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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록/동남아시아28

두 개의 세계,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앙코르왓이 있는 도시, 시엠립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 쯤이었다. 공항은 작고 아담했다. 비자를 만들고 여권 심사대를 통과할 때 팁으로 1달러를 더 내라는 요구가 낯설었지만 가볍게 뿌리치고 나왔다. 밖에선 한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내 이름을 들고 서 있었다. 밤이라 혹시나 해서 호텔 쪽에 픽업을 부탁했었다. 시엠립의 첫 인상은 온화했다. 날은 어두웠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열대의 공기가 푸근하게 다가왔다. 청년이 몰고 온 것은 툭툭이어서 밤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시내로 향했는데, 그대로 좋았다. 주변 풍경은 편안했고, 하늘 높이 솟은 빌딩이 없어서일까. '땅의 온화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진 금방이었다. 시엠립에서 나흘 밤, 사흘 낮을 머물렀다. 알고보니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 2011. 2. 26.
우리 안의 니르바나 /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 보로부두르 사원에 간 건 2002년 한 달 동안 인니 여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인근 숲에 자리한 사원의 아름다움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거대하기도 했지만, 정사각형으로 생긴 사원의 벽면을 따라 걸으면서 한 층이 끝날 때마다 또다른 층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는 구조가 특이했다. 다 도는데 꽤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벽면 전체에 부조가 되어 있어 그 그림들을 따라 한 층 한 층 올라가는데, 마지막 층에 도착하면 원형 불탑만 있을 뿐 어떤 형상도 없다. 이는 열반, 곧 니르바나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이 원형불탑의 아름다움은 상상을 넘어선다. 긴 계단을 한 시간 이상 걸은 끝에 도착한 니르바나에서는 누구나 마음이 맑고 투명해짐을 느끼게 된다. 내 기억에 보로부두르는 총 9층이며, 이.. 2010. 10. 24.
[태국] 깐차나부리의 소년 '08 나는 결국 그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인사는커녕 그는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시종일관 고개를 돌리고 우리들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일행 모두는 뗏목을 젓는 소년의 뒷모습만을 기억할 뿐이다. 노 젓는 솜씨는 훌륭해서 물살을 따라 방향을 잘 잡으며 노를 저어갔다. 강물의 흐름을 타고 있어 노를 저을 필요가 없을 때도 소년은 결코 우리를 향해 뒤돌아보거나 하지 않았다. 뗏목 위에는 여남은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방콕의 마지막 하루를 그냥 까페에 앉아 보내려니 어머니가 심심해하실 것 같아서 현지여행사를 통해서 깐차나부리 일일 트레킹을 신청한 거였다. 트레킹이 아니라 농장 방문이라고 해야 할 만큼 시시한 일정이었다. 그.. 2008. 2. 19.
거리의 탁발승 /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새벽이었다. 카오산 로드는 지난 밤의 열기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요에 싸여 있었다. 아침 끼니를 해결해주는 노점상 몇 군데만이 주섬주섬 자리를 펴고 있었고, 여행객 몇 명이 아침을 들고 있었다. 람부뜨리 거리를 빠져나가 공항 버스가 서는 주 도로에 이르렀다.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는데 어지러이 오가는 차들 사이를 걷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내 시야에 박혔다. 오렌지빛 장삼을 걸친 맨발의 탁발승이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여기저기서 탁발승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낮이나 저녁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태국은 부처님을 믿기보다는 왕을 더욱 숭배한다고 들었는데, 매일마다 탁발을 하며 아침을 여는 스님들의 모습은 이 나라가 불교국가임을 실감케 해주었다. 잠깐 스쳐간 풍경이지만 이 나라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정.. 2008. 2. 18.
[태국] 방콕 1. 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로드 '08 해가 기울면 포장마차의 등불이 하나씩 켜지고,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방금 배낭을 메고 도착한 사람, 까페에서 시원한 맥주잔을 들이키는 사람,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사람, 물건을 사려고 흥정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을 구경하는 사람... 열대의 무더운 날씨 속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실로 강렬하다. 방콕은 그간 여러 번 경유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준의 책을 읽고 카오산 로드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카오산 로드,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이 내뿜는 활력과 에너지다. 히피들의 시대는 갔지만, 그 후예들이 또 다른 종류의 자유를 찾아 전세계에서 속속 모여드는 곳.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넘실거리지만,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젊음의 에너.. 2008. 2. 17.
술라웨시 섬의 독특한 마을, 따나 또라자 / 인도네시아 여행 술라웨시 섬의 오지 따나 또라자로 가기 위해 깔리만탄 발릭빠빤에서 우중빤당(마까사르)행 비행기를 탔어요. 우중빤당에서 다시 야간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 새벽녘에 또라자 마을에 닿았습니다. 여기 오기 위해 첩첩산중을 지나왔어요. 술라웨시 내륙의 이 작은 마을에는 공항도 있습니다. 따나 또라자는 오지이면서 동시에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이죠. 독특한 주거 문화와 장례 문화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또라자 마을은 혼자서 돌아볼 수가 없어요. 가이드와 차량이 필요하죠. 마리아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투어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또라자 근처에서 버스에 오른 한 가이드에게 낚였습니다. 마리아 게스트하우스에 더운 물이 안 나온다는 말에 깜박 속아서(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나올 것 같아요) 그가 안내한 호텔로 가서 투어 예.. 2005. 4. 15.
[인도네시아] 스쿠버다이빙 in 롬복 누군가 발리와 롬복 중에서 어느 곳을 택할까 고민한다면, 주저 없이 발리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롬복엔 바다 말고는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일주일을 머물었는데, 이틀은 다이빙, 나머지 날들은 그야말로 심심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원래는 유명한 린자니 산에도 오를 계획이었는데 마침 우기인 터라 길이 위험해서 등산이 금지되었기 때문이지요. 롬복의 해변은 개발되기 이전의 발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맑고 깨끗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이슬람교여서 발리의 힌두교 문화가 주는 색다른 멋스러움이 없고 발리만큼 다양한 여행 인프라도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길리의 해변만은 무척 아름다워서 발리와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롬복에는 세 개의 길리(섬)가 있는데,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한적하고 고요하여 여행자의 마음을 부드.. 2003. 11. 3.
[인도네시아] 발리 2. 올드 발리, 아메드 누군가 제게 발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묻는다면, 아메드(Amed)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발리섬 동쪽 끝에 위치한 조용한 어촌마을, 아메드. 올드 발리라 불릴 만큼 토착 주민들의 삶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지요. 하얀 백사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메드의 바다에는 호텔 전용 비치에 없는 자연스러움과 활기가 있답니다. 아메드에선 대부분의 시간을 마을 꼬마들, 청년들과 함께 어울려 장난치고 수영하며 보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아메드의 바다는 제게 파이브 스타 호텔 비치에서 보냈던 그 어떤 시간보다 훨씬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한낮의 햇살을 피해 수영은 주로 새벽이나 밤에 했어요. 새벽, 린자니 산 위로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좋았고, 깜깜한 밤중에 바닷물에 얼굴을 담그고 플랑크톤을 .. 2003. 11. 2.
[인도네시아] 발리 1. 발리에 가신다면 여행을 하면서 갔던 곳을 다시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팍팍한 도시 속에서 열대의 자연은 그리움으로 남았나 봅니다. 발리엔 두 번의 발걸음이 미쳤습니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원하는 이라면 발리에서 실망을 안고 떠날지도 모른답니다. 특급 호텔이 백 팔십여 개나 될 만큼 발리는 개발된 섬이니까요. 또한 바다만이 목적이라면 발리보다 더 좋은 곳이 많을 거예요. 발리의 바다는 평범하거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는 여전히 매력적인 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바 섬에서 출발해 칼리만탄을 거쳐 술라웨시의 내륙 또라자 마을로 이어지는 지친 여정 끝에 만난 곳이 발리. 그래서 그런지 발리의 첫인상은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면서 발리의 분위기에 서서히 동화되어갔고 그래서 열흘을 내리 쉬게 .. 2003. 11. 1.
[인도네시아] 마하깜 2. 혼자서 관람한 다약 마을의 전통 춤 보르네오, 마하깜 강, 다약족 (2) : 혼자서 관람한 다약 마을의 전통춤 (▲롱하우스) 강을 따라 길은 계속되어 저녁 무렵에 드디어 다약족 마을 탄중이수이(Tanjung Isuy)에 닿았다. 칼리만탄의 원주민인 그들은 말레이계 사람들이 해안 지대를 차지하면서 내륙의 고원이나 강으로 이동했다. 토착 종교는 애니미즘이지만 기독교로 많이 개종했다고 한다.숙소에 여장을 풀고 마을의 롱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원래 다약 사람들은 롱하우스에서 함께 살았지만 그건 이미 옛날 이야기다. 가이드북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이 일대에 있는 롱하우스들은 관광객을 위해서 70년대부터 지방 정부에서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특한 조각이며 군상들이 무척 매력 있었다. 일부 다약족은 마을에 살지 않고 정글 속에 흩어져 살아가.. 2003. 10. 6.
[인도네시아] 마하깜 1. 거대한 강 마하깜을 따라서 보르네오, 마하깜 강, 다약족 (1) 거대한 강 마하깜을 따라서 ▲ 마하깜 기회 닿는 대로 이곳 저곳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칼리만탄(보르네오의 인도네시아 영토) 여행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쉽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탄중푸팅 다음의 목적지 마하깜(Mahakam) 여행은 특히 힘들었다. 마하깜, 보르네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 'River life'를 빼놓고 칼리만탄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강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터전이자 곧 길이다. 도로 대신에 강을 통해서 칼리만탄 내륙 구석구석까지 연결된다. 탄중푸팅에서 다시 반자르마신으로 돌아와 마하깜 여행의 출발지 사마린다(Samarinda)로 떠날 채비를 했다. 내가 묵었던 보르네오 홈스테이 주변 지리는 이미 눈에 훤했고, 동네 사람들도 마주칠 때마.. 2003. 9. 30.
[인도네시아] 탄중푸팅 2. 오랑우탄 보호 센터에서 리키 캠프까지 탄중푸팅에서 만난 숲의 사람 (2) 오랑우탄 보호센터에서 리키캠프까지 ▲ 탄중하라판의 오랑우탄 탄중푸팅(Tanjung Puting)에서의 첫 아침, 천지를 진동하는 새들의 노래 소리에 잠을 깨었다.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신선하다. 운좋게도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커다란 ‘혼빌’을 볼 수 있었다. 날이 밝아 첫 번째 캠프 탄중하라판(Tanjung Harapan)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이곳 주민인 다약족은 오랑우탄 사냥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루테의 설득과 요청으로 마을은 공원 밖으로 이주하였고 이 지역은 1982년 이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현재 탄중하라판에는 오랑우탄 보호 센터가 있으며 네 살에서 다섯 살 정도의 새끼 오랑우탄들이 산다. 모두 어미를 잃은 고아들이다. 캐나다 출신의.. 2002. 12. 30.
[인도네시아] 탄중푸팅 1. 보르네오 오지의 탄중푸팅 국립공원을 찾아서 탄중푸팅에서 만난 숲의 사람 (1) 보르네오 오지의 탄중푸팅 국립공원을 찾아서 '제인 구달'을 기억하는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에서 무려 30년 동안 침팬지를 연구하며 침팬지의 출생에서 사망까지를 전부 지켜본 여성 인류학자이다. 관찰 대상에 감정적으로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과학의 통념을 뒤엎고, 야생 침팬지와 관계 맺음을 통해 동물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펼쳐보였다. 행동 과학의 아인슈타인이라고까지 불린다. 제인의 뒤를 이어 같은 길을 걸어간 '다이안 포시'와 '비루테 골디카스'도 있다. 다이안은 르완다에서 18년간 마운틴고릴라를 연구하며 그들을 멸종 위기에서 구하려고 노력하다가 밀렵꾼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비루테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밀림에서 오랑우탄 연구에 몰두했다. ▲ 표지 을 읽으.. 2002.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