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미얀마를 떠올리며 내가 여행한 곳 중에서 '사람'이 정말 정답게 기억되는 나라가 둘 있다. 물론 어느 나라나 다정한 사람들이 있지만, 특정 몇몇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계산 없는 순수한 정감으로 다가왔던 곳. 변방의 오지, 캄차카 반도(2003년)와 2014년의 미얀마다. 캄차카는 지금은 어떨런지 모르지만 당시엔 자본주의적 느낌이 덜 나는 지역이었다. 삐끼가 없고 무언가 더 이익을 챙기려는 태도가 없는, 순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미얀마는 저개발국임에도 믿을 수 없이 안전했고 사람들이 정직했고, 아, 이게 불교국가구나 하고 느낄 만큼 온유한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 미얀마 뉴스가 종종 나온다. 만달레이라는 지명을 들을 때마다, 강렬한 햇살을 맞으며 쏘다녔던 도시 구석구석의 풍경이 떠오르고 마음.. 2021. 4. 2. 이건 민주주의인가 반민주주의인가 얼마 전에 부산에 갔다가 시내서 목격한 광경. 깜짝 놀랐다. 내용이 넘 심해서. “간첩 문재인을 사형에 처한다” 이건 민주주의의 증거인가, 반민주주의의 증거인가.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대통령을 죽일놈이라고 욕하든 말든 아무 상관 없다. 자기집 안방에 붙여놔도 뭐라 안 한다. 하지만 공공장소에 플래카드를 거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이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대통령 비판도 아니다. 가짜뉴스이자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혐오 내용이다. 민주주의 질서를 해치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테러도 표현의 자유라 할 판이다. 이걸 그냥 내버려두다니.. 공권력이 이렇게나 약해서 되겠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이래서 되겠나 싶다. 한국은 민주주의에 관해서 뭔가 크게 오해하는 것 같다. 2021. 2. 25. 진짜 미니멀리스트 또 발견 __ 아침나무 이 광활한 유투브의 바다에서 진짜 미니멀리스트를 또 발견했다. 지난 번 ‘단순한 진심’에 이어 ‘아침나무’다. 전자는 청년 커플이었는데 이번엔 중년 여성.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영상이 넘쳐나는 곳에서 한적한 오솔길 옆 샘물처럼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저 정도로 내 소유를 비울 수 없다. 간소한 삶의 가치를 잘 알지만 20년을 성실한 노동자로 살아본 결과(안정된 직장이긴 하나) 노동 소득은 절대 물가와 자본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알았다. 학교에서 정년퇴임은 만 62세고 연금 개시는 만 65세다. 퇴직 후 3년간 소득이 없는 건 둘째 문제고 정년 때까지 버티기가 어렵다. 나이 들수록 학생들과도 멀어지고 학교 특성상 업무 강도는 점점 높아진다. 노동소득만으로는 원치 않을 때까지.. 2021. 1. 25. 구글 애드센스 대소동 _ 부적절한 광고 차단 유투브에서 하도 블로그 광고 붙이기를 소개하길래 구글 애드센스 신청을 했는데 며칠 뒤 바로 승인이 났다. 티스토리에 대체 어떻게 광고를 붙이지? 끙끙대다가 이리저리 검색해서 광고붙이기 성공. 그런데 구글 자동광고가 이렇게 지저분할지 몰랐다. 글 중간중간에 광고가 대여섯 개나 붙는다. 긴 글이 많아서인 것 같다. (소유냐 존재냐) 포스팅에 금융 관련 광고가 잔뜩 붙으니 황당. 보기만 해도 짜증이 확 나서 애드센스 들어가서 자동광고 해제했더니 광고가 메인 화면에만 뜨고 글 속에서는 사라졌다. 그런데!!! 며칠 전 작성한 (김해여행 - 왕후의 노을에 잠기다) 포스트 메인 화면에 야한 만화인지 책인지 광고가 떡하니 붙는다. 오 마이 갓. 제목에 있는 왕후,,때문인가? 왕과 궁녀가 등장하는 스토리다. 광고 설정 .. 2021. 1. 16. 감탄할 만한 미니멀리스트들 __ 단순한 진심 유투브에서 우연히 보고는 깜짝 놀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 이분들에 비하면 난 미니멀리스트 근처에도 못 간다. 몇 년 전, 아빠 유품과 세간을 정리하면서 아 내가 죽어도 수많은 물건들이 남고 대부분 버려지겠구나, 뼈저리게 느껴서, 이후 책 사는 것도 줄이고 도서관에서 빌려보긴 하는데 실천은커녕 시시때때로 택배 도착. 옷은 또 어찌나 많은지. 기껏해야 샴푸 안 쓰고, 머리 염색 안 하고, 고기 덜 먹는 정도. 나는 새카만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이는 것 하나를 중단하는데도 엄청난 마음의 저항이 있었다. 자기 철학이 있고 소신이 있고 개성 뚜렷한 멋진 젊은이들이다. 블로그도 찾아봤는데, 시류에 초연한 그 자기 소신이 매력적이었다. 자기 생각이 있고 그것을 밀고나갈 힘이 있다는 게 인간의 진정한 매력이구나 했.. 2021. 1. 12. 크리스마스 선물 _ 금호강의 야생 큰고니떼 코로나 대유행에,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는 언론의 말 같지 않은 말들이 난무하는 이때, 뜻밖의 반가운 손님을 만났습니다. 금호강을 찾은 야생 큰고니떼입니다. 머나먼 시베리아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대구 금호강에서 겨울을 나는 녀석들. 바로 근처에 철길과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도심에서 생명의 신비한 몸짓을 마주하니 마음이 떨렸습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이런 것이구나 했어요. 아쉽게도 큰고니떼가 대부분 모여 있는 금호강 안심 습지는 조류독감 때문에 지금 접근 금지입니다. 저는 강 건너편으로 가서 경산 쪽 둑방길에서 큰고니떼를 관찰했는데요. 100여 마리는 되어 보였으나 맨눈으로는 손톱만큼 작게 보입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갔을 때가 운이 좋았습니다. 안심교를 막 지났을 무렵, 전체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있.. 2020. 12. 27. 짧았던 기적 나이가 많아 자연임신은 생각도 못했는데 생리주기를 넘긴데다가 배 한쪽이 이상하게 계속 콕콕 거려 혹시나 해본 임테기, 깜짝 놀랍게도 선명한 두 줄이었다. 처음엔 "이 일을 어쩌나?" 몹시 당황하고 걱정이 산더미같이 밀려왔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니 그 당황함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생명의 선물이니까. 그런데 연말이라 컨디션이 바닥이었던 것 같다. 올해 맡은 학년이 너무 힘들어 전체 등교 두 달만에 일 년 진을 다 뺐다. 다른 스트레스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낮 최고기온이 처음으로 0도로 내려가고 영하의 날씨가 찾아온 월요일, 종일 몸이 으슬으슬 안 좋더니 그날 밤부터 열이 오르고, 토하고, 코로나 검사로 학교도 병가를 내고 그렇게 한 며칠 몸살을 앓다가 임신 6주차에 들어서던 날, 자연 유산이 되었다. 열나고 .. 2020. 12. 27. 역전마을 인터뷰 11 _ 시골서 사는 게 꿈이었죠 **10월부터 두 달간 경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지역 스토리텔링 부분에 자원봉사를 했다. 총 11분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 내가 쓴 글이라 기록으로 남겨둔다. 시골서 사는 게 꿈이었죠, 배00 씨 꽃집으로 착각하는 집 경산역 입구에서 북쪽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행정복지센터 옆에 소담한 가정집이 한 채 있다. 지나가는 사람이 “꽃집이에요?” “꽃 팔아요?” 하고 묻게 되는 집, 영덕이 고향인 배향자 씨의 집이다. 대문 옆으로 보이는 작은 온실에는 각양각색의 식물이 걸려 있고 마당에도 개성 있는 화분이 한가득이다. 방문했을 때는 늦가을이라 꽃이 많이 졌는데 봄철에 꽃이 만개할 때는 훨씬 화려한 모습이라 한다. 배00 씨는 셋방살이 시절부터 이사할 때 짐보다 꽃이 더 많았다. 꽃이 그냥 좋고,.. 2020. 12. 21. 역전마을 인터뷰 10 _ 이만하면 살기 좋은 동네 **10월부터 두 달간 경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지역 스토리텔링 부분에 자원봉사를 했다. 총 11분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 내가 쓴 글이라 기록으로 남겨둔다. 이만하면 살기 좋은 동네, 뉴-진미 스튜디오 김00 씨 역전마을 사진관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매력인 김00 씨는 경산이 고향이다. 삼북동에 오래 살다가 스물세 살에 결혼하면서 시댁이 있는 중방동에 살았고 이후 분가해서 역전마을에 정착하셨다. 역전마을에 온 이유는 사진관 때문이다. 시댁이 사진관을 했는데 분가하면서 김00 씨 부부가 역전마을에 사진관을 따로 차렸다. 역전네거리에서 남쪽으로 경산로에 접어들면 ‘뉴-진미 스튜디오’가 바로 보인다. 20년 가까이 되는 사진관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 환경은 크게 변한 게 없다. 거리가 좀 깔.. 2020. 12. 21. 역전마을 인터뷰 9 - 정직을 원칙으로 살아온 세월 **10월부터 두 달간 경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지역 스토리텔링 부분에 자원봉사를 했다. 총 11분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 내가 쓴 글이라 기록으로 남겨둔다. 정직을 원칙으로 살아온 세월, 한진건강원 천00 씨 기차 타고 경산으로 스물네 살에 역전마을에 시집와서 44년째 살고 계시는 천00 씨. 원래 고향은 밀양이다. 학창 시절에 대구까지 석탄기차를 타고 간 일이 있는데, 결혼할 때는 완행열차가 생겨서 열차 타고 경산까지 오셨다. 70년대 후반, 지금 경산역 도시재생센터가 있는 자리는 가구골목이었고, 그 골목 안 경산극장 맞은편에 ‘경산문화원’이 있었다. 천명00 씨는 바로 그 ‘경산문화원’ 예식장에서 결혼하셨다. 그 무렵의 기억을 떠올리면, 경산역 주위에는 철도사택이 있었고 여인숙이 많았.. 2020. 12. 21. 역전마을 인터뷰 8 - 하도 몸서리나서 다 기억하지 (한국 근현대사를 모두 겪은 88세 할머니) **10월부터 경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지역 스토리텔링 부분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총 11분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 내가 쓴 글이라 기록으로 남겨둔다. 하도 몸서리나서 다 기억하지, 김00 씨 일제강점기의 기억 역전마을에서 한평생 살아온 김00 씨는 1933년생이다. 올해 88살로 열세 살 때 해방을 맞았다. 마을 어르신 중에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이후 시대를 모두 기억하는 유일한 분이다. 태어난 곳은 역전마을 윗동네인 옥곡2동이고, 65년쯤 전에 역전마을에 오셨다. 목수였던 부친이 65년 전에 직접 지은 집에 지금까지 계속 사신다. 마당 한복판에는 이 집의 오랜 세월을 증명하는 우물이 있고, 뒷집은 100년 정도 되었다 한다. 역전마을은 원래 지반이 지금보다 낮았다. 일본인들이.. 2020. 12. 5. 역전마을 인터뷰 7 - "수고한다" 한 마디에 힘이 나지요 **10월부터 경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지역 스토리텔링 부분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총 11분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 내가 쓴 글이라 기록으로 남겨둔다. “수고한다” 한 마디에 힘이 나지요, 유00 씨 중장비 기사로 출발한 삶 남성상회, 학원사, 금곡식당, 동방식육식당, 백부자집…. 유00 씨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이름들이다. 역전주유소 맞은편엔 대청탕이 있었고 삼천리자전거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자리였다. 사과밭도 눈앞에 아른거리고, 철둑 건너 동네와 아랫동네 아이들 사이에 전쟁놀이를 한 일도 생각난다. 경산역에 담이 없던 시절, 뛰어가서 증기기관차를 공짜로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린 적도 있다. 거기서 집까지 하염없이 걸어왔다. 용성에서 태어나 다섯 살 무렵부터 경산에 살았던 유00 씨는 .. 2020. 12. 4. 역전마을 인터뷰 6 - 꿈에서라도 보고 싶죠 **10월부터 경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지역 스토리텔링 부분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총 11분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 내가 쓴 글이라 기록으로 남겨둔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죠, 김00 씨 무남독녀 외딸 역전마을에서 삶의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새로운 터전을 일구신 분들이 있다. 마을 우물이 있는 김00 씨 댁 맞은편에 사시는 김00 씨가 그 주인공이다. 청도 동곡이 고향인 김00 씨는 자인 용성에 시집갔다가 경산 다른 동네를 거쳐 1987년에 역전마을에 정착하셨다. 경산 일대에 살아온 지도 40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여기가 고향 같아서 다른 데서는 못 산다고 하신다. 교통도 좋고, 만족하신단다. 김00 씨가 역전마을에 들어올 무렵은 남편 분의 사업이 부도가 났을 때였다. 두 칸짜.. 2020. 12. 1. 역전마을 인터뷰 5 - 마을 우물가의 추억 **10월부터 경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지역 스토리텔링 부분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총 11분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 내가 쓴 글이라 기록으로 남겨둔다. 마을 우물가의 추억, 김00 씨 슬레이트집이 있던 풍경 일제시대, 코발트광산 일꾼들이 모여들면서 북적이기 시작한 역전마을. 지금 그 시대의 흔적은 많지 않다. 단칸방이 연이어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 정도가 남아 있어 옛모습을 짐작케 할 뿐이다. 바로 그 골목길 근처에 옛날에 역전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용하던 마을 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김00 씨의 집은 바로 그 우물가에 있다. 경산 압량 출신의 김00 씨가 스물셋의 나이로 역전마을에 시집올 때는 1960년대였다. 시집은 코발트광산 사무실과 사택으로 쓰던 집이었는데 그때는 이미 광산이 .. 2020. 11. 30. 역전마을 인터뷰 4 - 역전마을에서 보낸 반편생 **10월부터 경산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지역 스토리텔링 부분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총 11분을 인터뷰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 내가 쓴 글이라 기록으로 남겨둔다. 역전마을에서 보낸 반편생, 박00 씨 코발트광산의 기억 경산역에서 남쪽 방향으로 철로를 따라 걸으면 철로와 인접한 곳에 옛모습 그대로의 단층집이 몇 채 보인다. 그중 한 집에 박00 씨가 살고 계신다. 박00 씨는 경주 보문단지 인근이 고향이었는데 스물 네 살 때 역전마을로 시집 왔다. 시어머니로부터 듣기를, 시집온 집이 예전에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밥해주던 집이라 한다. 광산이 폐업하면서 밥집이 매물로 나왔는데 꽤 큰 집이어서 집을 분할해서 팔았고, 시어머니는 가진 돈만큼만 집을 사셨다 한다. 사신 집이 코발트광산 밥집의.. 2020. 11. 30.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