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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시와 소설86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두 권을 읽었다. 와 .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생에 대한 묵직한 울림보다는 뉴에이지풍의 가벼움이 느껴져서 전세계적으로 6천 5백만부나 팔린 이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더는 찾지 않았었다. 그런데 동생이 사놓은 를 우연히 집어들고는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코엘류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커다란 의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 의문을 진행시킨 다음, 말미에 이르러서는 매우 간결하고 놀라운 깨달음의 충격을 선사한다. 그는 어정쩡한 결론으로 독자를 괴롭히지 않는다. 소설 제목을 뽑는 솜씨도 놀랍다. (오 자히르, 11분 등을 더 읽어보고 싶.. 2006. 9. 24.
파라다이스 - 토니 모리슨 파라다이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토니 모리슨 (들녘, 2001년) 상세보기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작품. 중반까지는 여러 조각의 이야기를 연결하기 어려워 무척 힘들게 읽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이 소설은 '두 개의 공동체'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상처 입은 흑인들이 건설한 공동체 '루비'는 자신 밖의 세계에 대해 백인과 다를 바 없는 증오와 폭력을 행사하지만, 코니의 '수녀원'은 오갈 데 없는 온갖 여자들을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을 옥죄고 있던 사회의 사슬로부터 해방된다. 루비는 그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인간이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윤리를 앞세우고 벌이는 학살극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작가는 이처럼 루비와 수녀원 사.. 2006. 8. 8.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 미하엘 엔데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미하엘 엔데 외 (베틀북, 2001년) 상세보기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동화책. 미하엘 엔데의 탁월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헤헬만이 그린 그림도 정말 멋지다. 책장을 넘기면서 잠시 숨을 멈추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삶의 밝음과 어둠을 매우 간결하고 신비롭게 묘사한 그 그림들을 보노라면 절로 우리 내면의 어떤 깊은 곳, 한없이 고요한 그곳에 도달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은 그림자를 싫어해서 쫓아내지만 오필리아 할머니는 그림자를 거절하지 않는다. 오필리아는 무서운 어둠, 힘없음, 밤앓이, 외로움, 덧없음... 그 모든 그림자들을 받아들였고 그 그림자들과 즐겁게 지낸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이 결국 오필리아를 지금 이 세계보다 더 밝은 빛의 세계로 인도한다. 우리의 .. 2006. 5. 13.
칠층산 - 토머스 머튼 칠층산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토머스 머턴 (성바오로출판사, 1999년) 상세보기 몇 달 전에 사놓고선 이제야 읽었다. 아주 특별한 책. 깊은 감동을 받았다. 토마스 머튼은 20세기의 저명한 가톨릭 명상가이다. 젊었을 때 시인이자 문학 교수로 장래가 매우 촉망되었지만 26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일생을 침묵과 명상, 노동으로 사는 봉쇄 수도원인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고독 속에 잠기는 것을 택했다. 그의 대표작 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트라피스트에 입회하기까지의 영적 순례기이다. 매우 담담한 어조로 기술되었지만 그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 아래 영혼의 뜨거운 몸부림이 생생하게 읽힌다.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자기 영혼 안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숱한 방황 끝에 자신이 트라피.. 2006. 2. 12.
리처드 바크의 소설들... 의 작가, 리처드 바크의 다른 소설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그의 책 열 권을 죄다 빌려왔다. 하문사 (이라는 제목으로도 출판되었는데 같은 작품임) 현암 미디어 현암 미디어 이 네 권을 읽었다. 가볍게 읽혀서 대강대강 본 편이다. 시리즈 다섯 권은 재미 없어 보여서 그냥 반납하기로 했다. 이후로 그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는 영혼의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다분히 자전적인 내용이고, 는 의 속편 격인데, 빛과 어둠이 혼재했던 주인공들의 과거를 되짚으며 삶에서 선택이 지닌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 자신의 아내 레슬리 페리쉬와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을 그린 는 재미나게 읽었지만, 더 은유적이고 더 간결한 메시지가 아쉬웠다. 운 좋은 몇몇 사람들.. 2005. 10. 7.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1~2 - 월터 취제크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1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월터 J.취제크 (바오로딸, 2006년) 상세보기 이 책을 읽으며, 섭리를 믿는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 영적 독서를 안 했다는 반성에 저번에 바오로딸 서점에 들렀을 때, 담당 수녀님이 추천하신 책. 두 권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고집투성이에다 욕쟁이였던 소년 취제크가 어떤 이끌림에 의해서 신학교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 끝에 러시아로 향하게 된 과정과 체포되어 무려 23년 동안을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를 전전하며 보낸 삶의 궤적이 아무런 연민이나 과장 없이 아주 담담하게 쓰여져 있다. 그리고 그 담백한 어조가 실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는 자신이 거기 있어야 하는 이유를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때로.. 2005. 10. 4.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관념의 노예가 아니라, 신이 부여한 육체로 거침 없이 삶을 헤쳐나가는, 두려움 없이 삶의 온갖 경험에 맞닥뜨리는 한 인물에 대한 생생한 기록. 작가는 잡초 같은 생명력을 지닌 조르바란 실존 인물을 탁월하게 형상화 해냈다. 그의 삶의 궤적에 마음 한 곳이 시원해지는 까닭은 진정 산다는 것, 하늘 아래 숨쉬며 산다는 것의 의미 혹은 단서를 그가 전달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영혼과 육체는 둘이 아니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몸을 통해 구체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며 그 경험을 통해 우리의 영혼도 눈을 뜨게 된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행동해야 하며, 행동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지속적인 에너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삶 앞에서.. 2004. 12. 26.
야간비행 - 쌩텍쥐페리 야간비행(BESTSELLER WORLD BOOK 64)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쌩 떽쥐뻬리 (소담출판사, 2001년) 상세보기 부산으로 내려가며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인간 하나의 목숨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의무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 그것은 사랑하는 감정보다 위대하다.' 주인공 리비에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런 종류의 의무감이었다. '사랑한다는 것, 그저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막다른 골목인가!' '문제는 그 애정을 영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 속에서 추구하는 것은 죽어 사라진다.' 그래서 리비에르와 용감한 비행사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완벽한 비행을 시도한다. 그들은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에? 그들이 맞서 싸우.. 2004. 11. 15.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년) 상세보기 1. 자신의 꿈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난 한 젊은이, 그가 결국 발견해낸 삶의 정수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다. 쉽고 아름답고 단순하게 씌어져 있어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는 자신만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살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에 마음을 연 그는 세상을 떠돌기로 작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가 들은 마음의 속삭임을 들었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혹은 두려움 때문에, 혹은 지금 가진 것이 주는 평안함 때문에 안주하고 만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주저앉으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꿈을 향해 여행을 계속한다. 그가 여행 중에 만난 수많은 만남과 사건들을 통해 산티아고는 우주가 .. 2004. 11. 12.
뉴욕 3부작 - 폴 오스터 뉴욕 3부작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폴 오스터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끔찍한 고립 폴 오스터의 소설 뉴욕 3부작, 각기 다른 이야기 셋을 모아 놓은 소설이다. 추리 소설의 재미와 박진감 있는 문체로 첫번째 이야기 '유리의 도시'는 정신 없이 몰입해서 읽었다. 그러나 한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니, 나머지 이야기를 읽을 마음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뉴욕이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인간이 얼마나 처절하게, 끔찍하게 고립될 수 있는지를 보며 나는 진저리를 쳤다. 소외된 현대인의 내면 묘사는 질릴 정도이다. 그만큼 잘 쓴 소설이라는 이야기도 되겠다. 모든 것과 연결이 끊어진, 익명성 속에 파묻힌, 생의 대한 의지를 상실한 인간. 허무에서 나오는 끈질긴 집착. 그리고 파국. 읽고 나서 내 마음에 밀려오는 섬.. 2004. 11. 2.
내 생애의 아이들 - 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가브리엘 루아 (현대문학, 2003년) 상세보기 빛나는 문장, 따스한 시선, 아름다운 이야기! 가볍게 읽으려고 산 책인데, 몇 시간 동안 퀘벡 주의 평원, 가난한 이민자의 아이들, 그들의 꿈이 서린 학교로 나를 여행하게 해주었다. 읽고 나면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마음을 열어주는 이야기' 류의 가벼움이 아니라 삶의 모든 고비를 통과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깊고 따스한 미소가 있다. 생을 다 살아낸 자가 자기 삶에서 건져 올린 빛나는 경험의 흔적들이랄까. 저자는 열여덟이란 젊디 젊은 나이, 자신의 인생의 출발점에서 경험했던 교사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생애 말년에 이르러 그는 그 시절이 얼마나 빛나는 순간이었는지 되돌아 보았으리라. 그리고 쓰지 않을 .. 2004.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