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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그게 되면 혜민스님이지! 월요일은 힘들다. 그것도 같은 반 아이들을 반 나누어 홀수 번호, 짝수 번호 번갈아 등교하다가 갑자기 강은희(대구 교육감)가 전면 등교 하라고 지시. 방학 이틀 전에 모든 계획을 새로 바꾸고 난리 쳐서 2주의 짧은 방학 후에 전면등교했더니 사흘도 안 되어 원래대로 돌아가라 해서 또 계획 다 바꿈. 그렇게 결정한 지 딱 하루만에 서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다시 3분의 1 등교로 바꾸라 해서 1학년이 한 주를 쉬고 오늘 홀수 번호만 등교한 월요일이면 더욱! 일주일에 한 번은 발열체크 당번이어서 7시 50분까지 출근, 일주일에 3일은 점심시간에 학생들 인솔해 급식실 가서 급식지도. 매주 e학습터 수강 덜한 학생들 체크해서 협박하기 등등. 특별한 일도 없는데 종일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가다가 집에 오니 맥이 탁.. 2020. 8. 31.
문숙의 샐러드 드레싱 샐러드 드레싱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채널. 문숙의 오두막. 이 분이 요 몇 년 TV에 꽤 나오신 듯한데 집에 TV가 없어서 몰랐다. 건강하게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모델. 얼굴에 주름살은 그 나이 또래보다 많지만, 전체적으로 훨씬 맑고 건강한 모습. 비건인데도 삶에 별 문제가 없구나 싶다. 아무튼 몇 번 해먹어봤는데, 이제껏 내가 본 샐러드 드레싱 중에서 가장 쉽고 안 질리고 맛있다. 나같은 요리 초보에겐 안성맞춤 레시피다. 올리브유(나는 들기름을 씀), 식초, 소금, 후추, 딱 네 가지로 간단히 만드는 드레싱. 책도 내신 모양인데, 이런 종류 책을 별로 안 좋아해서 사볼 것 같지는 않지만, 성우가 낭독해주는 부분은 정말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이분 삶의 철학이 좋다. 내가 내.. 2020. 8. 30.
노년의 친구 저녁 6시, 아직 환하다. 무더위도 조금 가라앉아 걸을 만했다. 내가 여름이 좋은 이유는 저녁 시간이 환해서다. 집에서 엄마밭까지 오랜만에 걸어갔다. 매호천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가면 아파트 단지 바로 뒤로 그린벨트가 나온다. 아빠가 은퇴 후 소일거리 하시려고 장만해둔 밭이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짐덩어리가 되었다. 두 분이 집 가까이에서 땅을 밟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은퇴 계획은 완벽했는데 당사자가 사라짐ㅠㅠ). 아빠 돌아가신 충격에 엄마 혼자 이 밭을 가꾸는 재미가 있을 리 없다. 400평이라 품이 적지 않게 든다. 농지는 최소 8년을 소유해야 세금 충격 없이 처분할 수 있어 아직 몇 년 남았다. 엄마는 처음엔 여기 올 때마다 많이 울었다 한다. 이 밭을 물려준, 이.. 2020. 8. 29.
삶이 재미 없는 이유는? _ 김정운 작가의 '슈필라움' 우리 삶이 지루하고 재미 없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어도 불행한 이유는? 김정운 작가는 말한다. 공간이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우리에게 '슈필라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독일어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하면 '놀이방'이란 뜻인데, 그냥 노는 공간이 아니란다. 내가 내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공간, 나의 창조성이 발휘될 수 있는 공간,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생각할 수 있고 생산할 수 있는 그런 오롯한 나만의 공간,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문화심리학을 전공한 김정운 작가는 교수로 재직하다가 나이 50에 훌쩍 사표를 던지고 그림을 배우고 지금은 여수 바닷가의 한 섬에 '미역창고'라는 작업실을 만들어 지낸다. 창조적 삶과 공간의 문제를 그 나름대로 끊임없이 사유한 결과이다. 그는 다른 강의에서 창의성.. 2020. 8. 28.
초밥 만들기 주말에 유투브 보고 만들어본 초밥. 전날 동네횟집에서 먹은 회가 절반 넘게 남아서 한번 시도해보았다. 막상 먹으니 D가 ‘주먹밥’이라고 놀린다. 밥을 넘 크게 말았던 거다. 그것 말곤 먹을 만했다. 다음엔 딱 절반 크기로 만들어야지. 의외로 어렵지 않은 요리다. 단촛물 만드는 게 중요한데 (식초 : 설탕 : 소금)을 유투브에 따라 10 : 4 : 1로 했다. 맛이 괜찮았던 건 밥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외식할 때보다 금방 지은 밥이 더 맛났다. 요리 엄청 잘하는 지인이 초밥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요리에 아주 무지해서 초밥을 금방 시도했다고 한다. 이게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고. 역시, 뭘 몰라야 도전이 가능한가 보다. ㅎㅎ 2020. 8. 24.
언론의 광기를 지켜보며, 나는 애도한다. 나는 시사적, 정치적 이슈에 의견 표명을 잘 하지 않는다. 젊을 때는 분노도 하고 목소리도 높였지만, 지나고 보니 언론이 생산해낸 이슈에 낚인 거였다. 누군가가 선점한 아젠다 세팅에 놀아나는 것. 문제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건강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호도하기만 하는 일회성 이슈에 눈길을 주는 게 인생 낭비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들었다. 그래서 우리집엔 TV도 없다. 포털에 뜨는 기사도 제목만 보지 클릭해서 잘 읽지 않는다. 제목만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 수 있기에. 클릭해서 읽어봤자 쓰레기에 눈 버리는 것 뿐.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파고 심리적 건강을 해치는 선정적인 문구가 대부분이다. 이런 말들 속에서는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다. 세상사 돌아가는 것은 페북을 며칠.. 2020. 7. 12.
유투브 세상에서 본 것 유튜브. 온라인수업 이전엔 잘 몰랐다. 아프리카에 체류할 때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더러 보긴 했지만 그리 친해지진 않았다. 올해 온라인 수업 땜에 유투브에 대해 조금 익숙해지게 되었다. 유투브에서 어떤 것이 상위 조회수를 차지하는가도 알게 되고. 일단, 부동산, 주식 관련 내용이 가장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건 이해가 된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지식이고 정보지만,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쪽 수요가 많은 건 당여한 일이다. 내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직도 자기계발, 꿈 찾기 등의 강좌가 많은 인기를 누리는 것. 그것도 '부자가 되는 마음가짐', '부자가 되는 습관', '부자들의 말버릇', '부자가 되기 위한 내면 치유', '풍요를 받아들이는 법' 등등 경제적 부와 심리를 연결시키.. 2020. 7. 10.
어떤 사랑 이야기 D와의 인연은 2001년 겨울, 한 통의 메일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인니(인도네시아) 여행을 준비하던 나는 정보가 많이 없어 이리저리 검색을 하던 중 한 까페에서 코이카단원으로 인니에 거주하고 있던 분의 글을 읽고 문의 메일을 보냈었다. 원래 나는 2주 정도 자바와 발리를 둘러보려 했는데 그의 권유로 여행 일정을 한 달로 늘리고 칼리만탄과 술라웨시 오지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메일 끝의 이 문장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님이 만약 현명한 세상을 보고 싶다면, 정말이지 오지와 밀림, 그리고 자연의 신비와 인간이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구나 하는 철학을 배우고 싶다면 위 길을 택하겠습니다.” 한 달의 여정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 감사메일을 보냈다. 이후 몇 달에 한 번 한국과 인니를 오가던 메일은 한 달.. 2020. 6. 14.
초보 연주 __ For Elise 초등학교 때 처음 치고 약 30년만에 다시 치는 '엘리제를 위하여'. 초등학교 때는 그저 곡을 빠르게 다 치는 데만 관심 있었다. 중년에 다시 이 곡을 들여다보니 어쩜 이리 아름다운지. 사랑에 대한 설렘, 기대, 파도 치는 격정과 잔잔한 우수까지, 모든 감정이 이 한 곡 속에 녹아 있다.처음엔 베토벤이 서른 전후에 작곡한 곡인 줄 알았다. 이 곡에서 젊은이의 풋풋한 감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수 어린 부분에서도 냉소나 우울이 번져나오지 않고 희미한 밝음이 감돌고 있었기 때문에. 격정조차 어떤 맑음을 품고 있었기에. 그런데 알고보니 베토벤이 마흔 다 되어 만든 작품이라 한다. 마흔 나이에 이리 서정적이고 애틋한 감수성이라니. 더 놀랐다.아직 내 피아노 실력이 정확하게 건반을 짚는 수준에 불과해서 베토벤의.. 2020. 5. 3.
선거공보물의 우리말 수준 선거공보물 도착. 봉투 보고 한숨. 구글번역기 돌린 문장인 줄 알았다. “여기에 발송하지 아니하는 선거공보는 당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제출하지 아니하여 발송하지 못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2020. 4. 5.
초보 연주 __ 사랑하면 할수록 2020. 4. 1.
봄산 봄산에 갔더니 온산이 환하다 가지마다 피어난 잎새가 밤하늘 가득한 은하수처럼 마음에 초롱초롱 불을 켠 날 2020. 3. 31.
한국문학을 테마로 여행하는 일본 사람들과의 만남 어제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일본 분들을 만났다. 한국소설을 읽고 그 배경이 되는 장소를 구석구석 답사하는 분들. 벌써 네 번째 여행이라 한다. 첫 번째 여행은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고 통영 여행, 두 번째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광주 5.18유적지 여행, 세 번째는 4.3사건을 다룬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의 '화산도' 등을 읽고 제주 여행, 그리고 이번이 김원일 작가의 '마당 깊은 집'을 읽고 3박4일 대구 여행. ‘토지'도 읽기가 만만찮거니와 '화산도'도 10권이라 나도 마음만 먹고 아직 못 봤는데 대단한 분들이었다. 일본 각지에서 모인 분들로 여행을 주관하는 곳은 도쿄의 유명한 책방거리, 진보초 거리에 자리잡은 쿠온출판사. 2007년부터 일본에 한국소설을 꾸준히 소.. 2019. 10. 21.
명절 단상 어릴 때 명절은 전날 잠을 설칠 만큼 설레는 날이었다. 딱히 특별한 일도 없는데 요즘처럼 갈 데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사촌들과 논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대되는 날이었던 것 같다. 다 자라서 명절은 그저 휴일이었다. 사촌언니들이 결혼해서 하나둘 떠나면서 명절은 점점 재미없어졌고 서른 넘어서는 아예 큰집에 가지 않고 여행을 떠났다. 병원 신세 한번 안 지셨던 아빠가 남미여행을 준비하시던 중 갑작스러운 암 선고로 투병 7개월만에 하늘로 가신 직후에 명절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이 되었다. 가족 모두 우리 아빠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대체 명절은 누가 만들었나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다들 힘들어했다. 제사 준비의 번거로움이 문제가 아니라 제사를 지내야 하는 현실이.. 2019. 9. 15.
행복이란 ‘행복’이란 우리가 갖고 있을 때는 결코 깨닫지 못하는 그 무엇이다. 아빠 살아계실 땐 평소에 아빠 생각을 별로 안 했다. 돌아가시고 나서는 하루에 서너 번은 생각한다. 내게 천국은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계신 곳이 아니다(이분들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현관 문을 열면 우리 아빠가 거실에서 빙그레 웃고 계시는 그리운 옛집, 가고 싶어도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날들 속에 있다. 6월 7일 아빠 생신날에. 2019.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