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408 행복에 대하여 - 대구시향 354회 정기연주회를 다녀와서 지인의 권유로 올초에 대구시향 정기회원에 가입했다. 가장 싼 좌석이 일년에 3만 6천원. 12회 이상 교향악단의 정기공연을 지정석에서 볼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 없다. 물론 대구시향이 서울이나 대전 쪽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이 가격에 교향악단의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행복감에 비한다면야...^^ 지난 화요일 정기연주회 곡목은 윌리엄텔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3번, 그리고 교향곡 '운명'. 대중적인 곡이어서 그랬는지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냥 흔하게 듣던 윌리엄텔 서곡이 이렇게 아름다운 곡인 줄 처음 알았고, 오랜만에 들은 '운명'은 정말 감동. 다른 이의 곡은 곡 자체를 즐기는 데 반해서 베토벤의 곡에서는 언제나 운명을 초극한 당당한 '한 인간'이 느껴진다... 2009. 4. 3. 변화에는 단계가 있다 처음 새로운 어떤 것을 접하게 될 때,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열리고 세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기뻐한다. 여행도 공부도 그렇게 시작된다. 배낭여행 초기 몇 년간은 특별한 순간과 만남이 너무나 많았고 그런 체험들이 나를 형성해왔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공부도 마찬가지. 서른 넘어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참으로 재미가 있었다. 쿵푸는 또 어떤가. 삼십년간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진입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작은 일을 다루는 능력은 신장되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일 앞에서는 전혀 변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삶의 크고 작은 고비 앞에서 여전히 걸려넘어지는, 하나도 더 나을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 2009. 3. 26.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냥냥군이 그러더라. ‘리스크’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념들이 처음에는 어느 천재가 홀로 창안한 것이고 그것이 수백년 동안의 논쟁을 거쳐서 보편적인 개념으로 정착된 것이라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학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는데, 문제는 인간성 자체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삶의 양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은 그다지 진보하지 못했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 변화하는가. 물론 계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계기가 전부가 아니다. 여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인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인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한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 자기 삶을 돌아볼 여유다.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 2009. 3. 17. 월드비전, 그리고 한비야, 조금은 불편한... 휴직하면서 중단했던 후원을 하나둘 재개하면서, 아프리카 쪽을 후원할 단체를 찾다가 별 생각 없이 월드비전에 가입했다. 한비야씨가 홍보대사라 워낙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가입하고 나서 혹시나 해서 단체 소개를 읽어봤는데 허걱, 기독교 단체다.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 행태를 익히 잘 아는지라 왠지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월드비전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http://afterdan.kr/35 연간 모금액 800억 중에서 불과 18억을 긴급구호자금에 쓰고 있었다. 물론 다른 좋은 곳에도 많이 쓰겠지만, 월드비전이 한비야씨를 통해 긴급구호사업을 그렇게 홍보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한 액수다. 월드비전 말고도 좋은 단체가 많으므로 굳이 이곳을 후원할 필요가 없어서 탈퇴하려고 보니 월드비전 홈.. 2009. 3. 10. 알라딘에 책 팔기 서가에 더 이상 꽂을 자리가 없어서 책 정리를 좀 해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알라딘 중고샵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엔 예스24 이용) 앞으로 절대 안 볼 것 같은 책 스무 권 정도를 골라서 알리딘에 올려봤는데, 이런 전공 서적, 사회과학 서적이 과연 잘 팔릴까 하는 생각에 알라딘에서 자동 책정해주는 가격보다 조금 더 낮게 올렸다. 근데.... 이게 올리자마자 팔리기 시작하더니 주말 이틀 동안 14권이 금세 팔림... 소설보다 오히려 사회과학 서적이 더 잘 팔린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잘 팔리니,,,갑자기 책들이 귀해 보이고, 이 책 중요한 책인가... 앞으로 혹시 필요할까... 팔지 말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또 책 정리가 목적이라 돈에 신경 안 쓰고 내놓았는데 (정가의 30~35% 정도).. 2009. 1. 12. 7인의 양심 오늘, 전국 일제고사에 반대했던 교사 7명이 파면/해임되었다. 성추행이나 뇌물 수수 교사도 기껏 정직 1~3개월 처분을 받았는데 학생들에게 시험날 체험학습을 허용해준 교사들은 파면이라니... 수천, 수만의 교사들이 동참했다면, 정부도 이리 함부로 사람을 자르지는 못할 텐데, 소수의 힘은 약하고, 언제나 그렇듯 그들에게 시대의 십자가가 지워졌다. 또 다른 충격은 오늘 뉴스에서 본 학부모들... 해당 교사에게 왜 빨리 짐 싸서 안 나가느냐고 학교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결국 그 선생님은 마지막 수업도 못하고 쫒겨났다. 보수주의자는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는 이들인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동해 바다에 수장시킨 저런 인간들의 뇌 속엔 뭐가 들어 있는지... 상식과 도리를 지킨 7분 선생님, 그 앞에서 가슴.. 2008. 12. 17. 버락 후세인 오바마 한 100년은 더 있어야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온 미국의 변화. '역사'가 나의 좁은 안목을 비웃으며, 이럴 줄은 몰랐지? 라고 놀리는 것 같다. 제일 감동적인 것은, 늙은 흑인들이 자신이 젊었을 때는 투표권조차 없었다면서 흑인 대통령의 당선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대권에 두 번 도전했다 실패했던 재시 잭슨 목사의 뜨거운 눈물도 가슴을 울렸다. 갑작스럽게 꿈은 현실이 되고... 물론 마틴 루터 킹 목사 이래로 수많은 흑인 인권 운동가들의 노력이 그 배경이 되어왔겠지만... 암튼 멋있다. 참 멋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세상이 조금은 더 살 만한 곳으로 비춰진다. 이렇게 세상은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고 나쁜 일이 또 좋은 일이 되니... 우리에게도 .. 2008. 11. 5. 복직, 그리고... 오랜만의 블로깅... 다시 일을 시작한지 열흘쯤 지났을까. 그리고 드는 생각은 너무 욕심내지 말자는 것. 내 한계를 인정하자는 것. 사람들은 모두 각자 자기 생의 무대에서 각자 자신의 운명대로-그것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살아간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나는 잠시 잠깐 동안 이 젊은이들과 생의 한 시기를 함께 보낼 뿐이다. 그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채우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매 순간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그 때마다 어김없이 좌절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어서 다음 순간이면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깊은 열망이 내 안에서 다시 솟아오른다. 우리 모두는 참나(true self)를 찾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나는 모든 학생들.. 2007. 3. 13. 선거일에 1. 태어나서 처음으로 ‘1번’에 투표했다. 그래선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 2. 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생생하게 기억난다. 겨울방학이었는데,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런데 그 박종철군이 목숨을 걸고 숨겨준 친구 ‘박종운’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는 이야기를 동생으로부터 듣고는 경악~!!! 당시 박종철을 고문했던 고문 검사 정형근이 아직 버티고 있는 당의 국회의원이라... 박종철군 부모님이 아신다면 가슴을 칠 일이다.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 아니다. 군사독재와 친미사대의 망령이 아직도 버젓이 살아 있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거일 뿐이다. 3. 오랜만에 외식하러 시내로 진출. 대구백화점 앞에서 한 무리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지.. 2006. 5. 31. 러시아의 사회주의 어제, 러시아에서 십년을 살다 온 학부 학생과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94년부터 2003년까지 모스크바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91년 소피에트 연방이 무너졌으니까 러시아가 가장 힘들 때 그곳에 머문 셈이다. 그녀는 사회주의가 이론으로는 정말 완벽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면 일이 끝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거나 예술을 즐겼다고 한다. 삶의 목적이 노동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있었다고. 그런데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나서는 다들 TV만 멍하니 보게 되고 돈이 매우 많은 사람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이 있을 때 정말 많은 사람이 자살했다고 한다. 임산부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신발이 없어서 못 나가고 집에서 그대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2006. 5. 25. What I want...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게 이것이 다인가. 나는 과연 내가 참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가. ... 미친 여자처럼 살고 싶다. 머리는 풀어헤치고 누더기를 걸친 채로 맨발로 온종일 들판을 쏘다니고 싶다. 세상의 첫 아침에 깨어난 사람처럼 들판을 뒹굴고 싶다. 인디언 천막에서 백 명의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싶다. 살고 싶다. 그들 가운데서 영원히 살고 싶다. 그 아이들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며 먹이고 기르고 싶다. 바위처럼 침묵하고 싶다. 흐르는 샘물처럼 청정하고 싶다. 눈 속에 푸른 대나무잎이고 싶다. 우주의 춤사위에 한없이 잠기고 싶다. 어둔 숲속을 달리고 싶다. 돌고래처럼 새벽녘에 생의 기쁨에 겨워 물 위로 솟구치고 싶다. ...... 2006. 5. 22. 공통적인 것 인간들 사이에 동일성은 없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결코 같지 않다. 다르기에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같은 경험을 했을 때만 소통이 이루어진다. 가족이 소중한 것은 피를 나눠서가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만큼, 공유할 수 있는 체험이 많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우리가 어떻게 의미를 공유할 수 있을까. 함께 무엇인가를 함으로써, 공동의 체험을 만들어감으로써 가능하다.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생산하는 것, 즉 삶을 나누는 것이다. 삶은 ‘공통적인 것’을 구축하는 과정이고 함께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2006. 5. 21. 비 오는 날의 단상 아침부터 전화벨이 따르릉 울렸다. 동생이었다. "왜?" "비가 와서 너무 좋아. 처마 밑에 의자 내놓고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셔야겠어." "나도 처마 밑에서 커피 마시고 싶어." "너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밖이나 쳐다봐라. 렌지후드에 또 새가 알을 낳았다. 시끄러워서 일찍 깼어. 지금 밖에는 소쩍새 소리가 들리고, 새 소리 들으니 정~말 평화롭다" 이 인간이 아침부터 이렇게 속을 뒤집어 놓는다. 작년에 동생이 사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예천 어느 한적한 동네의 보건소의 2층에 사는데 집 뒤로는 산이 있고 방 문을 열면 바로 넓다란 옥상이다. 처마 밑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면 시원한 경관이 펼쳐져서 정말 낙원이다 싶다. 온 천지에 새소리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가라앉히고, 아파트 숲속에서 그냥 .. 2006. 5. 19. 특별한 부활절 -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와 함께 그곳은 세상의 '외부'였다. 무수한 아름다운 가치들이 경제적 가치 하나에 묻혀 실종되어 버리는 세상 속에서 수도원은 '다른' 가치가 작동하는, '다른' 아름다움이 살아 있을 수 있는, 자본주의의 '외부'였다. 그래서 그곳에서 깊은 휴식과 삶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그러한 외부가 많을수록 세상은 한층 아름다워지리라. 그 외부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곳이 아니라 세상의 변혁을 꿈꾸는 해방구. 다른 종류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곳에서 보고 느낀다. '미천한 중생에게 베푸는 우리 공동체의 보시'라면서 부활절 축제에 초대해 주신 마리아 수녀님과 그곳 공동체의 넉넉함에 감사와 찬미를. 뭐든 순환시키고 흐르게 해야 한다면서 외부인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서 이틀 동안 당신들의 삶을 기꺼이 나눠주셨다... 2006. 4. 26. 언어를 두려워하는 문화 인간에게 말은 본질적 요소다. 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우리는 말을 통해서 나와 세상을 연결짓기 때문이다. 느낌을 언어로 분명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 의지의 표현이고 우리 존재를 더욱 확고한 기반 위에 올려놓으려는 행위이다. 비록 우리에게서 나온 말이 소음과 잡담으로 점철될 때도 말이 그 말을 내뱉은 사람과 분리되어 저 혼자 따로 놀 때도 그럴 때조차 말은 그가 그로써 존재하려는 어떤 의지의 표상이 된다. 세계와 연결되고 싶은 우리 욕망의 발로인 것이다. 우리에게 침묵이 필요할 때도 있다. 입을 닫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는 아니지만 내적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잠시 바깥 세상으로 향한 창문을 닫아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안의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에. 그리고 침묵에서 막 솟아오른, 침묵으로부터 깨어.. 2006. 4. 25. 이전 1 ··· 23 24 25 26 27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