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와~ 황현필 선생 넘 용감 정치적 견해를 안 밝히는 게 자신에게 이로울 텐데 넘 용감하시다. https://youtu.be/jLH0DB51uUw 2022. 2. 28. 이름 외우기 직장인에겐 평일 낮에 어슬렁거릴 수 있는 것 자체가 세계 평화, 마음의 안식이에요. 개학 전 마지막 평일, 모친께서 이마트 가자고 콜. 같이 장 본 뒤 지인이 알려준 식당(전원숯불 시지점)에서 돌솥밥 사먹고, 그 앞의 중산지 한 바퀴 돌고… 요새 만 원짜리 괜찮은 밥 잘 없는데 바닥이 노릿하게 구워진 돌솥밥에 모친께 칭찬 들었네요 ㅎㅎ 시국이 시국이라 테이블이 뚝뚝 떨어져 있는 것도 장점. 학교 단톡방엔 온갖 업무 관련 톡이 토욜, 일욜 가리지 않고 쏟아지나 그게 진짜 긴급한 내용인지 의문. 그건 닥치면 봐야지 하고 두 가지만 준비 중이에요. 수업자료는 지난 주에 인쇄까지 맡겼고 남은 건 애들 번호/이름 외우는 일. 젊을 땐 몇 번 수업 들어가면 절로 알게 됐는데 이젠 애써 노력해야 그나마 머리에 들어와.. 2022. 2. 28. 엄마밥의 위력 제가 하면 왜 절대 이 맛이 안 날까요. 엄마밥 먹으면 영혼이 진정돼요. 음식에다 신경안정제를 살살 뿌려놓은 듯. 삼계탕 한 솥 얻어와서 먹는 주말~ 2022. 2. 26. 짐머만 대구 콘서트 힘들 때마다 들었던 짐머만의 베토벤 황제. 이상하게도 이곡이 젤 위로가 됐고 외울 만큼 많이 들었다. 짐머만 대구 공연 전석 매진이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취소표 득템. 콘서트 관람. 코로나 이후 2년만에 보는 대구콘서트하우스도 반갑다. 이제 백발이 성성한 예술가. 관록이 묻어나는 여유로우면서도 힘찬 연주. 피르티타 칠 때는 여기가 천국이구나 했다. 브람스 곡은 잘 몰라 잠깐 졸았지만. 앵콜도 세 곡이나. 좀 더 대중적인 걸 했으면 싶었지만 그래도 무한 감사. 세 번째 앵콜곡 끝나자 다들 기립박수. 저 여유와 미소를 배워야지 했다. 2022. 2. 26. 어르신 맛집이 진짜 맛집 장어 못 먹는데 모친께서 팔공산까지 가서 장어 드시겠다고ㅠㅠ 별 수 없이 따라갔다가 첨으로 다 먹다. 역시 어르신 맛집이 진짜 맛집. 구이 전혀 안 비릿하고 국도 안 짜고 깊은 맛. 식사 후 거기서 10분 더 가서 동명지수변공원 한 바퀴 돌았다. 나무에 물 오르는 시기라 바람이 쌩쌩. 여기는 연말에 걸을 때 거쳐갔던 곳인데 한티 가는 길은 봄에 다시 걷고 싶은 길. 5구간 총 45.6km인데 경치는 3, 4구간이 좋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2022. 2. 25. 이루마가 좋은 이유 한 쪽 연습하면 나머지 네 쪽 걍 반복. 왕초보에겐 최고의 악보, 최고의 음악가. 꼭 시험 기간에 책 읽고 싶고 방학 내내 거들떠도 안 보다가 개학 앞두고 피아노 치고 싶고… 이 청개구리! https://youtu.be/9ZiETkFUIdU 2022. 2. 23. 이해하지 말자 시가랑 우리집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달라 이해 안 가는 점이 많았다. 친하게 지내는 심리 전공 여교수님께 안부전화 했다가 그간의 사건들을 말하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문화 차이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오만이라고.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의 차이는 사자와 토끼의 차이보다 클 거라고. 이해할 수 없다,,, 그 말이 진리다 싶었다. 그래, 중국인과 인도인이 서로 어찌 이해가 되겠는가. 문화 차이는 그런 것이고 교수님 말마따나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일지도. 우리는 서로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관계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가족이라도 이래라저래라.. 2022. 2. 22. 하늘나라의 열쇠, 2/22 묵상 2022. 2. 22. 화 무슨 고민거리를 말만 하면 한결같이 똑같은 대답을 하는 지인이 있다. "그래, 마음을 비워야지, 우야겠노." "비우는 거 밖에 없다." 그 말이 사실 그렇게 와닿진 않았다. 비워야 되는 줄 알지만 안 비워지니까 문제지. 어제 내가 존경까지는 아니고, 걍 그의 저서를 꽤 알고 읽은 저자가 정치인 누구랑 사진 찍고 그 편에 줄 선 것을 봤다. 그가 내 이익이 그쪽에 있어서 가노라 했으면 뭐, 그런가보다 했을 텐데, 자기 선택을 정당화하는 말들이 궤변도 그런 궤변이 없었다. 그리고 알았다. 세상을 똑바로 보는데 필요한 것은 높은 아이큐도 학식도 아니고, 사리사욕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세상을 정확히 제대로 보는 데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이해타산 없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을. 또.. 2022. 2. 22. 펌) 바흐가 그저 그런 음악가란 평을 들었다니 (기사 중에서 펌) 바흐는 1703년 아른슈타트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로 처음 취직을 했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그 당시 디트리히 북스테후데라는 대단한 오르간 연주자가 있었는데, 바흐는 그의 연주를 들으러 한달 휴가를 허락받고 아른슈타트에서 뤼베크까지 약 500㎞나 되는 거리를 직접 걸어갔다가 온 일이 있었다. 바흐는 그 정도로 북스테후데의 광팬이었다. 바흐는 3개월 동안 무단결근을 하면서 뤼베크에서 4개월을 보냈다! 교회의 추기경단은 그런 바흐에게 경고를 내렸다. 추기경단은 이어 아른슈타트로 돌아온 바흐가 오르간을 연주할 때마다 이상한 화음을 사용하고 신기한 변주를 해서 청중을 혼란에 빠트린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처럼 바흐는 아른슈타트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었지.. 2022. 2. 22. 청춘 졸업한 학생들한테서 소식이 오는 시기가 있어요. 주로 대학 입학했을 때, 군대 갈 때, 취직했을 때. 간혹은 결혼할 때도 있고. 취업했을 무렵이 학창시절 선생님을 기억하는 마지막 시기인 듯해요. 그래서 학생들과의 인연은 그들이 이십대 후반쯤 되었을 때 대개 종료되지요. 중고등 쌤들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효가 보통 그 정도인 듯. 어제 만난 H군과는 인연이 좀 더 깊어요. 중학교 졸업 후 한두 번이 아니라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꾸준히 연락이 오갔으니까요. 고교 때도, 대학 가서도, 군대 휴가 나와서도, 로스쿨 다닐 때도, 거의 매년 본 듯해요. 그 사이 중2 소년은 이십대의 끝자락에 와있고 서른 몇 살 선생은 사십대 말미를 지나게 됐고. 사실 제 기억에 확실한 흔적을 남긴 애들은 죄다 말.. 2022. 2. 20. 내가 좋은 글을 못 쓰는 이유, 2/18 묵상 2022. 2. 18. 금 “사람이 온 세상을 얻어도 제 목숨을 잃으면” 사람에게 목숨만큼 소중한 것, 목숨처럼 지켜야 하는 것이 다 다를 거예요. 누군가에겐 현실이고 누군가에게는 이상이예요. 예수님에겐 하늘나라라는 이상, 본질이 현실보다 중요했죠. 온세상을 얻는 것보다 그분이 간직한 이상이 소중했죠. 현실이 나에게서 무엇을 빼앗아가든 내 안에 간직한 사랑은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다는 거죠. 나는 죽을지언정 본질을 지키겠다, 그 본질을 구현해보겠다, 예수님의 삶의 태도예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이상보다는 현실 편이에요. 현실에, 세상에 어떻게든 적응해보려 발버둥쳐요.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음을 문득 생각하게 돼요. 세상은, 현실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간직한 본질/이상 없이 현실에 .. 2022. 2. 19. 요행을 바랄 수 없는 악기 오후의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비쳐드는 성당에서 후배의 오르간 연주를 들었습니다. 4년째 오르간의 매력에 푹 빠진 친구예요. 취미로 배우기엔 만만치 않은 악기인데요. 부드러운 고음과 웅장한 저음, 뭘 연주하든 경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그 음색에 반했다 해요. 연습하는 걸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에요. 성당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차분히 울려나는 화음에 마음 설렜는데 바로 옆에서 들으니 소리 자체가 평화고 힐링이고 명상입니다. 고요한 성당 안, 거기서도 젤 높은 합창석, 지상보단 천상에 가까운 공간이었어요. 젤 신기한 건 춤추듯 발로 건반을 누르는 것. 오르간은 손과 발을 다 써야하기 때문에 연습한 만큼만 실력이 나온다 해요. 다른 악기도 그렇긴 하나 오르간이 더더더더 그렇다고. 그래서 오르간은 절대 요행.. 2022. 2. 18. 지금 가진 걸로 충분하다, 2/15 묵상 빵이 하나밖에 없다고 수근거리는 제자들, 왜 그렇게 완고하냐며 걱정하지 말라는 예수님. 사실 양쪽이 다 이해 간다. 제자들은 빵이 하나뿐이니 걱정이 되고, 예수님 입장에선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의 방식대로 이루어질 텐데 왜 그런 걱정을 하느냐고 답답해했을 법도 하고. 제자들의 태도는 일상에서 우리 모습 같다. 우린 자기한테 뭐가 결핍되었는지는 매우 민감하게 느낀다. 하지만 하느님이 뭘 채워주셨는지는 잘 안 보인다. 없는 것은 확실히 셀 수 있는데 주신 것은 뭘 주셨는지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잘 안 보이는 그 부분에 인생의 비밀이 있다. 삶의 가장 큰 희열도 어쩌면 거기 숨어있을지도. 예수님의 말씀에 귀기울여본다. 예수님은 부족하다는 생각을 버리라 하신다. 제자들이 가진 빵은 다섯 개였지만 사천 명이.. 2022. 2. 18. 새로운 시작 매년 보는 광경이지만 또 낯설다. 학교가 이렇게 행정적이고 관료적이구나. 오늘은 학년 및 업무분장이 발표되는 전교사 출근일. 새로 이동한 분들, 기존 직원들이 처음 같이 모이는 날이다. 새학교가 낯선 분들도 많고 희망하지 않은 학년과 업무에 배정되는 수도 많아서 긴장이 흐를 수밖에 없다. 그런 긴장을 좀 누그러뜨려주고 얼어있는 마음을 녹여주는 만남의 형식이 부족하다 싶었다. 형식적인 업무 발표와 제출할 서류 작성으로 정신없이 하루가 갔다. 학년이 정해졌으니 이제야 수업준비 시작. 개학까지 남은 열흘을 알차게 써야 한다(인사 발표 좀 일찍 해라). 퇴근하니 마침 택배가 와있다. 실내화용으로 산 핏플랍 슬립온발레리나(말이 넘 어렵네). 슬리퍼 신고 물건 나르다 계단에서 꽈당 미끄러진 뒤 슬리퍼는 사절이다. .. 2022. 2. 17. 신년 사주풀이와 M M은 음악 선생이다. 천생 집순이인데다 싸돌아다니는 걸 젤 싫어한다. 집에서 피아노 치고 그림 그릴 때가 젤 행복하단다. 그런 M도 싱글이기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삶이 계속되다보니 문득 이래 사는 게 맞는가 싶을 때가 있더란다. 갱년기는 통과했지만 뭔가 막막하고 답답한 게 가시지 않아 근처에 사주를 보러 갔단다. 역술가 왈, “21세기에 살고 있는 조선시대 사람이네요.” “꽉 막혔다는 뜻인가요?” “바로 그거지. 너무 자기 틀 안에 단단히 갇혀 있어. 틀을 좀 깨야 운이 좋아집니더.” “뭘 하면 좋을까요?” “어… 음악, 미술, 시, 이런 거 하면 안 되고 밖으로 자꾸 나댕기소.” M이 웃었단다. “직업이 음악이고 취미가 미술인데요.” 역술가, “실내서 앉아서 하는 거 그만하고 몸을 써야 됩니데이. 이.. 2022. 2. 15.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