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조지 오웰의 '1984'와 대한민국 과거를 아는 것도 쉽지 않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풍경을 볼 수는 없으며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작가와 예술가들이 필요한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그들의 독창적인 시선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감추어진 삶의 진실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힘이 있습니다. “20세기를 가장 잘 정의한 책”으로 평가 받는 조지 오웰의 이 보여주는 세계는 완벽한 통제 국가입니다. 주인공 윈스턴이 '진리국'에서 하는 일은 과거의 사실들을 조작하는 것이에요. 실제 일어난 모든 일들이 당의 요구에 맞게 수정되고 당의 의도에 배치되는 사실들은 영구히 폐기됩니다. 거짓말이 역사가 되고,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진위를 판단.. 2013. 8. 1. 안도현 시인의 절필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 선언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한 편도 쓰지 않겠단다. 지식인보다 예술가들이 언제나 더 진실하고 절절하다. 시를 쓰지 않는 대신 "오래 시를 바라볼 것"이라고 말한 안도현 시인. 침묵으로 오래 세상을 응시한 뒤에 내어놓을 그의 언어가 기다려진다. 나그네 / 안도현 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나 해서 길 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없는 그리움이 나에게는 힘이 되어 나 스스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 [한겨레] 시인 안도현(52)이 절필을 선언했다. 안도현 시인은 4일 저녁 트위트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7일 오후 와 .. 2013. 7. 7. 내려가는 삶 경사가 급한 산사면을 미친 듯이 올라가다가 아직 오르막이 많이 남은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하산길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평탄하지만, 올라간 시간보다 아마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법한 그런 하산길입니다. 논문 심사와 최종 발표까지 모든 게 끝이 났네요. 주말에 이렇게 느긋하게 쉬어본 것이 그 얼마만인지. 마무리 작업은 꽤 남았지만 가장 긴장되는 순간들은 지났습니다. 주제와 관련하여 너무 오랜 시간을 헤맸고, 올 1월까지만 하더라도 과연 이 주제를 밀고 나갈 수 있을까 거의 포기 직전이었는데, 되려고 하니 이렇게 금새 진행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돌아보니 산을 오른 시간보다 산 주위에서 배회한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어떤 특별한 풍경을 보지는 못했어요. 내가 오른 것은 사실.. 2013. 6. 16. 우리가 마주쳤던 잠깐 4월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평소처럼 지하철역에서 내려 십여 분을 걸어 교정에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햇살은 딱 알맞게 찬란했고,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화사하고 상쾌한 봄날 아침이었습니다. 구름 낀 날이 며칠 이어졌기에 제 발 아래를 비추는 그 화사한 햇살의 촉감에 감탄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고 있었습니다. 날씨 덕분에 일과가 시작되기 전 그 십여 분은 '축복 받은' 시간이었고 학교 로비 앞 보도 블럭 위에도 햇살은 다정하게 내려앉았어요. 그러다 제 시선에 저보다 조금 앞에서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는 한 생명체가 포착되었습니다. 회색과 갈색이 섞인 빛깔에 연두색 점들이 나 있는 생전 처음보는 벌레였어요. 크기는 배추흰나비 애벌레만했습니다. 그 녀석도 이 봄날 아침이 좋았는지 .. 2013. 6. 12. 네 번째 오월을 보내고 벌써 4년째네요. 2009년 5월 23일 이후로. 그 토요일 아침, 바닥을 모른 채 한도 끝도 없이 무너져내리는 가슴을 어찌할 바 몰라 그저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우리가 잃은 것은 당신만이 아니었어요. 당신의 인격에 감응하던 우리 영혼의 한 조각을 함께 잃었다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슬픔은 육체를 지닌 한 인간으로서의 당신을 잃은 것 뿐 아니라 당신의 말과 삶에 반응하던 우리 자신의 한 부분을 잃어버린 데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지키지 못한 것 또한 당신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안에 살고 있던 한 영혼이자 우리 시대의 가치였어요. 하나의 인격이 한 시대의 정신을 대표하는 그런 자리에 당신은 있었습니다. 당신이 걸어온 길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한 영혼을 두들겨 깨우고 그것에 소리와 색채.. 2013. 6. 9. 다시 없는 봄날 지하철 생활자가 된 지 3년째, 시시때때로 교통정체가 일어나는 앞산순환도로를 통과하며 50분을 운전해야 하는 출퇴근길이 부담스러워 1시간 남짓 걸리는 지하철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시간 맞춰 나가기 좋고, 기름을 길에 뿌리고 다니지 않아도 좋지만, 바깥 풍경을 보지 못하고 땅 밑에서 땅 밑으로만 이동한다는 게 제일 큰 단점입니다. 하루 두 시간을 지하에서 보내다보니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합니다.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잠깐, 역에서 내려 직장까지 잠깐 걷는 시간이 매일 보는 풍경의 전부라 할 수 있어요. 출발역과 도착역 '사이'는 달콤하거나 차가운 이 세상의 감촉으로부터 멀리 물러나 있는 밋밋한 시공간입니다. 사라진 공간이자 사라진 시간인 셈이지요. 4월 어느 날, 급히 다녀갈 데가 있어서 차를 몰고 출.. 2013. 5. 3. 지금 이 순간의 고귀함이여 (최민식 선생 사진) * 다큐사진작가 최민식 선생께서 오늘 돌아가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이 세상을 사는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바르게 보고, 역사의 흐름을 올바로 파악하면서 인간 존재의 이면을 발견하려고 노력해 왔다. 인생의 밑바닥을 묘사한 것은 단순한 절망 때문이 아니다. 거기서 참다운 빛을 붙잡는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생각에서였다. 진실에 접근하려면 가난이나 추악, 죽음과 불안도 똑바로 응시해야 한다. 그것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며 곧 그것이 참다운 예술에의 길이기도 하다." "사진의 진정한 의무는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무너진 숭고한 삶의 의미를 표출해 내는 것이다. 고통과 환희가 맞부딪치면서 빚어내는 진한 느낌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인간의 숭고한 삶의 의미를 .. 2013. 2. 14. 이 달에 들을 음악 오늘 도착한 앨범들^^ 1. 스메타나 교향시 전곡 - 라파엘 쿠브릭, 체코 필, 1990 라파엘 쿠벨릭이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 40년만에 조국 체코에 돌아와 지휘한 명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인데 다른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비해 간결함은 부족하지만 청중의 뜨거운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감동적이라고 해서 구입했다. 2. 뮤지컬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실황반, 2010 뮤지컬 O.S.T를 듣고 싶어 구입. 다 듣고 나서 영화 O.S.T도 들어봐야겠다. 3. 쇼팽 200주년 기념 컬렉션 5CD - 키신, 호로비츠, 루빈스타인 영화 '아무르'를 보고 나서 쇼팽에 꽂힘. 리뷰에 케이스가 조잡하다고 되어 있던데 박스를 뜯고보니 정말 조잡하다. 하지만 이런 명반을 만 칠천원에 살 수 있음에 만족. 하.. 2013. 1. 16. 2013년의 햇님, 365개의 선물 뒷산에라도 올라갔어야 했다. 일출을 이처럼 또렷이 볼 줄 알았더라면. 독감에 걸린 데다가 구름 때문에 신년 일출 보기 어렵다는 뉴스에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혹시나 해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텃밭 가꾸는 부모님이 가을에 고추랑 농작물 말린다고 관리실에서 열쇠 얻어두었던 것. 요즘 자살 소동이 많아 옥상 개방 절대 안 한다. 우리가 여기 워낙 오래 살아서 문단속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하고 빌려 쓰는 중이다. 15층 아파트라 기대만큼 높지는 않았다. 대구 지방 일출 시각은 7시 35분. 어둠이 완전히 물러갔지만 동쪽 하늘엔 붉은 기운만 돌 뿐 햇님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더 기다렸으나 매서운 찬바람에 카메라를 든 손만 얼어붙었다. 구름 뒤로 이미 해가 솟았나보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순간 뒤따라온 어머니.. 2013. 1. 3. 대선, 그리고 아듀 2012 1. 기억의 왜곡 노인들의 반란이 하도 믿기지 않아서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과거에 대한 향수 이런 것 말고, 아주 객관적으로, 정직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70년대는 어떤 시대였냐고. 강한 어조로, 단 한 마디로 답하셨다.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었다." 70년대에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넘어간 분의 말씀이다. 어머니께 여쭤보았다. "말도 마라. 좋긴 뭐가 좋아. 애들 키워서 어떻게 학교 보내나 싶었다. 데모할까봐." 그리고 그때 너무 고생해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하셨다. 아버지는 유신 헌법이 제정될 때의 체육관 선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선거 안 하면 불이익 있다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지만, 유신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서 투표 안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별 말 없었다.. 2012. 12. 31. 시간과 진실 삶이 비극인 이유는 비극적인 사건들 때문이 아니다. 언제나 '진실'이 우리에게 조금 늦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소중함은 가족을 잃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하나의 사랑이 지닌 참다운 가치는 그 사랑이 현재진행형일 때가 아니라 사랑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밝혀진다. 젊음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젊음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됨을 많은 이들은 그가 죽고나서야 알아보았다. 진실은 언제나 조금 늦게 도착하고 그것이 인간의 한계다. 진실은 '시간'의 편이며 시간과 함께 시간 속에서 전개된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배운다는 건, 그래서 과거에 대한 실망과 회한의 감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실망을 통해 배워가는 존재라는 것, 진실이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언제나 조금 뒤에 찾아온.. 2012. 8. 18. 이 자리의 주인은? 박경철, 윤여준, 안철수 셋이 있을 때와 박경철, 안철수만 있을 때의 자세가 다르다. 특히 어깨와 다리. 뭐, 우연일 수도 있지만. ---------------- 덧붙임) 어제(9. 9) 나꼼수를 듣는데 박경철 원장이 나왔다. 자신들의 관계를 염려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했다. 그리고 윤여준은 자신들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며, 그가 앞서 발설한 내용들도 안철수를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어준도 윤여준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나면 논리가 뚜렷하고 어그러짐이 없는 인물이라고 한 걸로 보아, 일대일로 만나면 상당히 매력 있는 인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뭐, 박근혜도 직접 만나면 좋다고 하더라만...) 그때 주진우 기자가 핵심을 말했다... 2011. 9. 4. 귀천하소서 2011. 9. 3. 유시민, 김어준 라이브 토크쇼 오랜만에 유시민 목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많이 갔다. 지난 선거 때문에 그런 듯. 김어준은 나꼼수에서처럼 여전히 유쾌했다. 하지만 그 밝음 가운데 하나씩 토해내는 알맹이가 보통이 아니다.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유시민이 요즘 대학생이라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배낭여행이라고 했는데... 유시민이 좀 이후에 태어났더라면 김어준처럼 살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자유주의자 유시민이라면. 몰랐는데, 김어준이 공식 석상에서는 늘 검정 넥타이를 맨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날 그렇게 결심했다고. 3년을 매기로 했단다. 아직 봉하에 간 적이 없는데 그 3년이 끝나는 날 갈 거라고 했다. 이 남자의 '진심'이 느껴졌다. 진심을 이렇게도 전하는구나 했다. 그는 문재인 이사장이 선거에 나가면 왜 당선될 수밖에 없는가를 조.. 2011. 8. 29. 학생 만족도조사 & 강의평가 일반 회사에 상호평가 시스템이 도입된 지는 한 십 년 넘었나 그럴 거다. 일선학교에서는 작년부터 시행되었다. '학생 만족도조사'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작년에 결과를 보고 많이 놀랐다. 수업에 못 따라오는 학생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수업에 대한 여론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몇몇 학생들이 주도한다. 조사가 있기 전엔 열의를 갖고 따르는, 눈에 띠는 학생들이 많아서 여론이 괜찮아 보였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3%의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보통 이하의 반응이면 수업이 거의 의미 없다는 이야기). 한 반 40명에 5~6명 정도니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항목별 평균을 내면 긍정적 반응이 48%(매우 그렇다 18%, 그렇다 30%), 보통의 반응이 38%, 부정적 반응이 13%.. 2011. 8. 29.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