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삶의 진정한 만족감은 "나도 중년이 처음입니다" 예전에 서점에서 얼핏 본 책 제목이다. 내용은 별로 흥미 없어 보여서 책을 사지는 않았지만 제목에는 정말 공감이 갔다. 그래, 우리 모두에게 중년은 처음이니깐. 나이에 붙은 4라는 숫자에 이제 좀 적응할 만하니 5가 다가온다. 20대와 30대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그 다음 숫자들은 왜 그렇게 낯선 것일까. 중년의 위기는 길은 잃은 느낌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앞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어디로 가야할 지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한 느낌. 혹은 에너지가 바닥 나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하고 싶은 것도 재미 있는 것도 모호한 상태. 삶의 진정한 만족감은 어디에서 올까. 중년엔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정과 경제적 자유를 많이들 꼽지만 그것보다 .. 2021. 6. 24.
들꽃 한 송이만큼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오늘자 매일미사에서 읽은 성서 구절. 그렇다. 아무리 영화를 누리고 화려하게 삶을 치장한들 들꽃 한 송이만큼 빛나게 차려입을 수 있을까. 생명이, 우리들의 삶의 시간이 진정 소중한 것이고 나머지는 다 부차적인 장식물일 뿐. 맑은 눈빛, 환한 미소, 인생의 한계 앞의 겸허함, 언젠가 끝이 있게 마련인 인연에 대한 다정함, 이런 마음의 옷을 더 갖춰입어야 하지 않을까. ‘생명의 본질적인 펼쳐짐’에 더 눈길을 주어야하지 않을까. 블교에서는 자기 고유의 생명 혹은 욕망의 펼쳐짐을 다르마를 따르는 것이라 했다. 사진은 천을산 올라가는 길에 발견한 올해 첫 코스모스. 코스모스가 자기를 꽃피워내듯 사람에게도 자기가 피워내야 할 꽃, 다르마가 있다고.. 2021. 6. 19.
혼자 있을 때 더욱 시어른께서 뇌경색으로 입원하셔서 D가 병원과 고향에 많이 가 있었다. 혼자 있으니 밥 하기가 왜 이리 귀찮은지. 라면, 비빔밥, 샌드위치, 씨리얼, 두부로 간단히 떼우다가 D가 돌아오자 냉면 하나도 맛나게 차려 먹게 되었다. 갈비찜도 하고 김치찌게도 하고. 어떤 심리학자가 자기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혼자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기를 어떻게 대접하는지를 보라고 했는데 일리 있는 말이다. 혼자 있는 것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기를 왜 소홀히 대할까. 혼자 있을 때 뭐든 대강대강 떼우고 말까. 40년 넘게 살았지만 자기를 잘 챙기고 배려하는 데에 익숙치 않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타인과 잘 지내기에 앞서 자기와 잘 지내야 한다.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더없이 소중.. 2021. 6. 16.
핸드폰에 보관된 소확행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은 결코 삶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니다. 일상에 불어넣는 작은 위로와 생기다. 이 소소한 숨결이 있어야 생활에 윤기와 활력이 돌고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나설 힘을 얻는다. 즉 소확행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것. 그런데 핸드폰에 보관된 내 소확행의 흔적들을 보니,,, 먹을 게 왜 이리 많지? 먹는 게 제일 큰 즐거움인가? 내가 이렇게 원초적 인간이었다니! 1. 천을산 솔숲 맨발로 걷기. 사람들이 많이 하길래 따라해보았는데 땅을 맨살로 느끼는 촉감이 너무 좋다. 날씨 따라 어떨 땐 미지근하고 어떨 땐 차갑고. 걷고나면 온몸이 맑아지는 느낌! 2. 새로 산 자전거. 삼천리자전거 프림로즈다. 자전거 뭘 살까 엄청 오래.. 2021. 6. 16.
정신이 번쩍 드는 연령별 생존 확률 얼마 전 페이스북에 어느 분이 올린 내용이다. 연령별 생존 확률. 2020년 통계청 통계다. 70세엔 대부분 살아있으나 75세가 되면 반이 돌아가시고 80세엔 30퍼센트, 90세엔 단 5퍼센트만 지상에 있다. 언제 인생을 사십 년 훌쩍 넘게 살아버렸을까.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2021. 6. 8.
5년만에 지운 번호 누군가의 흔적을 지우는 게 정말 어려울 때가 있다. 5년하고도 반 만에 아빠 전화번호를 폰에서 지웠다. 도저히 지울 수 없어 그냥 두었었다. 처음엔 가끔 이 번호를 눌러보았다. 없는 번호라고 뜨다가 한참 지나 이 번호는 결국 다른 누군가에게 갔다. 내가 전화번호 '즐겨찾기'에서 엄마를 누른다는 게 가끔 실수로 그 위의 아빠를 잘못 눌러서, 알지 못하는 그분이 전화를 받는 일이 생겼다. 몇 번 실수하고는 지워야겠다 마음먹었다. 마음 먹고 나서도 한참 지나서 번호를 지웠다. 보지 못해도 한 번 전화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톨릭 신자지만 사람이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죽음과 부활의 의미는 여전히 어렵다. 다만 동 트기도 전에 무덤을 찾아간 마리아의 심정에 깊이 공감할 뿐.. 2021. 6. 8.
시집 선물 받다 백만 년만에 시집을 선물 받다. 500쪽 가까이 되는 두툼한 시집에서 아무 쪽이나 펼쳐드니 이 시가 나온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음미하며 일어볼 참. ## 통계에 관한 기고문 / 쉼보르스카 백 명의 사람들 가우네 모든 것을 더 잘 아는 사람 -쉰둘 매번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확신이 없는 사람 -나머지 전부 다 비록 오래가진 못할지라도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 -최대한 많이 잡아 마흔아홉 다른 성향은 생각조차 할 수 없어 늘 착하기만 한 사람 -넷, 아니, 어쩌면 다섯 시기심 없이 순수하게 찬사를 보낼 줄 아는 사람 -열여덟 누군가에 대한, 혹은 무언가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일흔일곱 진정으로 행복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 -최대한 스물 하고 몇 명 혼자 있을 땐 전.. 2021. 6. 3.
사람은 어떨 때 괴물이 되는가 사람은 어떨 때 괴물이 되는가. 최근 한강 대학생 실종 사건은 대중의 광기에 대해 생각을 하게 했다. 손군 친구의 대처가 아쉬운 부분은 있을 수 있으나 그 학생도 필름 끊길 만큼 마신데다가 기껏 이십대 초반인데 뭘 제대로 알았겠으며 상식적으로 많은 사람 오가는 한강가에서 친구가 손군을 왜 죽이겠는가? 살해 동기가 전혀 없는 사건인데 음모에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 그저 누군가를 궁지에 몰아넣고 싶은 욕망의 발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손군 부친도 처음엔 매우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분이었으나 극심한 고통이 그를 돌게 만들어 지금은 남의 아들을 죽이려는 괴물이 되어가는 중. 즉 평범한 사람도 어떤 막다른 궁지에 몰렸을 때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자지가 저지른 일들을 수습하지 못해 더욱 자기를 막다른 골목.. 2021. 6. 3.
꿈꾸지 않으면 유튜브에서 합창곡을 듣다가 문득 알고리즘에 딸려 나온 노래. '꿈꾸지 않으면'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게 2001년이었다. 간디대안교육연수원 다닐 때 배운 노래. 그때만 해도 열정 충만해서 학교 근무하면서 산청간디학교까지 한 달에 한 번, 몇 달간 공부하러 다녔다. 이 노래는 당시 간디학교 음악 선생님이 작곡하신 걸로 들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 이메일로 악보를 요청해서 집에서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20년 전이라니.... ㅠㅠㅠ 세월이 어떻게 흘러간 것일까. 지금 이 노래는 간디학교 교가인 모양이다. 이십 년이 흐르는 동안 이 노래도 많이 알려졌다. 그 사이 나는 몸만 늙은 게 아니라 마음도 한참 늙은 것 같다. 꿈을 꾼다는 게 이토록 버거운 일이 될 줄이야. 이 노래 말고 그분 음악 선생님이 만.. 2021. 5. 29.
어떤 선물을 받고 싶으세요? _ 최근 받은 선물들 1. "요즘 이 재미로 살아요." 삼 년 전쯤에 친한 후배가 도자기 굽는 데 푹 빠졌노라며 한 말이다. 요새 그릇 굽는 것을 배운다면서 좀 할 줄 알게 되면 꼭 선물하겠노라 했다. 나는 흘려가면서 들었는데 얼마 전 자기가 구운 도자기 그릇을 안 깨지도록 꽁꽁 싸서 왔다. 삼년 전 약속을 기억하고 이렇게나 많이 선물하다니. 굽는데 한참 걸렸을 것이다. 상대방을 생각하며 오래 준비한 선물이라 감동 받았다. 큰 접시가 빠졌다면서 잘 배워서 큰 접시도 주겠다는데 이걸로 충분하다며 사양했다. 음식을 담으면 그릇이 훨씬 돋보인다. 2. "집 주소 좀 알려줄래?" 친한 선배, 더 정확히는 더러 연락을 주고받는 수녀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대학 때 성당에서 레지오활동을 같이 했던 선배다. 보내주고 싶은 게 있으시단다. .. 2021. 5. 25.
해바라기 꽃 피다 2월에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다. 아직 봄이 오기 전, 내가 해바라기 보고 싶다고 말하니 D가 다이소에 가더니 씨앗을 사와서 쓱쓱 심었다. 심은 지 삼개월만에 드디어 꽃이 피었다. 꽃이 커서 한 번에 피지 않고 꽃잎이 한 가닥, 한 가닥씩 수줍게 조금씩 열리고 있다. 생명의 몸짓이 이토록 우아하고 신비롭다니!!! 경탄하면서 보고 또 본다. 비가 그치면 영상으로도 남겨봐야겠다. 2021. 5. 16.
2030 세대에 모기지 혜택을 _ 주택 문제에 대한 유현준 교수 인터뷰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대처는 전반적으로 잘했지만 부동산 정책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듯(교육 정책도 마찬가지 ㅠㅠ). 물론 코로나로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렸기에 집값이 이렇게 오른 모든 책임이 정부에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십 년 간 우리 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하여 전세계가 두 배 이상 올랐다. 다만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아쉽다. 지금 세금 때문에 다주택자의 경우 집을 팔려는 사람도 많은데 일시적으로 양도세를 깎아줘야 거래가 활발해지지 양도세를 더 올리면 거래가 주춤할 수밖에. 강남의 경우도 1가구 1주택의 경우 세금을 그렇게 매길 필요가 있나 싶다. 투기를 근절하려면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왕창 매기는 게 맞다. 청년들에게 모기지를 많이 해주는 게 필요한 이유는 모기지를 하면 평생 대출을 갚고 은퇴시에 .. 2021. 5. 16.
'걱정 말아요 그대'가 표절이라니 _ 유튜브 알고리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노래가 좋아서 피아노 악보를 사서 연습중이다. 뒷부분이 잘 안 되어 유튜브에서 연주곡을 들어보는데,,,, https://youtu.be/_UrTl1VlO5U 유튜브 알고리즘이 '걱정 말아요 그대' 클래식 합주곡을 추천한다. 괜찮겠다 싶어 클릭하니 아,,, 바이올린 소리가 사람 목소리처럼 감미롭고 애절하구나... 바이올린이란 악기의 매력에 담뿍 반해서 듣던 중에,,, https://youtu.be/2zjOnDVhA8c 유튜브 알고리즘에 갑자기 뜨는 이 제목. "걱정 말아요 그대 표절 원곡" 어라 이게 뭐지? 노래를 들어보았다. 거의 똑같다. 원곡이 좀 더 밝고 활기찬 느낌이라는 차이만 있다. ㅠㅠ 엄청 충격. 사실 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전인권 씨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 2021. 5. 16.
노화의 증거 _ 세제가 아니라 샴푸였어 싱크대 아래에 있는 서랍장을 정리하다가 설거지 세제에 눈길이 갔다. 그 자리에 꽤 오래 놓여있던 것이고 몇 번이나 보았던 것인데, 그 세제통에 쓰인 글씨를 읽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샴푸 린스 겸용, 허걱 이게 뭐지? 세제통을 집어들고 앞뒤로 살펴보았다. 뒷면 설명을 보니 두 번 머리를 감으세요. 샴푸가 맞다. 허거거거걱! 자연드림 설거지 세제통이랑 샴푸 세제통이 모양이 똑같아서 잘못 산 것 같았다. 아니, 언제부터 샴푸로 설거지를 했지? 우리집 싱크대에는 붙박이 세제통이 있어서 덜어서 쓰는데, 세제를 덜어넣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 D여서 언제부터 샴푸를 썼는지 모르겠다. D에게 물어보려니 그동안 샴푸로 그릇 씼었어요,,, 하면 충격 먹을까봐 말 안 하는게 낫다 싶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자연드림 세제통.. 2021. 5. 16.
이런 어색한 조어라니... 근처 알파시티를 산책하다 발견한 상호. SW융합테크비즈센터! 알파벳과 영어와 한자어를 이리저리 섞어 놓아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 왜 말을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일까? 이해가 잘 되기 위해 외래어를 섞는 것도 아니고, 이해도 안 되는데 이런 말을 만드는 까닭은? '비주얼'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부터 슬슬 거슬리더니 날이 갈수록 외래어가 많아진다.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에 드는 나라가 자기 것을 이처럼 천대한다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 우리 문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의 뿌리는 '한국어'인데!! 요새 또 거슬리는 말은 '루틴'이다. 어딜 가나 루틴, 루틴... 팬데믹도 마찬가지. 대유행이라 하면 될 걸. 얼마 전 다녀온 신불산의 '파래소폭포', 얼마나 어여쁜 말인가, 파래소... TV와 언론이 여론을.. 2021.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