대학원 수업이 있어서 운동을 거의 못 했고, 그 결과는 비실비실... 저녁엔 자꾸 일이 생겨서 운동을 빠지게 되고, 또 퇴근 후엔 독서나 기타 다른 것을 위한 내 시간을 확보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한 게 아침에 운동을 하자는 것. 매일 빠지지 말고. 어제, 오늘은 7시 반에 간신히 시작했다. 점점 당겨서, 개학하면 6시에 시작하고 싶다. 추위가 겁나서 평소 절대 안 입는 내복까지 챙겨 입고 나갔는데, 아침 공기가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었다. 뛰고 걷는 동안은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2010. 1. 19.
자본과 기술?  조만간 우리 집에 한 명의 부르주아가 탄생할 것 같다. 모모군이 개업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혹시나 망하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염려를 물리치고 세금 걱정을 하고 있는 중(세금 많이 내봐야 다 4대강 삽질로...ㅜㅜ). 그런데 아무리 전문직이라도 그렇지 나보다 수입이 열 배 이상 많다니... 그래서 막내 냥냥군에게 하소연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냐? 역시 자본주의 사회는 문제야, 블라블라블라..." "누나, 그건 자본주의 사회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단지 자본과 기술의 문제일 뿐이라구. 형은 자본과 기술이 있잖아. 누나, 자본 있어?" "....아니." "기술 있어?" "....아니." "그럼 월급쟁이에 만족해야 하는 거야." "그럼 너는?" "그러니 나도 월급쟁.. 2010.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