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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173

예술가의 혼이 있는 도시 / 스페인 바르셀로나 (1) 바르셀로나는 특별한 도시이다. 바르셀로나의 특별함은 바르셀로나가 까딸루냐 지방의 주도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해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중해에 자리잡아 1월에도 봄처럼 온화한 날씨, 산과 바다를 모두 갖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여행자들이 반하는 바르셀로나의 첫 번째 매력은 바르셀로나가 지닌 친화력이다. 빠리나 로마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바르셀로나는 그들 도시의 '거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EU에서 서너번 째 부유한 도시임에도 사람들은 잘 웃고 소박하고 친절하다. 아무리 좁은 도로에도 인도가 있으며, 중심가에는 차로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훨씬 넓은 점도 이 도시의 인간적인 매력을 배가시켜 준다. 바르셀로나는 15세기 신대륙으로의 첫 항해를 마친 콜럼버스가 귀환하여 이사벨라 여.. 2018. 12. 16.
뽀삿에서 보낸 일주일 / 캄보디아 봉사 여행 털털거리는 툭툭을 타고 뽀삿성당을 출발했다. 붉은 흙이 깔린 비포장길을 40여분 달려 도착한 곳은 인근의 작은 시골학교. 육십 여명의 어린이들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꼬마가 내게 수줍은 태도로 보랏빛 꽃을 내밀었다. 주변에서 막 꺾어온 것 같았다. 잠시 후 또 한 소녀가 꽃을 주었다. 누나 손에 이끌려 온 두세 살 아가도 꽃을 건넸다. 그렇게 다섯 아이로부터 받은 꽃송이들이 내 손 안에 모여 작은 꽃다발이 되었다. 소박하지만 가슴 찡한 환영 인사, 뽀삿 아이들과의 첫만남이었다. 이후 뽀삿에서 내가 받은 선물은 꽃다발만이 아니다. 앙코르왓이 있는 씨엠립에서 합승택시로 다섯 시간 이상을 더 가야 하는 뽀삿. 그곳에서 머문 일주일간 나는 다섯 지역의 학교를 방문했다. 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 2018. 12. 13.
7년 만의 재회 / 캄보디아 씨엠립 밤 12시, 씨엠립 공항에 도착하니 툭툭 아저씨가 미소를 짓고 나를 맞았다. 저가호텔이라 혹시 픽업 안 나오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출국장으로 나오자마자 'Bia Kim'이라는 종이를 든 환한 표정의 아저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7년만의 재회였다. 씨엠립에 오기 전에 들었다. 여기 개발붐이 일어서 관광객이 미어터진다고. 그래서 예전과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열대의 온화한 공기와 함께 캄보디아의 미소도 여전했다. 그 미소가 달라지지 않아 좋았다. 공항에서 툭툭을 타고 30분쯤 달려 도착한 호텔. 직원들의 얼굴에서도 같은 미소를 보았다. 온 얼굴에 활짝 번지는 어여쁜 미소였다. 불교 국가의 특징일까, 날씨 탓일까. 어쨌든 우리가 지니고 있지 못한 온화한 미소였다. 잘은 모르지.. 2018. 12. 13.
타이페이 단상 / 대만 여행 타이페이는 평화로웠다. 오토바이가 때로 소음을 일으키는 것 말고는, 도심은 도시 계획이 잘 되어 있고 공원도 많았다. 이 도시의 특징 중 하나를 꼽자면 빌딩 1층이 필로피 건축처럼 기둥만 세워서 인도로 활용되는 점이었다. 덕택에 도심 대부분의 인도가 두 배로 넓어서 좋았다. 사람들의 표정도 남국의 온화한 날씨만큼 부드러웠다. 아주 부유하진 않지만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식하게도 여기 오기 전엔 몰랐다. 대만이 일본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일본의 첫 번째 식민지가 대만이었다. 그러나 대만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 호의적 감정을 갖고 있었다. 일본이 한국과는 달리 강압적으로 통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첫 번째 식민지라 애지중지한 면이 더 많았다고 한다. 조선 총독이 모두 군인 출신이.. 2018. 9. 6.
중국의 아침, 북경 천단공원과 환구단 친구가 북경의 여름은 더위로 많이 힘들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간 때는 7월 말인데도 30도 정도여서 그다지 덥지 않았다. 악명 높은 북경의 스모그도 많이 걱정되었는데 오히려 서울보다 공기도 좋은 편이었다. 북경 주변 공장이 해안으로 이전한 덕분인지는 모르겟으나, 시내 모든 버스와 택시, 오토바이가 전기로 바뀐 영향도 분명 있을 것이다. 중국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우리와 다른 그곳만의 색깔을 발견하게 될 때다. 그것은 고유한 자연일 수도 있고, 미학적 전통이나 정신적인 분위기일 수도 있으며, 일상의 사소한 삶의 스타일일 수도 있다. 그 '작은 차이'가 삶의 다양성을 깨닫게 하고 그 장소를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일주일 동안 북경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자금성은 .. 2018. 9. 2.
도쿠가와 막부의 시작과 끝을 알린 곳 / 교토 니조성 니조성은 교토고쇼 바로 근처에 있었다. 작년 교토에 들렀을 때, 교토고쇼만 보고 시간이 없어 니조성은 들르지 못했다. 교토고쇼는 일왕의 궁전이고, 니조성은 에도로 옮긴 도쿠가와 막부가 교토에 올 때 머문 숙소이다. 교토고쇼에서는 특별한 감흥을 얻지 못했다. 왕의 궁전이지만 교토의 다른 건축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간결한 편이며, 석정과 정원도 그리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우리의 경복궁이나 창덕궁이 내겐 더 매력 있었다. 다만 우리 궁궐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별로 없는데, 교토고쇼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곳곳에 품고 있어 그 오래된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방문한 니조성은 건축물로서의 가치도 그렇고 역사적 의미도 그렇고 교토고쇼보다 훨씬 매력적인 장소였다. 니조성은 도쿠가와 막부의 시작과 끝을 알린.. 2018. 6. 1.
란덴 열차 타고 아라시야마 가는 길 / 교토 광륭사, 금각사, 용안사, 천룡사 '철도의 나라'라는 별칭답게 일본 철도는 아주 다양한 노선을 자랑한다. 각 철도 회사의 주인이 달라서 통합 패스가 없으면 지하철 환승을 할 때마다 돈을 따로 내야 한다는 굉장한 번거로움이 있지만, 관광지의 경우 기차가 닿지 못하는 곳이 거의 없는 점은 큰 장점이다. 자가용 여행이 아니고서도 일본 구석구석까지 돌아볼 수 있다. 교토에는 관광용 꼬마 기차 '란덴 열차'가 있어 교외 유적을 연결해준다. 교토의 시조 오미야 역에서 출발하여 아라시야마까지 가는 이 관광기차를 타면 교토 '낙서 지역' 유적들을 대부분 만나볼 수 있다. 낙서 지역의 유적을 하루 동안 다 들르기엔 벅차 보여서 나는 꼭 봐야 할 장소 네 곳을 뽑았다. 광륭사, 금각사, 용안사, 그리고 아라시야마의 천룡사였다. 광륭사에는 그 유명한 '목조.. 2018. 6. 1.
도시샤대학에서 만난 두 개의 비석 / 교토에서 만난 윤동주 교토는 내가 이미지로 아는 일본과 실제 일본이 다르다는 사실을 낱낱이 깨우쳐준 곳입니다. 교토가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은 일본이 한반도 도래인이 전한 문명의 씨앗을 그냥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자기들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꽃피웠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금각사, 은각사, 청수사, 용안사, 천룡사 등 유명 사찰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어 나는 가는 곳마다 찬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이룬 그 모든 문화적 성취보다 내게 더 깊고 뜨거운 감정을 불러온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도시샤대학에서 만난 작은 시비였어요. 고목이 있는 곳은 그 장소가 오래되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도시샤대학 가는 길도 그랬습니다. 일왕의 처소였던 교토고쇼 근처에 있는 도시샤대학 근처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많았습니다. 도시샤대학은 아담한 규.. 2018. 5. 26.
지은원에서 청수사까지 / 교토 낙동 지역 도시 여행의 즐거움은 오래되고 개성이 있는 거리를 구경하는 것입니다. 화려한 빌딩숲은 한 번 보고 와~ 하면 끝이지만, 사람이 걸어가면서 눈을 맞출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골목길은 우리 감성에 더 지속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교토가 바로 그런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도시였습니다. 교토에서 처음 걸은 곳은 지은원에서 청수사까지 '낙동' 지역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동산'의 산자락을 따라서 사찰과 마을이 자리잡은 동네였습니다. 마치 서울의 평창동이나 부암동처럼 산을 끼고 마을이 있어 새 소리가 들리고,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은원은 '삼문'의 어마어마한 규모에서부터 놀랐습니다. 이처럼 웅장한 규모의 절집 대문이 우리 나라에는 없어서 놀라움이 컸습니다. 이렇게 큰 삼문을 가진 사찰이 교토에는 지.. 2018. 5. 18.
교토에서 생각하는 '오래된 미래' / 일본 교토 여행 교토는 아름다웠습니다. 높은 빌딩이 거의 없어 고개를 들면 도시를 둘러싼 산자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이 연이어 펼쳐진 풍경은 한국과 비슷하여 친숙한 느낌도 듭니다. 도시 중심으로는 가모강이 흐르고 가모강의 조그마한 지류들도 잘 가꾸어 놓아 천변을 따라 걷기 좋은 도시였습니다. 교토는 자연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습니다. 교토에는 '오래된 과거'가 있었습니다. 천년 고도답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만 17군데가 있었고 수천 개의 사찰이 있었습니다. 사찰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문화 유적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복원을 통해 지금도 계속 옛스러움을 살려나가고 있었습니다. 교토는 단지 과거의 도시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교토에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문화는 .. 2018. 5. 18.
놀라움의 서막 / 일본 나라 '17 나라는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길에 있는 작고 아담한 시골 마을이었다. 교토로 가던 중에 잠깐 들렀다. 유적지는 기차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정갈한 현대식 단층 주택들 사이를 십여 분 걸어가면 7세기에 세워져 1300년을 버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인 일본 고대유적 호류사와 사슴공원으로 유명한 동대사가 차례로 나타난다. 나라 방문은 이어진 교토 여행에서 내가 받은 충격의 서막이라 할 만했다. 문화재는 한 시대의 미학적 감수성의 결정판이다. 하나를 통해 그 주변 전체와 그 시대를 아울러 짐작하게 하는 것이 문화재이다. 나라에 와서 축소 지향적이라고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깨어졌다. 호류사 오중탑은 웅장하지만 둔탁하지 않았다. 나무로 지어진 거대한 불탑을 보는 것도 처음.. 2017. 12. 3.
오사카를 만나다 '17 한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나라를 아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남의 나라는 더욱 그렇다.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단편적 지식이나 언론이 보여주는 일방적인 이미지에 머무는 수가 많다. 일본도 내겐 흔히 하는 말처럼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일본 영화나 음악은 접했지만, 매스컴에서 본 일본 전통문화의 이미지는 생경했고, 크게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라는 두 가지 지배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던 나라가 일본이었다. 일주일 정도 가볍게 여행할 곳을 찾다가 대구 출발 저가항공이 생겨서 일주일간의 오사카/교토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오사카는 지리적 가까움 때문에 도쿄보다 우리 역사와 더욱 밀접한 곳이다... 2017. 7. 16.
규슈 국립박물관에서 / 일본 후쿠오카 '17 여행할 때 특별한 호기심이 없어도 꼭 들르는 곳이 있다. 국립박물관이다. 내 배경지식이 충분치 않아 관람이 다소 지루할 때도 많다. 하지만 어떤 박물관에서든 예상치 못한 뜻밖의 발견을 한두 가지는 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국립규슈박물관에서도 그랬다. 규슈박물관은 후쿠오카 여행 중 다자이후 텐만구에 들렀을 때 보았다. 입장권을 끊고 관람을 시작하려는 찰나 한 일본 아주머니가 한국말로 말을 건다. 흰 머리를 곱게 쓸어 넘긴 단발머리에 오십대는 족히 되어 보였다. 살짝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어 그 연세에도 소녀 같은 분위기를 전해주는 분이었다. 자원봉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1층을 자기가 안내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우리는 기꺼이 승락했다. 그 분은(이름을 잊었다ㅜ.. 2017. 5. 6.
도쿄 오다이바 해변에서 '16 오다이바는 도쿄 인근의 인공 섬이다. 1800년대에 방어 목적으로 조성되었다가 1980년대 다시 개발되기 시작했던 것이 국제도시박람회 개최가 취소되면서 지지부진해오다가 2000년대 다시 관광지로 부각된 곳이라 한다. 지상철인 유리카모메 기차가 오다이바로 연결되는데 기차를 타고 도쿄와 오다이바를 잇는 레인보우브릿지를 따라 바다를 건너는 것이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오다이바는 관심 있던 곳은 아닌데 숙소 힐튼 오다이바가 이곳에 있어 도쿄에 머무는 나흘 동안 매일 레인보우브릿지를 건너 시내로 들어갔다. 힐튼 오다이바는 지상철에서 바로 연결되고 도쿄 시내를 조망할 수 있고 앞으로는 해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휴식으로는 최고의 장소였지만 매일 전철을 몇 번 갈아타며 시내로 오가는 것은 상당히 불편했다. 초봄.. 2017. 3. 1.
도쿄에서 야스쿠니 신사와 국립박물관을 보다 '16 도쿄의 첫인상은 기대와 달랐다. 서울보다 크고 화려한 도시일 거라 생각했는데 수도보다는 지방 도시란 느낌이 들 정도로 차분하고 수수했다. 듣자하니 도쿄의 많은 빌딩들이 1980년대 거품경제 시기에 세워진 것이고 이후 신축된 것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 시기 긴자 거리의 술집들은 말 그대로 돈을 쓸어담았다고 한다. 지금의 긴자 거리는 거품경제 시절의 호황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세련되고 풍요롭고 볼거리가 많았다. 백화점의 은은한 간접조명이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나이든 사람들의 차림새 또한 단아하면서도 우아했다. 그밖의 거리 풍경은 한국과 유사했다. 녹색의 도로 안내 표지 등은 우리와 똑같았는데 우리가 일본을 본땄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일본다운 어떤 것을 보고 싶어 방문한 곳이 야스쿠니 신사와 도.. 2017.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