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지식인의 등장 _ 동학과 서학
지난 여름 휴가에서 안동, 천안, 수원, 공주, 네 개의 도시를 만났다. 이들 도시는 모두 그 나름의 역사적 두께를 간직한 곳이어서 도시마다 서로 다른, 의미 있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가슴 저미는 무언가를 남긴 곳이 있다면 단연, 공주 우금치다.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 최후의 격전지. 지금은 그곳에 우금치 터널이 만들어져서 옛 흔적이라곤 터널이 지나는 도로가의 오래된 나무 두 그루와 두리봉 정도 뿐이다. 하지만 1894년 봄, 거기만 지나면 서울이 눈앞이라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고, 맨몸으로 우금치를 통과하고자 했던 동학 농민군의 투혼을 생각하면 이곳만큼 역사적 무게를 지닌 곳도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기울어가던 조선에서 가장 뜨겁게 나라를 사랑했던 사람들이고, 가..
2020.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