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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173

[네팔] 다시, 안나푸르나에 서다 - Annapurna Sanctuary 1 "산이 거기 있기에 산에 오른다." 유명한 등반가 라인홀트 메쓰너의 말이다. 아마 당분간은 그 누구도 이보다 나은 대답을 들려주지는 못할 것 같다. 그 누가 산에 오르는 이유를 딱 집어 말할 수 있을까. 산이 그 깊은 존재감으로 우리를 부르고 있다는 말 밖에는. 그러니 우리는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르는 것이다. 큰 산은 저마다 특별한 혼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산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가 한데 어우러져 내뿜는 아우라 때문인지, 아니면 산의 몸체를 이루고 있는 땅의 기운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아무 것도 없는 바위산에서도 웅대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은 우리에게 일정 부분 신비일 수밖에 없으리라. (산을 오르고 있는 가이드, 포터, 엄마) 세상에서 가장 높고 험준한 산맥 히말라.. 2008. 2. 22.
[태국] 깐차나부리의 소년 '08 나는 결국 그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인사는커녕 그는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시종일관 고개를 돌리고 우리들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일행 모두는 뗏목을 젓는 소년의 뒷모습만을 기억할 뿐이다. 노 젓는 솜씨는 훌륭해서 물살을 따라 방향을 잘 잡으며 노를 저어갔다. 강물의 흐름을 타고 있어 노를 저을 필요가 없을 때도 소년은 결코 우리를 향해 뒤돌아보거나 하지 않았다. 뗏목 위에는 여남은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방콕의 마지막 하루를 그냥 까페에 앉아 보내려니 어머니가 심심해하실 것 같아서 현지여행사를 통해서 깐차나부리 일일 트레킹을 신청한 거였다. 트레킹이 아니라 농장 방문이라고 해야 할 만큼 시시한 일정이었다. 그.. 2008. 2. 19.
거리의 탁발승 /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새벽이었다. 카오산 로드는 지난 밤의 열기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요에 싸여 있었다. 아침 끼니를 해결해주는 노점상 몇 군데만이 주섬주섬 자리를 펴고 있었고, 여행객 몇 명이 아침을 들고 있었다. 람부뜨리 거리를 빠져나가 공항 버스가 서는 주 도로에 이르렀다.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는데 어지러이 오가는 차들 사이를 걷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내 시야에 박혔다. 오렌지빛 장삼을 걸친 맨발의 탁발승이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여기저기서 탁발승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낮이나 저녁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태국은 부처님을 믿기보다는 왕을 더욱 숭배한다고 들었는데, 매일마다 탁발을 하며 아침을 여는 스님들의 모습은 이 나라가 불교국가임을 실감케 해주었다. 잠깐 스쳐간 풍경이지만 이 나라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정.. 2008. 2. 18.
[태국] 방콕 1. 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로드 '08 해가 기울면 포장마차의 등불이 하나씩 켜지고,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방금 배낭을 메고 도착한 사람, 까페에서 시원한 맥주잔을 들이키는 사람,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사람, 물건을 사려고 흥정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을 구경하는 사람... 열대의 무더운 날씨 속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실로 강렬하다. 방콕은 그간 여러 번 경유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준의 책을 읽고 카오산 로드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카오산 로드,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이 내뿜는 활력과 에너지다. 히피들의 시대는 갔지만, 그 후예들이 또 다른 종류의 자유를 찾아 전세계에서 속속 모여드는 곳.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넘실거리지만,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젊음의 에너.. 2008. 2. 17.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 '06 피렌체, 이 아름다운 도시는 내게 안타깝게도 줄에서 시작해서 줄에서 끝난 도시였다.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두세 시간 긴 줄을 섰고, 두오모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또 두 시간 이상 줄을 섰던 곳. 그러다보니 너무 피곤하여 우피치에서는 꼭 봐야 할 작품 몇 개를 놓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작품,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다행히 챙겨 보았다.'비너스의 탄생'은 내게 르네상스의 탄생으로 읽혔다. 중세의 끝, 그리고 인간과 이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 비너스는 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밝음과 생명력, 낙관적인 미소와 우아한 기품으로 나를 그녀에게 반하게 만들었다. 피렌체에서 사흘을 머물었지만, 관광객에게 떠밀려 이 도시의 맛과 멋을 속속들이 느끼지 못했다. 떠나기 전날엔 일.. 2006. 10. 12.
한 시대의 절정, 베네치아 '06 한 시대의 절정 - 이탈리아의 도시들 유럽에서 '건물'이 아니라 '정신'을 보려면 역사 공부가 좀 필요하다. 프랑스에서 이태리로 넘어오고 나서 아무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온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한 시대의 절정이 이곳에 있는데..... 길모퉁이마다 수많은 천재들의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데...... 그저 휙 스쳐가며 건물 껍데기만 보고 돌아서자니 참으로 아쉽다 싶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라도 다 읽고 올 걸, 하는 후회가 여행 내내 들었다. 베네치아, 시에나, 로마, 아씨시...... 이 오래된 도시들이 간직해온 고유한 역사의 두께를 알지 못했기에 내 여행은 감각적 즐거움에 머물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내게 선물해주진 못했다. 물론 그런 저런 아쉬움을 접고 본다면,.. 2006. 10. 3.
프랑스 샤모니에서 알프스 넘어 이탈리아로 '06 스위스로 알프스로 갈까, 프랑스 알프스로 갈까, 프랑스 알프스 중에서 앙시로 갈까, 샤모니로 갈까 고민하다가 샤모니로 왔는데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샤모니는 알프스 산자락 바로 아래 마을이라서 알프스가 조망되지 않는다. 트레킹을 하지 않는다면 앙시로 가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날씨가 불같이 더워서 트레킹을 포기하고 나니 미니기차를 타고 이 작은 마을까지 들어왔는데 오고나니 샤모니에서 할 일이 없었다. 까페에서 두툼한 샌드위치를 시켜먹고 (트레커용인가 진짜 맛있어서 두 개나 먹음)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샤모니에서 이태리 넘어가는 버스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마침 오후 편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알프스를 통과하는 아주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나니 몽블랑 대신에 '몬테 비얀코'라는 이태리 말이 보이기 .. 2006. 10. 2.
Pilgrim of the trust / 프랑스 떼제 공동체 '06 Jesus Christ, Your light shines within us. Let not my doubts and my darkness speak to me. Let my heart always welcome your love. 그리스도여, 내 어둠이 내게 속삭이지 않게 하시고, 내가 당신 사랑을 맞이하게 하소서. 여름이면 전세계에서 모인 수천의 젊은이들이 떼제의 언덕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종이 울리고 저녁 기도가 시작이 되면 수천 명이 동시에 Veni creator spritus를 노래 불렀다. 기도를 마치고 한밤중에 바라크로 돌아올 때면 떼제의 언덕 위로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떼제에서 치유의 길을 발견했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거듭 발견했는데... 그 떼제에 9년만에 다.. 2006. 9. 28.
가난한 화가의 방 / 파리 '06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한낮의 빠리 시가지는 내 마음에 짜증을 돋웠다. 배낭을 맨 어깨는 무거워오는데, 관광객은 거리마다 가득찼고, 9년 전 여기 처음 왔을 때의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참, 그 때는 여름이라도 이처럼 무덥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요즘 유럽이 이상기온이라더니, 정말 더웠다.) 골목마다 있던 쁘띠 호텔은 죄다 사라졌고 값비싼 호텔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태양의 기운이 한풀 꺾이고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에야 이 도시의 아름다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녁 산책을 하며, 익숙한 길을 다시 걸었다. 그리고 쎄느 강을 건너 노트르담 성당 앞을 지나면서 내가 만난 건 빠리 그 자체보다는 호기심에 충만해 이 길을 걷던 9년 전의 내 모습이었다... 2006. 9. 26.
새벽녘에 만난 야생 돌고래들의 춤 - 카이코우라(Kaikoura) 2 카이코우라에 온 이유는 돌고래를 보기 위해서였다. 카이코우라는 야생 돌고래 투어로 유명하다. 배를 타고 인근 해역에 서식하는 야생 돌고래 무리를 직접 찾아간다. 돌고래 투어는 새벽과 오후에 각 한 차례씩 있었다. 새벽이 돌고래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고 해서 나는 새벽 투어를 신청했다. 돌고래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그냥 배에서 구경하는 것과 스킨 장비를 갖추고 돌고래들과 함께 수영하는 것. 수온을 물어보니 18도란다. 오픈워터 다이버인 나는 18도의 바닷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기에 그 말을 듣자마자 수영을 포기했다. 하지만 서른 명쯤 되는 투어 신청자 중에서 나를 포함한 세 명을 제외하곤 모두 수영을 선택했으니 서양애들의 육체적 강건함은 알아줘야 한다. 다음 날, 투어용 배는 어스름할 즈음에 카이코우.. 2005. 10. 28.
[뉴질랜드] 카이코우라는 아름답다 - 카이코우라(Kaikoura) 1 카이코우라는 아름답다 - 뉴질랜드 카이코우라 1 카이코우라는 아름답다. 뉴질랜드의 하늘빛, 산빛, 물빛, 바다빛,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건만, 이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야말로 '아름답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구나, 생각했다. 날씨도 기분 좋게 선선했고, 산과 바다가 서로를 품에 안은 반도의 지형이 다른 어떤 곳보다 내 마음에 여유와 평온함을 선사한 곳. 다시 말해, 카이코우라의 아름다움은 피오르드랜드의 스펙터클한 아름다움과, 카후랑기의 무성한 숲, 아벨 태즈만의 뜨거운 여름과는 달리, 우리가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은, 국립공원이 아닌, 사람 사는 마을을 옆에 둔 어떤 온화함이 있는 곳. 아무튼 카이코우라는 참 아름다웠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언덕 아래 자리잡은 YHA까지 바다를 따라 .. 2005. 10. 23.
[뉴질랜드] 한 번은 사고를 칠 줄 알았어! - 히피 트렉(Heaphy Trek) 한 번은 사고를 칠 줄 알았어! - 뉴질랜드 히피 트렉 (Heaphy treck) 배낭여행의 매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리라. 내 경우 그것은 예기치 못한, 우연한 만남이 주는 놀라움 및 기쁨과 결부되어 있다. 모든 것이 꽉 짜여진 일정대로 전개된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아닐까. 시간표를 철저히 지켜야 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여행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요소는 '우연성'이다. 일상에서는 비가 쏟아지거나 흰 눈이 폴폴 쌓여도 해야 할 일은 변함 없다. 꽃이 피고 낙엽이 져도 주어진 일은 마쳐야 하고 퇴근 시간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여행은 다르다. 소낙비가 내리면 모든 일정을 접고 까페에서 오전 내내 커피를 마시며 빈둥거려도 좋고, 햇살이 찬란하다면 박물관 대신에 숲길을 .. 2005. 10. 21.
[뉴질랜드] 편안한 휴식, 모투에카(Motueka) 청명한 날씨,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모투에카에 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솔로 여행자에게 숙소는 여행지의 기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낯선 행선지들을 거치다보면 피곤할 때도, 힘들 때도 있는 법. 그럴 때 집처럼 편안한 숙소, 사람들의 미소와 작은 친절, 따끈한 차 한 잔, 정말 작디 작은 것들이 마음에 새겨지고 떠나고 나서도 그곳을 추억하게 만든다. 모투에카 YHA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원래 내 일정은 프란쯔 조제프 빙하에서 남섬 북부의 넬슨으로 가는 것이었고 모투에카는 계획 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빙하 트레킹 이후 여독이 한꺼번에 몰려온 게 문제였다. 넬슨은 프란쯔 조제프 빙하에서 하루종일 걸리는 길, 나는 만 하루 동안의 버스 여행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중간 지점인 그레이마우스까.. 2005. 10. 20.
[뉴질랜드] 새들이 차지한 곳과 사람이 차지한 곳 - 아벨 태즈만 코스털 트렉(Abel Tasman Coastal Trek) 새들이 차지한 곳과 사람이 차지한 곳 - 아벨 태즈만 코스털 트렉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고 싶다면 뉴질랜드로 오시기를. 만년설로 덮힌 산과 바위, 폭포와 빙하, 에메랄드빛 호수와 숲, 그리고 열대 바다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길이 다 있다. '트레킹의 천국'이라는 말이 그냥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다. '아벨 태즈만 코스털 트렉',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이 국립공원은 남섬 북부 골든 베이에 있다. 이 길의 매력은 한적한 바닷길이라는 점이다. 완주하는 데 2박 3일이 걸리며, 밀포드, 케플러, 루트번 트렉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의 아홉 개 'Great walks' 중 하나다. 굳이 종주하지 않아도 좋다. 코스는 다양하며 각자 원하는 구간을 걸을 수 .. 2005. 10. 15.
[뉴질랜드] 그들과 우리는 자연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 프란쯔 조제프 빙하(Franz Josep Glacier) 마치 외계 별에 불시착한 사람인듯 [여행기] 뉴질랜드 프란쯔 조제프 빙하 트레킹 ▲ 멀리서 본 프란쯔 조제프 빙하 어린 시절엔 누구나 한 번쯤 남극이나 북극에 가는 상상을 해보았으리라. 하얀 설원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지금에 와서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극지에 가고 싶은 마음은 사실 없지만, 대신에 북극과 가까운 아이슬란드에는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뉴질랜드에서 빙하 트레킹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극 지방만큼 거대한 빙하는 아니겠지만 빙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무척 기뻤다. 남섬의 빙하 트레킹으로 유명한 곳은 프란쯔 조제프 빙하(Franz Josep Glacier)와 그 옆의 폭.. 2005.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