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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schooling127

이오덕 선생의 교육론 _ 일, 자연, 가난 수업 자료를 찾다 발견한 이오덕 선생님 말씀.  ## "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나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삶이 있다. 그 첫째는 일하기인데, 사람은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고, 일을 해야 사람이 된다. 일을 해야 사람다운 태도를 가지게 되고, 일을 해야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되고, 사람다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이치도 일하는 가운데서 깨치고 찾아낸 것이 가장 올바르고 확실한 앎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일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사람의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것 말고는 없다.일이 즐겁고 그 일이 공부가 되려면, 그 일이 자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다.옛날부터 동서.. 2020. 7. 22.
2020년 5월 15일 등교 못한 지 벌써 세 달이 되어간다. 동영상 준비하며 벽 보고 일하는 것 같아 힘들 때가 있었는데 나만 답답한 게 아니었구나. 아직 만나지도 못한 아이가 보내준 인사말에 문득 마음이 찡해지는 스승의 날.. 2020. 5. 15.
온라인과 오프라인 온라인개학을 앞두고 각종 공문은 마구 내려오고, 플랫폼을 이리저리 옮기고, 이랬다 저랬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개학 후가 되니 우리 학교 시스템이 이 주변에서는 제일 양반이라는 걸 알았다. 다른 학교에 계신 쌤들한테서 전화를 받아보고, 와, 어떻게 저럴까 싶은 게 하나둘이 아니다. 내가 이 학교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학교였으면 정말 미쳐버렸을 듯. 우리 학교는 온라인시간표를 따로 짜서 운영한다. 한 학년이 시간표가 같기 때문에 오늘 학생들이 어느 과목을 덜했는지 교과 담당 교사가 한 번에 파악하기 쉽다. 그리고 수업은 4일로 편성하고 나머지 하루는 학생들의 수강 상태를 점검하는 날로 잡았다. 목요일에 개학했기 때문에 수요일이 점검날이고, 그래소 화요일 오후부터 수요일까지가 열심히 전화.. 2020. 4. 28.
줌미팅을 이용한 학급조회 개학이 1주 연기되었다가 다시 2주 더 연기되었을 때는 그래도 3주 후면 학교에 가겠거니 했다. 그래서 3주 후에 개학해서 열심히 하면 되지 싶어서 과제도 아주 조금만 냈는데,,,, 3주가 다 지나도 개학 못할 조짐이 보여서 부랴부랴 급하게 이것저것 준비했다. 학생/학부모에게 연락해서 줌을 깔라고 하고, 며칠 뒤 줌미팅을 통한 화상 조회 시작. 첫날엔 난리도 아니었다. 19명 접속했는데, 5명이 소리가 안 들리고, 1명은 비디오가 안 나오고.... 안 되는 학생 한 명 한 명 다 전화해서, 줌 설정 새로 해서, 문제 해결. 9시 출근이라 9시 30분에 줌미팅. 우리 반 29명 중 20-22명 정도 매일 참석, 제일 많이 들어온 날은 25명. 처음엔 정말 어색했고, 여학생 몇은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기도 했.. 2020. 4. 21.
온라인개학을 앞두고 재택근무에서 출근으로 전환된지 열흘. 잠잠했던 울화병이 도지고 있다. 지난 이십년간 교육 관료들의 전시행정을 신물 나도록 봐서 이젠 그러려니, 신경도 쓰지 말자, 비판할 시간도 아깝다 주의인데, 온라인개학 앞두고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들, 학교의 문제해결과정을 보니 얘들은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그래서 우리 공교육이 이 막대한 예산과 괜찮은 인력을 갖고도 이 정도 교육밖에 못하는구나. 온라인개학이면 온라인개학에 맞게 융통성 있게, 무엇보다도 온라인학습의 논리에 맞게 진행해야지 오프라인을 그대로 온라인에 가져오자니, 학교에서 10분이면 끝날 일을 며칠 째 전화통 붙들고 있다. 창체, 동아리, 스포츠, 주제선택, 이 모든 걸 하나도 안 없애고 온라인으로 선착순 반배정. 구글설문에서 제출 눌렀는데 미참여 뜬 학생.. 2020. 4. 10.
옛 제자의 뭉클한 편지 초임 시절의 나는 화를 잘 내는 교사였다. 열정은 하늘을 찔렀지만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몰랐다. 아이들이 당연히 내 가르침을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아마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아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 때는 그 젊음 때문에 오만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젊음에서 비롯된 매력 때문에 아이들이 화를 잘 내는 교사를 받아들여주었다는 것을 나이가 든 후에 알게 되었다. 내가 교실에서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게 된 것은 D공고를 떠나면서부터였다. 그곳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이 다 지나갈 무렵에야 나는 깨달았다. 화가 문제 해결에 일절 도움이 안 되며, 그저 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인격적 미성숙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서 누가 내 인생의 진정한 스승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아이들이라고 대.. 2020. 3. 6.
2019 학생 만족도 교사들 사이에 학생만족도 조사의 무기명 의견란을 없애자는 의견이 많다. 합법적으로 악플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장려하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공격받는 교사들이 많아서 나도 이건 없애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 작년에 좋은 학생들을 만나서 그 아이들의 한 마디가 연말에 힘이 되었다. 그러니 악플은 한 해 고생한 교사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까. 아프리카 체류 후 작년 가을에 복직해서 몇 달 수업했는데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아 다행이다 싶다. 내가 사실 재밌는 사람은 아니고 진지한 쪽에 가까운데, 중학교 수업을 하면서는 재량권을 발휘해서 내가 좋아하거나 깊은 의미를 느낀 텍스트만 다뤄서 그런 것도 같다. 내가 재미 없는 건 필수 문법을 제외하고는 가르치지 않는다. 동일 수준의 학습을 할 수 있는 다른 글로.. 2020. 2. 29.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정기고사 기간이 되면 학생 뿐 아니라 교사도 긴장한다. 흔히 객관식이라 부르는 선다형 시험 문항은 자칫하면 출제 오류 시비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작년 중간고사에서 소설 한 문제가 정답이 두 개가 나와 3학년을 맡은 교사 세 명이 경위서를 썼다. 뒤이어 연구부에서 ‘학교장 주의’ 기안을 처리하라고 쪽지가 왔다. ‘공무원 성실 의무 위반’으로 인한 학교장 주의라나. 오지선다형 문항은 출제하는 데는 품이 너무 많이 드는 데 반해 교육적 효과는 별로 없다. 정답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답지는 틀린 서술이어야 하므로, 교사는 오류가 섞인 문장을 창작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는다. 게다가 평균 점수가 80점을 넘지 않도록 하려면 몇 문제를 꼬아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대체 이런 문항들이 얼마나 교육적.. 2019. 10. 25.
사회복무요원 선생님 사회복무요원 김성민(가명) 선생님과는 평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잘 없었다. 서로 바쁘다보니 휠체어를 타는 우리 반 정훈(가명)이가 동아리 등으로 외부 체험학습을 갈 때 서로 전달사항을 주고받는 것 정도였다. 얼마 전 가산 수피아로 1학년 전체가 진로체험학습을 간 날, 이 분과 점심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오전에 쿠킹, 댄스, VR체험 등 위탁체험학습을 마치고 학생들은 도시락을 먹게 되어 있어서 그 시간 지도를 위해 교사들이 먼저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하루종일 붙어서 생활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든 쉬운 일은 아니다. 정훈이 성격도 약간 까다로운 편이라 어려움이 없냐니까 이 학교는 소위 말하는 '꿀보직'이라 하신다. 정훈이는 휠체어를 타는 것 말고는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생이.. 2019. 10. 20.
낙동강 수련활동, 우리 땅의 가을이 주는 감촉 우리 반 정훈이(가명)는 다리를 쓰지 못한다. 그래서 늘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정훈이의 학교생활을 돕는 사회복무요원 선생님과 함께. 이 분이 교문에서 정훈이를 인계받아 하교할 때까지 돕는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날라주고 같이 식사하고 수업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함께 한다. 대학생이다보니 아이들이 형처럼 잘 따라서 학급에 같이 있어도 어색함이 없다. 문제는 수련활동이었다. 대구시내 중1들은 모두 야영이나 수련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텐트 치고 밥 해먹는 야영은 1박2일이지만 수련원 시설에 입소하는 수련활동은 선착순에 밀리면 2박3일이다. 우리 학교는 다행히 수련활동 1박2일에 당첨. 정훈이는 수련활동 참가를 희망했는데 학교에선 정훈이가 잘 때 사회복무요원 선생님과 둘이서 방을 쓰기를 원했다. 화장실 가.. 2019. 10. 13.
보육과 교육 사이 수민이는 전학생이었다. 수민이가 학기 초에 전학 왔을 때 J중학교 3학년 담임들은 모두 긴장했다. 수민이가 직전 학교에서 사고를 쳐서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퇴학이 없기 때문에 심한 말썽이 생기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이 학교 저 학교 전전하는 학생도 가끔 있다. 폭탄 돌리기도 아니고, 적절한 해결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큰 사건은 언제나 해당 학생의 전학으로 종결된다. 수민이가 우리 반이 아닌 1반에 배정되자 나는 속으로 살짝 안심을 했다. 담임을 맡아보면 그렇다. 평범한 다수의 아이들에게는 일 년 내내 잔소리 할 일이 별로 없다. 말썽쟁이 한두 명이 날이면 날마다 교무실을 시끄럽게 한다. 말썽쟁이가 한 반에 네다섯쯤 포진하면 .. 2019. 5. 7.
갈팡질팡 교과교실제 3월 3일, 입학식 바로 다음날이었다. 만기가 되어 새로 옮긴 학교였는데, 첫날부터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학생들이 자기 교실 없이 매시간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J중학교는 교과교실제 시범학교로 교육청 예산을 지원받고 있었는데, 일주일 정도 적응 기간도 없이 수업 첫날부터 학생들이 가방을 멘 채로 온 학교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예컨대 1학년 1반이라는 이름이 적힌 교실은 조례 시간에 출석을 확인할 때, 그리고 7교시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종례를 할 때 잠깐 모이는 공간에 불과했고, 각 교실은 국어실, 사회실 등으로 쓰였다. 점심시간에도 자기 교실로 가지 말고 5교시 수업할 교실에 미리 가 있으라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지도했다. 전교생의 사물함은 로비 공간을 크게 확장해서 모두 .. 2019. 1. 15.
나는 누구인가 점심시간이었다. 도서실을 감독하러 갔다가 떠드는 녀석 몇이 있어 주의를 주었다. 2학년의 대표적 말썽쟁이들이었다. 남학생들이 무슨 이야기를 그리 진지하게 하는지 궁금해서 화제를 물어보았다. 게임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내가 ‘롤?“ 하자 아이들이 ”어머, 선생님 아시네요” 하며 반가운 척을 한다. 그리고 한 녀석이 이렇게 덧붙인다. “근데 선생님, 그거 아세요? 롤 등수랑 전교 석차랑 정확히 반대라는 걸요.” “그게 무슨 뜻이야?” “여기 모인 애들이 전부 롤 전교 랭킹권에 드는 애들이에요. 동현이가 롤 1등이고요, 상현이가 2등이고, 얘가 4등이나 5등쯤 할 거예요. 음하하.” “게임도 좀 감각이 있어야 잘 하는 거 아냐?” “꼭 그렇진 않아요.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이 결국 잘 하게 되어 있어요.. 2018. 11. 26.
'학교평가'라는 괴물 똑같은 사람이 때와 장소에 따라 상반된 행동방식을 보일 때 우리는 놀란다. D고에서 근무하던 첫 해와 둘째 해, 나는 그런 색다른 경험을 했다. 동일한 학생들이 일 년만에 생활 태도가 완전히 바뀌는 모습을 본 것이다. 공고다 보니 신입생의 입학 성적은 별반 차이 없었고, 2, 3학년은 그 전 해와 같은 학생들이었다. 교사들도 공립학교다보니 해마다 구성원이 좀 바뀌긴 했으나 교무실 분위기는 비슷했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새로 부임한 학교장의 학교운영 방침뿐이었다. 내가 부임한 첫 해에는 A교장이 맡고 있었다. 공고는 학교평가 항목이 일반고와 다르다. 학생들이 자퇴를 많이 하지 않아야 학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A교장은 학생들이 아무리 무단조퇴, 무단결석이 많아도 학생들을 처벌하지 않.. 2018. 11. 20.
교육적 경험(educative experience)에 대하여 3학년 국어를 맡고 있지만, 2학년 진로 수업도 매주 한 시간 지원하고 있다. 진로 과목은 도서관에서 자유 독서를 많이 하는데, 지난 주에는 학생 두 명이 국어 과제를 마무리해도 좋으냐고 물어서 허락해 주었다. A4 종이를 8등분하여 접어서 자신의 여행 경험을(다른 경험도 좋단다)을 간단한 그림과 대사로 그려넣고 마지막 칸에는 그 경험에 대한 해석을 적는 것이었다. 과제를 하는 녀석의 주제는 태국 여행이었고 여행 경험이 한눈에 잘 들어오게 정리되어 있었다.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괜찮은 과제였다. "재미있는 과제구나!" 내 반응에 열심히 그림에 색깔을 칠해넣던 학생은 "재미는 없어요" 한다. 그냥 숙제니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쌤, 이게 대체 국어랑 무슨 상관.. 2018.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