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67 김기덕의 '시간' 2006. 8. 28. 파라다이스 - 토니 모리슨 파라다이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토니 모리슨 (들녘, 2001년) 상세보기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작품. 중반까지는 여러 조각의 이야기를 연결하기 어려워 무척 힘들게 읽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이 소설은 '두 개의 공동체'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상처 입은 흑인들이 건설한 공동체 '루비'는 자신 밖의 세계에 대해 백인과 다를 바 없는 증오와 폭력을 행사하지만, 코니의 '수녀원'은 오갈 데 없는 온갖 여자들을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을 옥죄고 있던 사회의 사슬로부터 해방된다. 루비는 그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인간이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윤리를 앞세우고 벌이는 학살극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작가는 이처럼 루비와 수녀원 사.. 2006. 8. 8. 나비와 전사 | 고미숙 ㅡ 근대성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 근대라는 것이 어떤 통제와 훈육적 기제를 통해서 우리 신체를 길들여왔는가에 대한 보고서다. 우리에게 이미 너무 익숙해진 근대성에 대해, 우리 몸에 대해 재검토하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로 보이며, 군데군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다. 그러나 거친 문장과 지나치게 많은 따옴표, 방만한 구성이 읽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했다. 근대의 파노라마를 보여주고자 한 듯한데, 파노라마식 글쓰기가 내겐 산만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많지만(날카로운 통찰도 더러 엿보이지만) 그 말들은 충분히 숙성되지 못하고 냄비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다. 푸코와 연암을 연결시켰는데 다 읽고 나서도 왜 그 둘이 연결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연암을 근대를 매끄럽게 활주한 유목민이라 칭하기엔 사료에 근거한 설득력이 약하다. 여러.. 2006. 6. 18. 선거일에 1. 태어나서 처음으로 ‘1번’에 투표했다. 그래선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 2. 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생생하게 기억난다. 겨울방학이었는데,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런데 그 박종철군이 목숨을 걸고 숨겨준 친구 ‘박종운’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는 이야기를 동생으로부터 듣고는 경악~!!! 당시 박종철을 고문했던 고문 검사 정형근이 아직 버티고 있는 당의 국회의원이라... 박종철군 부모님이 아신다면 가슴을 칠 일이다.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 아니다. 군사독재와 친미사대의 망령이 아직도 버젓이 살아 있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거일 뿐이다. 3. 오랜만에 외식하러 시내로 진출. 대구백화점 앞에서 한 무리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지.. 2006. 5. 31. book+ing 책과 만나다 - 수유+너머 책과 만나다 book+ing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그린비, 2002년) 상세보기 서문이 매우 멋졌다. “푸코의 은 프랑스 지식인 사회를 넘어 프랑스 사회 전체를 발칵 뒤집은 책이다. 젊은이들의 배낭여행 가방마다 하나씩 둥지를 튼 책. 모두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게’ 읽은 책. 계급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빵처럼 팔린 책’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책. 한 지식인의 몸부림이 그 사회 전체의 구성원들에게 강렬한 지적 자극을 주는 일이, 우리에게는 가능할까.” 그러나 정작 본문은 잘 읽히지 않았다. ‘수유+너머’에서 나온 책들을 더러 봐왔는데도 이들의 글쓰기는 여전히 낯설었나 보다. 책을 이리저리 들추어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부분부터.. 2006. 5. 30.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 고미숙 ㅡ 도시 중산층이 아니고도 행복할 수 있는 길 “도시 중산층의 삶이 아니고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많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남들처럼 사는 길을 택할 뿐이다. 성공해봤자 나른한 일상과 소통부재만이 존재하는 그런 코스를. 따라서 그런 코스와는 다른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행복을 스스로 창안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법이다. 아니, 그 자체가 자본으로부터의 탈주가 된다. 자본에 대한 대안이 자본보다 빈곤해서야 말이 되는가.” 옳은 말이다. 자본에 대한 대안이 자본보다 빈곤해서는 안 된다. 모든 대안적인 것은 기존의 것보다 더 행복하고 더 신이 나야 한다. 이 책은 부제가 말해주듯이 연구 공간 ‘수유+너머’라는 곳의 실체를 파헤쳤다. 앎의 즐거움에 대해, 지식과 일상의 하나됨에 대해, 자.. 2006. 5. 26. 러시아의 사회주의 어제, 러시아에서 십년을 살다 온 학부 학생과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94년부터 2003년까지 모스크바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91년 소피에트 연방이 무너졌으니까 러시아가 가장 힘들 때 그곳에 머문 셈이다. 그녀는 사회주의가 이론으로는 정말 완벽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면 일이 끝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거나 예술을 즐겼다고 한다. 삶의 목적이 노동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있었다고. 그런데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나서는 다들 TV만 멍하니 보게 되고 돈이 매우 많은 사람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이 있을 때 정말 많은 사람이 자살했다고 한다. 임산부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신발이 없어서 못 나가고 집에서 그대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2006. 5. 25. 그람시 ‧ 문화 ‧ 인류학 - 케이트 크리언 읽느라 힘들었다. 어렵고 딱딱하다. 그러나 인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만한 책. 저자는 인류학에서 사용되는 문화의 개념이 어떤 식으로 형성, 발전했는지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그람시가 사용한 문화의 개념과 인류학자들이 갖고 있는 문화의 개념이 얼마나 다른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인류학의 주제가 무엇이든, 최근까지 역동적 근대성에 주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회학은 근대성의 이해를, 인류학은 그 근대성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를 해명하는 몫을 떠맡았다. 인류학자들은 언젠가는 완전히 붕괴될 관계를 충실히 기록하거나 그것이 진보의 행진에 저항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그람시에게 문화는 체계가 아니며, 안정적이지도, 경계가 뚜렷하지도 않다. 그는 문화를 어떤 식으로든지 계급이 살아서 꿈틀대는 방식으로 .. 2006. 5. 24. What I want...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게 이것이 다인가. 나는 과연 내가 참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가. ... 미친 여자처럼 살고 싶다. 머리는 풀어헤치고 누더기를 걸친 채로 맨발로 온종일 들판을 쏘다니고 싶다. 세상의 첫 아침에 깨어난 사람처럼 들판을 뒹굴고 싶다. 인디언 천막에서 백 명의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싶다. 살고 싶다. 그들 가운데서 영원히 살고 싶다. 그 아이들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며 먹이고 기르고 싶다. 바위처럼 침묵하고 싶다. 흐르는 샘물처럼 청정하고 싶다. 눈 속에 푸른 대나무잎이고 싶다. 우주의 춤사위에 한없이 잠기고 싶다. 어둔 숲속을 달리고 싶다. 돌고래처럼 새벽녘에 생의 기쁨에 겨워 물 위로 솟구치고 싶다. ...... 2006. 5. 22. 공통적인 것 인간들 사이에 동일성은 없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결코 같지 않다. 다르기에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같은 경험을 했을 때만 소통이 이루어진다. 가족이 소중한 것은 피를 나눠서가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만큼, 공유할 수 있는 체험이 많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우리가 어떻게 의미를 공유할 수 있을까. 함께 무엇인가를 함으로써, 공동의 체험을 만들어감으로써 가능하다.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생산하는 것, 즉 삶을 나누는 것이다. 삶은 ‘공통적인 것’을 구축하는 과정이고 함께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2006. 5. 21. 비 오는 날의 단상 아침부터 전화벨이 따르릉 울렸다. 동생이었다. "왜?" "비가 와서 너무 좋아. 처마 밑에 의자 내놓고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셔야겠어." "나도 처마 밑에서 커피 마시고 싶어." "너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밖이나 쳐다봐라. 렌지후드에 또 새가 알을 낳았다. 시끄러워서 일찍 깼어. 지금 밖에는 소쩍새 소리가 들리고, 새 소리 들으니 정~말 평화롭다" 이 인간이 아침부터 이렇게 속을 뒤집어 놓는다. 작년에 동생이 사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예천 어느 한적한 동네의 보건소의 2층에 사는데 집 뒤로는 산이 있고 방 문을 열면 바로 넓다란 옥상이다. 처마 밑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면 시원한 경관이 펼쳐져서 정말 낙원이다 싶다. 온 천지에 새소리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가라앉히고, 아파트 숲속에서 그냥 .. 2006. 5. 19. 필로시네마 혹은 영화의 친구들 - 이진경 재미있다. 영화평론가들의 글보다 훨씬 더!!!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은 철학과 영화의 사이에서 영화를 읽는다. 그래서 이 책의 영화 읽기는 영화라는 텍스트를 매개로 한 우리들의 삶읽기가 된다. 와호장룡, 동사서독, 풀몬티, 길버트 그레이프 등을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고 토탈리콜, 블레이드 러너, 벽, 카프카 등 은 내가 보지 못한 영화여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필로소포스, 지혜에 대한 사랑. 철학의 어원이다. 필로시네마, 영화에 대한 사랑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한 저자는 이 책이 탈주를 기도하는 영화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고, 이 책을 철학이나 영화에 대한 책이 아니라 탈주에 대한 책으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우리들의 삶을 '긴장'시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 2006. 5. 14.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 미하엘 엔데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미하엘 엔데 외 (베틀북, 2001년) 상세보기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동화책. 미하엘 엔데의 탁월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헤헬만이 그린 그림도 정말 멋지다. 책장을 넘기면서 잠시 숨을 멈추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삶의 밝음과 어둠을 매우 간결하고 신비롭게 묘사한 그 그림들을 보노라면 절로 우리 내면의 어떤 깊은 곳, 한없이 고요한 그곳에 도달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은 그림자를 싫어해서 쫓아내지만 오필리아 할머니는 그림자를 거절하지 않는다. 오필리아는 무서운 어둠, 힘없음, 밤앓이, 외로움, 덧없음... 그 모든 그림자들을 받아들였고 그 그림자들과 즐겁게 지낸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이 결국 오필리아를 지금 이 세계보다 더 밝은 빛의 세계로 인도한다. 우리의 .. 2006. 5. 13.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 이현주 노자이야기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장일순 (삼인, 2003년) 상세보기 맑고,, 시원하다. 노자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장일순 선생과 이현주 목사의 대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장들. 그 사이에서 번져나는 평화로운 기운. 노자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 보다. 나처럼 노자를 전혀 모르는 이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쉬운 말들 속에서도 무한한 깊이와 넓이가 느껴지는데 장일순 선생의 삶에서 우러나온 향기인 듯 싶다. 선생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58장부터는 이현주 목사 홀로 선생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작성했다 한다. 공부하다 머리 아플 때 펼쳐 들면 머릿속이 다 깨끗해진다. 노자를 매개로 그리스도교와 불교, 일상의 온갖 영역을 넘나들며 오가는 자유로운 대화, 학문의 언어가 아닌, 삶의 언어가 주.. 2006. 5. 11. 풀몬티 풀 몬티 감독 피터 카타네오 (1997 / 영국) 출연 로버트 칼라일, 마크 애디, 에밀리 우프, 스티브 휴이슨 상세보기 웃다가, 울다가, 정신 없이 보았다. 정말 잘 만든 영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자는 인간이 아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라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공리는 언제나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에게만 적용이 되고 그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매우 냉혹하다. 원치 않게 실업에 처하게 된, 젊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은 여섯 명의 남자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스트립쇼.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몸'. 2006. 5. 11. 이전 1 ··· 113 114 115 116 117 118 119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