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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시와 음악101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어 | 여행스케치 국내 여행을 갔을 때다. 부산 송정으로 기억한다. 아침 먹고 여유가 좀 있어 호텔에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이 나왔다. 잠깐 봐야지 했는데, 드라마에 홀려서 두 시간이 훌쩍 갔다. 특별한 서사가 없는데도, 그 시절 생활 모습 그 자체가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80~90년대엔 그랬다. 옆집 앞집 뒷집 모두 친하게 왕래하며 지낸 시절이었다. 두 편 연속 방송이었는데 계속했으면 더 봤을 듯. 시리즈가 나온 지 한참 되었는데, 이리저리 바쁘다 보니 챙겨보지 못했다. 우리집 TV엔 또 기본 채널만 나오니 볼 일이 잘 없다. 이 드라마가 처음 나왔을 때는 해외 사는 친구가 너무 좋다고 파일까지 보내줬는데도 볼 짬을 내지 못했었다. 호텔에서 본 이후로 한 번 봐야지 했는데 결국 아직까지 보지는 못하고 있다. .. 2021. 5. 30.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 | 번스타인 지휘, 짐머만 피아노 | 빈 필하모니 내가 들은 베토벤 ‘황제’ 중 최고. 정명훈 지휘, 조성진 피아노도 괜찮지만, 짐머만/번스타인 조합이 더욱 다정다감하고 낭만적이다. 보통 유투브로는 한 악장 정도만 듣고 마는데 환상적인 연주에 심장이 쿵,, 끝까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다 들었다. 몇몇 부분은 소름 돋을 만큼 아름답다. https://youtu.be/bh9qoKNy-_I 2021. 2. 10.
같은 곡 다른 느낌 __ 엘리제를 위하여 이 밤에 계속 듣고 있다. 리시차의 그대를 향한 따스함, 정명훈의 무심함 속에 깃든 우수, 게오르기 체르킨의 물결처럼 일렁이는 그리움.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곡. (랑랑의 연주도 있으나 맘에 안 들어 뺌) https://youtu.be/yAsDLGjMhFI https://youtu.be/n4YZKJQKFFk https://youtu.be/e4d0LOuP4Uw 2021. 2. 2.
[낭독]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youtu.be/5lJetmcVn8M 2020. 9. 19.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나짐 히크메트, 터키의 위대한 시인이다. 나는 이분을 이름만 알고 있다가 최근에야 이분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나짐 히크메트는 시인일 뿐 아니라 20세기 초반, 격동의 시대를 헤쳐간 혁명가였다. 1902년 그리스에서 태어났고 십대에 이스탄불의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지만 혁명운동으로 제적된다. 이후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나고 이곳에서 러시아 혁명시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귀국해서는 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했고 이 때문에 1937년에 체포되어 12년이나 수감생활을 한다. 1950년에 출소하지만 조국 터키는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그는 결국 러시아로 망명하고 1963년에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시인은 12년간의 옥중생활 동안 많은 시와 글을 썼다. '진정한 여행'도 옥중에서 쓴 시다. 시인의 모든 글은 터.. 2020. 9. 19.
지금 아픈 사람 | 류근 지금 아픈 사람 / 류근 네게로 쏟아지는 햇빛 두어 평 태양의 어느 한 주소에 너를 위해 불 밝힌 자리가 있다는 것 처음부터 오직 너만을 위해 아침 꽃 찬찬히 둘러본 뒤 있는 힘껏 달려 온 빛의 힘살들이 있다는 것 오직 너만을 위해 처음부터 준비된 기도가 있다는 것 너를 위해 왔다가 그냥 기꺼이 죽어주는 마음이 있다는 것 하느님이 준비한 처음의 눈빛이 있다는 것 그러니 너도 그 햇빛 남김없이 더불어 다 흐느껴 살다 가기를 이승에서 너의 일이란 그저 그 기도를 살아내는 일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햇빛처럼 남김없이 피어나 세상의 한두 평 기슭에 두 손 내미는 일 착하게 어루만지는 일 더불어 따뜻해지는 일 네가 가진 빛의 순수와 열망을 베푸는 일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 나,라고 처음으로 불러주는 일 세상에 너.. 2020. 9. 1.
과학자가 생각하는 죽음 이 책 꼭 읽어봐야겠다. 캡처 화면 원본은 https://youtu.be/iQhTeIRcgik 2020. 8. 25.
[낭독]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 중에서 '페트루스의 기도문' 2020. 7. 21.
[낭독] 나는 배웠다 | 샤를르 드 푸코 낭독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임을 배웠다. 2020. 7. 7.
[낭독] 숫타니파타 | 저 광야를 가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거라 온라인수업 영상 만들다보니 발음, 발성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공부를 좀 해서 수업시간에도 '말하기'를 좀 더 세련되게 다뤄보고 싶다. 첫 번째 낭독 연습으로, 좋아하는 글 '숫타니파타'를 골라보았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2010년 봉은사 강연 때 직접 한 번역이 좋아서 그분의 번역을 선택.경전의 힘이 느껴진다. 2020. 6. 28.
파리7대학 교수 프랑수아 줄리앙 인터뷰, 한국의 개별성 -한국에선 타자를 무조건 배척하는 혐오 문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타자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는 사람은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이해하려면 나부터 독립적인 주체가 돼야 한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면 자기 정체성부터 확립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혐오가 만연한 것은 사람들이 ‘나’를 찾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 과정에서 나조차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한 곳에 머물려 해서는 안 된다.” -중국 전문가로서 한국 사상과 문화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개별성이다. 한국의 철학과 사상은 유럽에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음악과 영.. 2019. 5. 31.
[내 마음이 지옥일 때/이명수]에서 발췌한 시 몇 편 ##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 화살/ 이시영 새끼 새 한 마리가 우듬지 끝에서 재주를 넘다가그만 벼랑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먼 길을 가던 엄마 새가 온 하늘을 가르며쏜살같이 급강하한다 세계가 적요하다 ## 열쇠/ 도종환 세상의 문이 다 나를 향해 열려 있는 것 같지만막상 열어보면 닫혀 있는 문이 참 많다방문과 대문만 그런 게 아니다자주 만나면서도 외면하며 지나가는 얼굴들소리 없이 내 이름을 밀어내는 이데올로그들편견으로 가득한 완고한 집들이 그러하다등뒤에다 야유와 멸시의 언어.. 2018. 12. 23.
가을/ 조재도 가을/ 조재도 왜 벌레들은 땅 속으로 기어드는가왜 마른 나뭇잎은 흙에 닿아 썩는가왜 햇살은 쇠리쇠리 엷어지는가새는 날아가 어디에서 죽는가왜 산포도는 까맣게 익고 단풍나무는 붉게 물드는가감청빛 갑옷을 입은 풍뎅이는 한여름 말벌은 어디로 갔는가그들이 사라진 자리엔 무엇이 머무는가어떻게 나무기둥은 나이테를 늘리는가왜 별들은 울먹이고 하늘의 수심(水深)은 저리 깊은가가을강은 돌아 어디로 흐르는가왜 검불을 태우는 들녘의 연기가 마음 끝을 헤적이는가마른나무 뿌리 같은 어머니가 보고 싶은가사루비아는 왜 붉고들국화는 눈물 젖은 속눈썹으로 피어 있는가............사람의 말을 앞질러가을은 스스로의 비밀스런 그물을 짜고바퀴처럼삐걱이며 구르는 수레의 바퀴처럼바퀴의 중심처럼고요해지는나 2018. 10. 20.
판문점 선언 전문 김정은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담화문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북한쪽 초안자들이 올바른 역사 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요즘 그다지 많이 언급하고 있지 않는 '민족, 혈연'이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한 점, 섬세한 감정 표현을 담은 세련된 문장을 구사하는 점, 다른 누구의 미래가 아닌 민족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전망을 담고 있는 점 등이 인상적이었다. 이 담화문만 봤을 때는 우리 쪽 일부 정치인들보다 '더 품격 있고' 의미가 분명한 한국말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문을 낭독할 때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부분에서 울컥 눈물이 났다. ## 친애하는 여러분 북과 남 해외의 동포 형제 자매들. 오늘 저와 문재인 대통령.. 2018. 4. 28.
예술가/ 오스카 와일드 알쓸신잡2에 나온 오스카 와일드의 어록; "당신이 식료품 잡화상 또는 정치가 또는 재판관이 되고 싶다면 당신은 예외없이 그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벌이다. 당신이 당신이 되고 싶은 것을 결코 알지 못한다면 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은 역동적인 삶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예술적인 삶이라고 부르는 삶을 산다면 매일 당신이 누군지 그리고 무엇을 아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당신은 결코 어떤 것도 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상이다." "If you want to be a grocer, or a general, or a politician, or a judge, you will invariably become it; that is your punishment. If you never know what yo.. 2017.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