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67 슬픔이여 - 도종환 슬픔이여 / 도종환 슬픔이여 오늘은 가만히 있어라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땅을 치며 울던 대숲도 오늘은 묵언으로 있지 않느냐 탄식이여 네 깊은 속으로 한 발만 더 내려가 깃발을 내리고 있어라 오늘은 나는 네게 기약 없는 인내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더 깊고 캄캄한 곳에서 삭고 삭아 다른 빛깔 다른 맛이 된 슬픔을 기다리는 것이다 2007. 6. 2. 복직, 그리고... 오랜만의 블로깅... 다시 일을 시작한지 열흘쯤 지났을까. 그리고 드는 생각은 너무 욕심내지 말자는 것. 내 한계를 인정하자는 것. 사람들은 모두 각자 자기 생의 무대에서 각자 자신의 운명대로-그것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살아간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나는 잠시 잠깐 동안 이 젊은이들과 생의 한 시기를 함께 보낼 뿐이다. 그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채우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매 순간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그 때마다 어김없이 좌절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어서 다음 순간이면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깊은 열망이 내 안에서 다시 솟아오른다. 우리 모두는 참나(true self)를 찾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나는 모든 학생들.. 2007. 3. 13.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사이토 미치오 내가 올해 읽은 책 중 최고의 책. 이 이야기는 정신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베델의 집'이라는 공동체를 꾸려가며 이십 여년간 자신들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실험하며 살아온 이야기이다. 분열병으로 말로 다 하지 못할 고생을 겪어온 베델의 집 사람들은 '어떤 부조리로 자신이 정신병에 걸렸으며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이 세상에 살아있어야 하는지, 병을 안고 사는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했고 '고생 되찾기, 약함을 유대로, 세끼 밥보다 회의, 문제 해결하지 않기,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 마음 놓고 땡땡이칠 수 있는 회사 만들기' 등 자신들만의 신비하고도 편안한 삶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병을 치료하여 사회로 복귀하고자 애쓰지 않는다. 약해도, 문제투성이어도, 분열병이어도 괜찮다. 병을 지니고도 행복.. 2006. 11. 27.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2 - 김형경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형경 (푸른숲, 2006년) 상세보기 참 오랜만에 읽은 우리 나라 소설. 두 권을 정신 없이 몰입해서 읽고나니 왜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가리켜 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지 알겠다. 사랑 불능의 세진과 사랑 과잉의 인혜는 언뜻 보면 상반되어 보이지만 같은 문제에서 비롯된 우리들의 두 모습이며, 작가는 세진과 인혜를 통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과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좋은 소설이다. 2006. 11. 23. 당신의 세계를 많이 만들어라 - 왕멍 당신에게 여러 세상을 마련하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한 사람에게 필요한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당신에게는 자기 일이 있어야 하고 가정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독신을 선택했다면 그에 맞는 사생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취미가 있어야 한다. 한 방면의 특기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독서하고 수집하고 소장하며 기록하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 마땅히 자기만의 꿈과 환상과 내면 세계가 있어야 한다. 사업이 순탄하지 않을 때, 당신은 집에서 따뜻한 위안을 받고 보상을 받아야 한다. (중략) 영문도 모를 재난이 다가왔을 때, 당신은 명곡을 감상하고, 꽃과 나무를 가꾸고, 애완견을 기르고, 시 한두 수를 쓰는 것이 좋다. 자기의 특기가 쓸모 없을 때, 당신은 다른 특기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 내가 신장에서 살 때 나는 .. 2006. 10. 28. 8000미터를 오른 세 사람에 대한 책 공부하느라 골치 아픈 머리를 식힐 겸, 세 명의 등반가에 대한 책을 빌렸다. 내용은 대충 건너뛰었지만, 그들의 거친 체험과 히말라야의 광활한 사진에 압도되었다. "그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 루이 뒤보, 난다 데비 나는 살아서 돌아왔다 / 라인홀트 메쓰너 지음 / 평화출판사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오른 라인홀트 메쓰너의 등반 기록이 담긴 화보집. 그는 무산소 등정과 단독 등반을 감행함으로써 등반을 매우 특별한 놀이로 만들었다. 그에게 산들은 놀이를 할 수 있는 장이었다. 그의 모든 능력, 힘, 본능 등을 표현하는 자연의 무대였던 것이다. "위대한 산에서 맛보는, 이 허무 속에 있는 심경은 어떤 다른 경험보다도 큰 것이었으며,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몇 번이고 생각하게끔 했다. .. 2006. 10. 20.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 '06 피렌체, 이 아름다운 도시는 내게 안타깝게도 줄에서 시작해서 줄에서 끝난 도시였다.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두세 시간 긴 줄을 섰고, 두오모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또 두 시간 이상 줄을 섰던 곳. 그러다보니 너무 피곤하여 우피치에서는 꼭 봐야 할 작품 몇 개를 놓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작품,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다행히 챙겨 보았다.'비너스의 탄생'은 내게 르네상스의 탄생으로 읽혔다. 중세의 끝, 그리고 인간과 이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 비너스는 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밝음과 생명력, 낙관적인 미소와 우아한 기품으로 나를 그녀에게 반하게 만들었다. 피렌체에서 사흘을 머물었지만, 관광객에게 떠밀려 이 도시의 맛과 멋을 속속들이 느끼지 못했다. 떠나기 전날엔 일.. 2006. 10. 12. 한 시대의 절정, 베네치아 '06 한 시대의 절정 - 이탈리아의 도시들 유럽에서 '건물'이 아니라 '정신'을 보려면 역사 공부가 좀 필요하다. 프랑스에서 이태리로 넘어오고 나서 아무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온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한 시대의 절정이 이곳에 있는데..... 길모퉁이마다 수많은 천재들의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데...... 그저 휙 스쳐가며 건물 껍데기만 보고 돌아서자니 참으로 아쉽다 싶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라도 다 읽고 올 걸, 하는 후회가 여행 내내 들었다. 베네치아, 시에나, 로마, 아씨시...... 이 오래된 도시들이 간직해온 고유한 역사의 두께를 알지 못했기에 내 여행은 감각적 즐거움에 머물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내게 선물해주진 못했다. 물론 그런 저런 아쉬움을 접고 본다면,.. 2006. 10. 3. 프랑스 샤모니에서 알프스 넘어 이탈리아로 '06 스위스로 알프스로 갈까, 프랑스 알프스로 갈까, 프랑스 알프스 중에서 앙시로 갈까, 샤모니로 갈까 고민하다가 샤모니로 왔는데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샤모니는 알프스 산자락 바로 아래 마을이라서 알프스가 조망되지 않는다. 트레킹을 하지 않는다면 앙시로 가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날씨가 불같이 더워서 트레킹을 포기하고 나니 미니기차를 타고 이 작은 마을까지 들어왔는데 오고나니 샤모니에서 할 일이 없었다. 까페에서 두툼한 샌드위치를 시켜먹고 (트레커용인가 진짜 맛있어서 두 개나 먹음)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샤모니에서 이태리 넘어가는 버스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마침 오후 편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알프스를 통과하는 아주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나니 몽블랑 대신에 '몬테 비얀코'라는 이태리 말이 보이기 .. 2006. 10. 2. Pilgrim of the trust / 프랑스 떼제 공동체 '06 Jesus Christ, Your light shines within us. Let not my doubts and my darkness speak to me. Let my heart always welcome your love. 그리스도여, 내 어둠이 내게 속삭이지 않게 하시고, 내가 당신 사랑을 맞이하게 하소서. 여름이면 전세계에서 모인 수천의 젊은이들이 떼제의 언덕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종이 울리고 저녁 기도가 시작이 되면 수천 명이 동시에 Veni creator spritus를 노래 불렀다. 기도를 마치고 한밤중에 바라크로 돌아올 때면 떼제의 언덕 위로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떼제에서 치유의 길을 발견했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거듭 발견했는데... 그 떼제에 9년만에 다.. 2006. 9. 28.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파커 파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파커 파머 (한문화, 2001년) 상세보기 가끔 우리는 느낀다. 내가 원하는 것과 삶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괴롭게 한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우리는 그 격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는다. 삶은 결국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펼쳐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사는 나의 좁은 자아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나의 삶이, 나의 참자아가 가고자 하는 길로 나아간다는 것을. 그러므로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혼란과 방황은 그치지 않는다. 아니 삶은 자신의 소리를 귀담아 들을 때까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 얇은 책은 자신의 인생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따라 걸어온, 가장 자신답게 사는 길을 찾아온 저자의 영적 여정에 대.. 2006. 9. 27. 가난한 화가의 방 / 파리 '06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한낮의 빠리 시가지는 내 마음에 짜증을 돋웠다. 배낭을 맨 어깨는 무거워오는데, 관광객은 거리마다 가득찼고, 9년 전 여기 처음 왔을 때의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참, 그 때는 여름이라도 이처럼 무덥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요즘 유럽이 이상기온이라더니, 정말 더웠다.) 골목마다 있던 쁘띠 호텔은 죄다 사라졌고 값비싼 호텔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태양의 기운이 한풀 꺾이고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에야 이 도시의 아름다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녁 산책을 하며, 익숙한 길을 다시 걸었다. 그리고 쎄느 강을 건너 노트르담 성당 앞을 지나면서 내가 만난 건 빠리 그 자체보다는 호기심에 충만해 이 길을 걷던 9년 전의 내 모습이었다... 2006. 9. 26.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두 권을 읽었다. 와 .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생에 대한 묵직한 울림보다는 뉴에이지풍의 가벼움이 느껴져서 전세계적으로 6천 5백만부나 팔린 이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더는 찾지 않았었다. 그런데 동생이 사놓은 를 우연히 집어들고는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코엘류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커다란 의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 의문을 진행시킨 다음, 말미에 이르러서는 매우 간결하고 놀라운 깨달음의 충격을 선사한다. 그는 어정쩡한 결론으로 독자를 괴롭히지 않는다. 소설 제목을 뽑는 솜씨도 놀랍다. (오 자히르, 11분 등을 더 읽어보고 싶.. 2006. 9. 24. 사랑의 모든 것 - 벨 훅스 대중매체를 비롯하여 우리 주위의 온갖 것들이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낭만적 사랑의 환상이나 전율, 흥분만을 보여줄 뿐 진정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은 참으로 드물다. 사람들 역시 사랑을 갈망하는 듯하지만 남녀 관계가 주는 일시적인 활력을 넘어서는 보다 깊은 차원의 사랑, 자신의 영혼 깊은 곳의 부름은 외면한다. 그리고 사랑보다는 권력욕에 쉽게 굴복한다. 혹은 자기 삶에 사랑이 깃들어 있지 않음을 변명하기 위하여 진정한 사랑은 이상일 뿐,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록 내 삶에서 경험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참사랑은 존재한다. 비록 소수일지언정 이 지구 위 누군가는 참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그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 ‘사랑의 모든 것’은... 느낌도, 특별한 매력에.. 2006. 9. 18. 섹스 자원봉사 - 가와이 가오리 이번 학기 교육심리 수업 교재로 만나게 된 책. 우리가 장애인의 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장애를 지녔다는 이유로 보통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과 절망의 편린들을 에피소드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성 문제를 다룬 책이지만 이 책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까닭은,,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인생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한 부분을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순수한 사랑이 얼마나 부족한지 생각케 된다. 사랑이 샘물처럼 넘쳐 흐르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2006. 9. 10. 이전 1 ··· 112 113 114 115 116 117 118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