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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층산 - 토머스 머튼 칠층산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토머스 머턴 (성바오로출판사, 1999년) 상세보기 몇 달 전에 사놓고선 이제야 읽었다. 아주 특별한 책. 깊은 감동을 받았다. 토마스 머튼은 20세기의 저명한 가톨릭 명상가이다. 젊었을 때 시인이자 문학 교수로 장래가 매우 촉망되었지만 26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일생을 침묵과 명상, 노동으로 사는 봉쇄 수도원인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고독 속에 잠기는 것을 택했다. 그의 대표작 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트라피스트에 입회하기까지의 영적 순례기이다. 매우 담담한 어조로 기술되었지만 그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 아래 영혼의 뜨거운 몸부림이 생생하게 읽힌다.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자기 영혼 안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숱한 방황 끝에 자신이 트라피.. 2006. 2. 12.
존재의 기술 |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사후에 출판된 책이다. 원래는 '소유냐 존재냐'의 마지막 장에 포함시키려다가, 개개인의 소유 양식은 사회 및 경제적 구조의 변화 없이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제외시켰다고 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인간 구원 영역에서의 거대한 사기'를 다루고 있다. 이십여년 전 미국 사회의 문제를 바탕으로 했지만, 그 흐름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매우 뚜렷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프롬은 삶의 목적으로 두 가지 차원의 해방을 말한다. 하나는 정치적 해방이며, 또 하나는 인간성의 총체적 해방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후자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휴머니즘적 해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어느 방향에서 해답을 찾을 것인가이다. 프롬은 무엇을 피해.. 2006. 2. 10.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미치 앨봄 (세종서적, 2002년) 상세보기 책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좋은 책은 사서 서가에 꽂아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참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그 책을 다시 집어들었을 때, 우리는 그 책에서 예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길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의 간격을 체험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과 새롭게 만난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이 책을 읽은 지 칠팔 년은 되었지 싶다. 우연찮게 펼쳐들었는데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전에도 나는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것 같다. 군데 군데 줄이 그어져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때는 어렸고, 모리 교수의 삶이 감동적이긴 했지만, 그의 메세지가 다소 평범하게 .. 2006. 2. 6.
학문과 교육(중1)-교육이란 무엇인가 - 장상호 학문과 교육 중1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장상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5년) 상세보기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만 여행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참된 여행은 그 행선지를 미지의 것으로 남기고 떠나는 데 묘미가 있다. (책에서) 긴 여행을 마쳤다. 결코 짧은 여행이 아니었다. 내 정신으로 하여금 이처럼 광활한 땅을 여행하게 해준 책이 있었던가. 지금 기억으로는 없는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의 묵직한 울림, 마치 시베리아를 횡단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의 백미는 3장과 4장에 있었다. 그간 나는 학교 교육만을 교육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삶 전체가 교육의 장이라고 여기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내가 교육을 얼마나 좁게 또 피상적으로 생각해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이 주는.. 2006. 2. 4.
The Road less Traveled 어려운 일이 몇 가지 있었다. 자신을 추스리며 내 앞에 놓인 길을 들여다보았다. 나를 지금껏 이끌고 지탱해 온 힘의 정체에 대해서도 다시 질문을 해보았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덜 밟은 길에 매혹되어왔음을. The Road less Traveled. 언제나 '미지의 길'이 나를 유혹했다. 남들이 다 하는 뻔한 일은 재미가 없어 보였다. 여행할 때도 타인이 안 가본 곳을 선호했고 삶의 길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그냥 타고난 성격인 것 같다. 이 쪽이 내게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뿐. 단지 그 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만 이 길에서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 느꼈을 뿐. 때때로 이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있지만, 그 때마다 상기하고 싶다. 김수영의 시에 나오듯이.. 2006. 1. 16.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2 - 이덕일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덕일 (김영사, 2004년) 상세보기 역사서가 이처럼 감동적이다니...! 두 권을 정신 없이 읽었다. 우리가 역사를 대할 때, 자칫하면 '역사'라는 관념에 빠져 버리는 수가 있다. 과학의 법칙처럼 역사의 법칙도 냉혹하며, 이 역사라는 '비인격적 절대'가 인간을 억압해버리기도 한다. 거대 담론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공허하게 한다. 이덕일 역사서의 장점은 역사 속에서 눈물과 땀을 흘린 인간들을 먼저 보여주고 그들의 삶을 통해서 한 시대의 흐름과 역사 전체의 흐름을 조명해준다는 것이다. 그가 역사서를 인물의 일대기 위주로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역사라는 산맥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속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숲을 이루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 2006. 1. 13.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 이덕일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덕일 (웅진닷컴, 2001년) 상세보기 요즘 역사서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이 책은 특히 뜻깊은 만남이었다. 아나키스트 이회영! 우리 나라 독립운동가 중에서 명문대가 출신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다수 지배층은 일제에 협력했다. 그런데 이항복의 11대손으로 조선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명문대가 출신의 이회영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가족들을 설득하여 6형제 40여 명의 가족 전원이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이주한다. 전재산과 전생애를 독립운동에 쏟아부었고 결국 이시영을 제외한 5형제 모두가 순국하게 되는 이들 일가의 삶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이회영은 비밀독립결사인 신민회의 창설 멤버였으며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고 헤이그 특사 사건과.. 2005. 12. 21.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 이덕일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이덕일 (김영사, 2000년) 상세보기 정말 재미있는 책, 그러면서도 한 시대의 '진실'을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는 책! 조선왕조 실록에 무려 삼천번이나 거론된 우암 송시열. 83세로 죽었으나 그 죽음의 사유가 사약이었던 인물. 그의 당인 노론에 의해 신화화되어 죽어서도 성인으로 추앙받은 인물이다. 이 책의 저자는 송시열을 둘러싼 삼백년 신화의 허구를 벗겨내고자 한다. 역사서라는 게 저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기 마련이지만, 이 책의 논리는 실록과 각종 사료에 근거해 있어 설득력이 있었고, 저자의 역사관은 오늘의 정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무척 컸다. 서인 정권이 등장한 비극의 뿌리, 인조반정에서부터 시작해서 효종, 현종을 지나 숙종조에 이르기까.. 2005. 12. 20.
드 보통의 삶의 철학 산책 - 알랭 드 보통 전에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서 이 책도 한번 빌려보았다.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여섯 명의 삶과 철학을 토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부닥치는 곤경과 좌절을 벗어나는 지혜를 들려주고자 하는데, 별로 재미가 없어서 대강 책장만 넘기고 말았다. 단, 에피쿠로스에 대한 이야기는 유쾌하게 읽었다. 쾌락을 인생의 목적으로 했던 한 철학자의 취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 에피쿠로스의 정원에는 늘 친구들이 모여 대화하고 사색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는 행복에 필요한 것들을 3개의 범주로 나누었다.그가 말한 쾌락의 기본 요소는 우정, 자유, 사색이었다. 1.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것 : 우정, 자유, 사색(불안을 만드는 주요한 근원인 죽음과 질병, 빈곤.. 2005. 12. 12.
육식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 놀랍고 흥미진진한 책. 저자는 이집트 문명에서부터 현대의 햄버거 문화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천년간 인류와 소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며 소가 서구 문명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숭배의 대상이었던 소가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식이 되면서 야기시킨 사회 경제적 변화는 실로 엄청났다. 유럽 경제가 발달하면서 쇠고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소를 방목할 곳을 찾아 미국 서부로 눈길을 돌린 목축업자들은 그 땅에서 인디언들을 쫓아내기 위해 버팔로떼를 완전히 멸종시켰고 그 결과 인디언 사회는 완전히 붕괴된다. 지방질이 많은 쇠고기를 선호하던 영국인들의 기호는 옥수수로 사육하는 육우정책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농업은 사료용 곡물생산으로 전환되어갔다. 저자는 자동화된.. 2005. 12. 12.
깨어나는 여신-에코페미니즘과 생태문명의 비전 - 김재희 에코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 학술서가 아니라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에코페미니즘은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왜곡된 남신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삶과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우는 데 실패했다고 본다. 병든 인류 문명을 치유하고 어머니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성, 여신의 영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삼신 할머니, 바리공주를 비롯하여, 독일의 녹색 성인 힐데가르트 수녀와 여성 과학자 매클린톡 등의 생애를 들여다보며, 그들 삶과 그들의 과학이 추구한 독특한 생명의 영성을 일깨운다. 특히 12세기 독일의 신비주의자 힐데가르트 수녀는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성인이다. 그녀는 교황과 황제의 카운슬러이자 의사, 과학자, 약초 전문가로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 2005. 12. 1.
충북 화양동 계곡(화양구곡) 어제 화양동 계곡에 다녀왔다. 화양구곡 경치 중 9곡에서 2곡까지 보았다. 이 일대는 우암 송시열이 화양동 서원을 세운 곳으로 암서재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서원은 대원군 때 철폐 되었는데 괴산 군수가 복원을 하고 있었다. 복원을 안 하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 서원 터에는(원래는 절터인데 유생들이 빼앗았다고 한다.) 웅장한 축대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만 있더라면 더욱 고적한 분위기가 날 뻔 했 다. 새로 지은 서원은 유치한 느낌이 났으며, 전혀 멋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옛날에 명나라에 제사 지내던 만동묘까지 쓸 데 없이 복원해 놓았다. 우암은 정치에서 물러나 이곳에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여기서도 조정에 간섭을 하며 정치를 했다고 한다. 화양서원 일대 70리 안에는 아무도 주막을 짓지 못하게 하고,.. 2005. 11. 28.
2005. 11. 24 지금까진 그래도 만 나이로는 서른이라고 자위하며 살았는데 며칠 전, 드디어 만 서른을 넘기고 말았다. 흑흑.. 세부 전공 정하느라고 좀 분주한 나날을 보냈는지라 친구가 전날 밤에 문자를 보내오기 전까진 생일인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24일 아침,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날이었지만, 생일을 자축하고 싶어서 작은 케잌을 사들고 학교로 갔고 같은 방 대학원 식구들과 웃으며 잠시 잠깐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그리고 수업 마치고 오니 그세 손빠른 수정씨와 다른 식구들이 만든 카드가 나를 반겼다. 서로를 환영하는 것, 인사를 건네는 것, 함께 삶을 축하하는 것, 이 웃음이, 이 미소가 삶을 빛이 나게 한다. 만남은 축복이다. 지금의 나를 먹이고 키워 온 숱한 손길들, 나의 가족과 벗들과 스승들, 그리고 자연과 우.. 2005. 11. 24.
교육학의 이해 - 밥 고윈 교육학의 이해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D.BOB GOWIN (공주대학교출판부, 2005년) 상세보기 현장을 위한 새로운 교육학 지난 두달 간 이 책을 공부하며 무척 행복했다. 단, 번역은 정말 개판이다. 내 경우 적어도 세 번 정도 읽고서야 맥락이 파악이 될 정도였으니. 차라리 원서를 보시길 권한다. 원제는 'Educating'이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굉장히 새로웠는데 그 까닭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 있는 질문과 답변의 참신성 때문이었다. 저자는 우리에게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대체 교육이란 무엇인지, 수업이란 무엇인지, 학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의 개념을 철학적으로 다시 분석해낸다. 저자가 'event'라고.. 2005. 11. 21.
리지외의 데레사 요즈음 간간이 리지외의 데레사 성녀가 떠오르곤 한다. 예수아기의 성녀 데레사, 작은꽃(소화) 데레사라고도 불리며, 프랑스의 주보 성인이기도 하다. 갈멜 수녀원에서 스물 네 해의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20세기 가톨릭 교회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녀의 영성은 '사랑' 그 자체이다. 그녀는 일상의 모든 일들을 놀라운 사랑을 갖고 행함으로써 모든 이가 따라 걸을 수 있는 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사랑은 지적이고 철학적인 사랑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에 근거한 구체적인 사랑, 존재의 핵심에서 우러나는 사랑이었다. 이 지상에 완전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음을 슬퍼했고 수녀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자기가 맡은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세상을 위한다는 기쁨으로 최선의 노력을 바쳐 행했다. 자신의 작은 자.. 2005.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