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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114

나 홀로 제주 여행, 4박5일 경비 *컨셉 : 하루는 한라산 등산해서 눈을 꼭 보고, 날씨 안 좋으면 서귀포호텔에서 책이나 읽기. 하루 빼곤 날씨가 좋아서 책 을 못 읽음. 그러나 기가 막힌 설경을 보고, 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도 덤으로 봄. *일정 : 1일차 ~ 밤에 도착 2일차 ~ 한라산 등산(어리목-영실 코스 + 어승생악) 3일차 ~ 제주국립박물관, 서귀포 이동 4일차 ~ 계획 없었음. 결과는 휴식 후 호텔에서 서귀포 시내까지 올레 걷기(6코스, 7코스 일부분), 삼매봉 5일차 ~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제주시로 이동 *여행 경비 1. 숙박비(조식 2만 포함 가격) : 제주칼 2박(19만) + 서귀포칼 2박(285000) = 475000 2. 교통비 : 티웨이항공 11만 택시 7900(공항-호텔) + 19000(호텔-어리목) +.. 2022. 2. 13.
서귀포 기당미술관 한 얘술가가 자기 정체성을 찾는데 얼마만의 시간이 걸릴까? 쉰에 고향 제주의 너른 품에 돌아온 화가가 평생의 고투 끝에 찾아낸 독창적인 제주의 빛깔을 만날 수 있는 곳, 기당미술관이다. 원래는 잘 몰랐다. 이중섭미술관을 보고 공항에 돌아갈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 주변 명소를 검색, 걸어서 20분 걸리는 곳이라 낙점되었다.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상설전시가 대박. 변시지 화백을 통해 또다른 제주를 만났다. 일단 작품들이 강렬하다. ‘폭풍의 화가’란 별칭답게 제주의 자연을 그만의 필치로 묘사했다. 한라산, 성산일출봉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장소가 화가의 내면에서 새롭게 변주된다. 힘찬 붓터치는 고흐를 살짝 연상시키지만 작품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배경색은 다 황톳빛이고 태양과 바다, 초가집과 조랑말과 구부정한.. 2022. 2. 13.
섶섬이 보이는 방 2 — 이중섭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섶섬이 보이는 방 2 — 이중섭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서귀포에서 이건희컬렉션을 보게 될 줄이야. 서울 전시도 예약 힘들어 포기했는데. 갑자기 취소하여 내게 한 자리를 선물해준 귀인께 감사를! 70년만에 귀향한 이건희 컬렉션은 총 12점이다. 그중에 이 있을 줄은 또 몰랐다. 그래, 이 작품이야말로 여기가 제격이지. 섶섬이 보이는 바로 여기 걸려야 하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감회가 더 컸다. 인터넷 검색에서 본 그림은 바다빛이 짙은 파랑인데 원본은 훨씬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감이다. 그림 오른편의 큰 나무 한 그루는 화가가 살았던 초가 앞에 지금도 있는 고목과 비슷하다. 꼭 같은 자리에 있던 나무는 아니어도 비슷한 수종이 아닐까 싶다. 분위기가 닮았다. 6.25 전쟁중이지만 섶섬의 풍경은 화가에게 위.. 2022. 2. 12.
섶섬이 보이는 방 1 — 서귀포 이중섭 거주지 섶섬이 보이는 방 1 — 1.4평 화가의 방 바다가 내다보이는 서귀포 언덕 위 초가. 그 끄트머리에 붙은 방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1.4평의 작은 고방. 화가 이중섭과 아내 마사코, 두 아이들이 일 년간 살부비며 살았던 방이다. 이 방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나희덕 시인의 시 덕분이다. 시인은 이중섭이 살았던 초가를 방문해서 처음엔 '관'처럼 작은 방에 충격을 느낀다. 하지만 여기서 이중섭 식구가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냈음을 떠올리고는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끌어안아 조개껍데기처럼 입을 다물던 방'이겠구나 한다. 화가의 가족이 조개껍데기 같은 그 방에 깃든 건 6.25 때문이었다. 도쿄 유학 시절에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마사코가 먼 원산까지 이중섭을 찾아오면서 이어지고 둘은 1945년 그곳에서 결혼.. 2022. 2. 11.
여행 필수템 여행 갈 때 꼭 챙겨가는 게 있으세요? 저는 3마넌짜리 라면조리기. 주로 방에서 햇반 끓일 때 써요. 점심을 컵라면으로 떼웠더니 허기져서 뭐 먹지? 하는데 숙소 근처엔 고깃집 뿐. 룸서비스에 연어스테이크가 있어 냉큼 시켰으나 결국은 가져온 햇반과 김을 뜯었습니다^^ 캐리어 끌 땐 꼭 가져가는, 여행중 젤 유용한 물건이에요~ 2022. 2. 10.
어승생악 많고 많은 오름 중에 제주시가 제일 잘 조망되는 오름은? 어승생악이다. 한라산으로 가는 길목, 1100도로가 지나는 어리목 근처에 있다. 어리목엔 두 갈래 길이 있다. 윗세오름에서 영실로 이어지는 한라산 탐방로와 그 맞은편 어승생악 가는 길. 어승생악에 먼저 올랐다. 1167m의 꽤 높은 오름이지만 어리목이 970m에 있어서 왕복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늘 지나치다가 제주시가 한눈에 보인대서 요번에 시간을 냈다. 과연 오름 정상에선 가운데 제주공항을 중심으로 섬 북부 해안선이 다 시야에 잡힌다. 바다 쪽으로 스모그인지 해무인지 짙은 띠를 이룬 게 아쉬울 뿐. 그리고 뜻밖의 발견. 오름 꼭대기에 국가등록문화재가 있다. 일본군 동굴진지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며 만든 요새. 요새용.. 2022. 2. 10.
겨울 한라산, 어리목~영실 코스 눈이 너무 보고 싶었다. 전국에 흔한 그 눈이 올겨울 대구엔 한 번도 안 왔다. 눈을 못 보고 봄을 맞으려니 겨울을 그냥 잃어버린 듯한, 시간이 증발된 듯한 느낌이었다. 오미크론 무서워 꼼짝 않고 있다가 3차 맞고 비행기를 탔다. 올겨울 딱 하루지만 눈을 실컷 봤다. 도착한 날 저녁부터 한라산에만 펑펑 내린 눈은 다음날 햇볕 좋은 날씨를 선물했고, 아침에 제설이 되어 산간도로에도 택시가 올라갔다. 백록담 정상으로 가는 코스는 2월말까지 예약 마감이라 내가 택한 길은 예약 필요 없는 어리목-영실 코스. 난 한국의 ‘큰 산’이 넘넘 좋다. 두세 시간만 오르면 도착하는 천국. 세속에서 가장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곳. 어떤 여행지도 이만큼 빨리 모드 전환을 이뤄주진 않는다. 사람의 룰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 2022. 2. 9.
인상적인 로비, 전남대 사회과학대학 식구가 전남대에 볼일이 있어 오랜만에 같이 갔다. 기다리면서 전남대 민주길을 산책했다. 5.18 흔적이 곳곳에 있었는데 사회과학대학의 윤상원홀이 눈에 띄어 들어가봤다. 그리 크지 않은 로비지만 윤상원의 방이 있고 중앙 통로가 윤상원길로 꾸며져 있어서 신선했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윤상원열사는 5.18 때 전남도청에서 총상으로 돌아가셨고, 그의 사후 영혼결혼식에서 부른 노래가 잘 알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내가 가본 단과대학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 전남대 사회과학대학이었다. 중앙 통로인 윤상원길 벽엔 두 가지 질문이 쓰여 있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과학도가 늘 간직할 법한 물음이다. 중년에 이런 젊음의 기운이 가득한 물음을 마주하니 풋풋하고.. 2022. 2. 6.
건물 전체가 역사의 현장, 광주 전일빌딩 주말부부 3일차. 블로그, 페북을 갑자기 열심히 하고 있다. 짐 챙겨주려고 명절 직전에 광주에 갔다. 광주 명소는 거진 다 본 줄 알았는데 놓친 곳이 있었다. 전일빌딩. 내가 방문한 5.18 관련 어떤 장소보다 깊은 인상을 받았다. 80년 5월 27일, 도청 진압을 앞둔 시점, 헬기 사격 탄흔 245군데가 남아있는 곳. 철거될 뻔 하다가 기념관으로 리모델링한 지 얼마되지 않는다 한다. 건물 전체가 살아있는 역사의 흔적이고 전시도 충실하다. 옥상에서는 전남도청, 금남로, 양림동 등 주변이 환하게 들어와 당시를 짐작할 수 있다. 광주에 갈 일 있는 분들은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린다. 2022. 2. 5.
"내가 사실은 바보야" / 군위 김수환 추기경 기념공원 며칠 전, 군위 천주교 묘지에 아빠 보러 갔다가 맨날 지나가면서 보고 들르지는 못했던 김수환 추기경 기념공원을 처음 구경했다. 아담한 전시관에 주변 공원이 산책하기에 넉넉하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애 말년의 보수적 발언이 약간 논란이 되긴 했지만 그건 흠이라 할 수도 없고 정말 훌륭하게 평생을 시대의 부름에 응답했던 생애구나 했다. 사제 시절, 일찍이 독일 유학을 갔는데 그때 종교의 사회 참여에 대해 또렷한 인식을 갖게 되신 것 같았다. 전시관을 훑어보며 이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사실은 바보야. 하느님은 위대하시고 사랑과 진실 그 자체인 걸 잘 알면서도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고 사니까.” 그래서 기념관 스탬프에도 '바보야'라고 적혀있다. 요즘 주위에 그저 성실하게 살아온 많은 .. 2022. 1. 14.
여행의 본질은 __ 순천에서 대구, 무궁화호 기차에서 코로나 때문인지 덕분인지, 작년부터 국내여행을 꽤 했다. 코로나가 잠잠한 시기를 골라서. 방문한 장소는 참 좋은데, 여행이 짧아서 그런가, 뭔가 여행 같지 않고 잠깐 마실 다녀온 느낌이 많았다. 정말 오랜만에 무궁화호 기차를 타보고 알았다. 그간 국내여행이 왜 밋밋했던가를. 이유는 여정, 즉 이동 경로에 있었다. 직선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웬만한 곳은 한두 시간이면 닿는다. 너무 빨리 집에서 방문지에 닿으니 약간 순간이동한 느낌? 가장 빠른 길로 달려가는 것이 꼭 가장 많이 보는 건 아님을 다시금 느꼈다. 한 달 쯤 전, 순천에서 대구로 돌아올 땐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았다. 저녁 시간 버스가 있는 날이 퐁당퐁당 이틀에 한 번이고, 그날은 오후 3시가 마지막 버스였다. 3시까지 순천만을 다 볼 수 없어서 혹.. 2021. 7. 19.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는 곳, 하동 악양면 평사리 1987년, 중딩 때 빠져들어 봤던 최수지 주연의 대하드라마 토지. 스무 살 때 책으로 본 ‘토지’는 기대만큼 재미있진 않았다. 서희와 길상의 로맨스가 대강 마무리되자 더 읽지 못하고 4권쯤에서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펄벅의 ‘대지’에서 받은 민초들의 생명력을 ‘토지’의 다양한 군상들 속에선 별반 느끼지 못했다. 토지의 무대, 최참판댁이 하동 평사리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기가 막힌 장소일 줄도 예상 못했다. 지리산 굵은 산줄기가 끝나는 곳에서 섬진강과 만나고 산자락이 병풍처럼 감싸안은 마을 앞으로는 폰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시원하게 펼쳐진 너른 들판까지… 와~~ 지리산과 굽이치는 섬진강이 만나는 곳에 펼쳐진 드넓은 모래사장에 비옥한 악양평야까지..... 이 모든 게 한 자리에 모여 마을에서.. 2021. 6. 27.
뱀사골과 지리산 천년송 지리산, 그리고 뱀사골... 2005년 단풍이 절정일 때, 내 생애 최고의 '가을'을 만난 곳이다. 가을,,, 하면 언제나 지리산이 떠오르고 뱀사골이 어른거린다. 이후로 그처럼 아름다운 단풍은 보지 못했다. 날씨에 따라 해마다 단풍 빛깔이 다르다. D가 어디 갈래? 하고 묻자마자 내 입에서 '지리산'이 나왔다. 이 얼마만에 간 지리산인지,,, 산자락이 보이자마자 가슴이 뛰었다. 등산 대신 2박 3일 캠핑을 하고, 뱀사골 계곡을 가볍게 트레킹하는 일정이었다. 전날 내린 비 덕분인지 시야가 맑아 힘차게 뻗어간 지리산 줄기와 능선이 장관이었다. 여름숲의 푸름도 단풍 못지않게 좋았다. 길모퉁이마다 마주치는 초록빛 소의 아름다움에, 계곡을 감싸는 시원한 물소리에 눈과 귀를 헹구는 기분이었다. 이 숲과 계곡이 우리.. 2021. 6. 8.
경주 & 울산 2박 3일 올 여름에 경주 답사를 세 번 했다. 탑곡마애불산군, 칠불암, 신선암을 비롯해 삼릉에서 금오봉 정상을 지나 약수골까지 남산 일대를 반 이상 둘러보았다. 보면 볼수록 경주에는 볼거리가 끊임없이 새로 생긴다.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유적과 유물을 품고 있는 도시다. 그 다음으론 공주, 부여 일대이고. 이번엔 특히 동학 관련 유적을 답사했다. 시내에서 지금은 공용주차장이 된 최시형 선생 생가터, 황성공원 안의 동상을 찾아갔고, 조금 외곽에 있는 최제우 선생이 해탈하신 용담정을 걸었다(생가는 공사중이어서 못 봄). 그 장소들은 초라했으나 의미는 다른 곳의 몇 곱절이었다. 동학은 우리 민족의 사상적 계보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자생적 사상이면서 그 내용과 철학 면에서도 가장 위대하다. 앞으로 전주의 동학혁명.. 2020. 10. 11.
국내여행의 장점 & 여름휴가 일주일 여행 일정 및 경비 아주 오랜만에 국내에서 당일치기나 일박이일이 아닌, 일주일 여행을 했다. 지금처럼 코로나가 번지기 전이라 다행. 그때만 해도 폭우가 문제였지 코로나는 괜찮았는데. ㅠㅠ 비가 많이 내렸지만 다행히 우리가 가는 곳마다 비를 피해 갔다. 안동에서 천안 넘어갈 때 중간에 한 시간만 정말 하늘에서 비를 쏟아부어서 고속도로를 60킬로로 달렸고, 그것 말고는 덥지 않아 즐겁게 여행했다. 보통 나는 한 곳에 며칠 머무는 여행을 선호하는데, 이번엔 걍 우리나라에서 안 가본 곳 가보자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찍기 여행을 했는데 나름 괜찮았다. 계획한 동선에서는 어디든 두 시간이면 다 닿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여행의 큰 장점을 깨달았다. 1. 음식값이 싸다. 만 원, 만 오천원 주고 이렇게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데는 전세계.. 2020.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