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70 결코 잊지 않겠다 이틀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도 주룩주룩 쏟아졌다. 그토록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언론, 현직에 계실 때 거의 죽여놓고선 시골 농부로 사시는 분을 15개월만에 끌어내 갖은 모욕 끝에 죽인 참 대단한 언론/검찰/쥐박. 이웃집 개가 죽었나. 일개 탤런트도 '타계, 별세'라 칭하는 마당에 토욜 10시 55분까지 '사망'이라고 보도하다가 갑자기 '서거'로 바꾸더니...어제와 오늘 방송 태도도 또 다르다. 민주당 의원들이 조문하는 모습을 보고 속이 뒤집혀서 '진작에 탄원서라도 제출할 것이지 이제 와서... ' 하니까 아빠가 하는 말. '가당치도 않은 기대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인간들한테 무슨....' 그 말씀이 맞았다. 얼마 전에 엄마가 '저러다가 노무현 죽을 것 같다'며 걱정하셨다. 그래도 내.. 2009. 5. 2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간은 죽어 나가고 쓰레기들은 잘도 사는 세상입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우리 역사가 바른 길을 찾아갈까요. 꿈이 있어서 봉하로 내려갔고 더 할 일, 이룰 일이 너무나 많은 분이셨는데.. 눈물을 그칠 수 없는 아침입니다. 2009. 5. 23. 고민하는 힘 - 강상중 제목에 낚여서 읽은 책인데, 기대했던 것보다 넘 가벼운 에세이다. 자아와 자기중심성의 문제에서 시작해서 노동과 사랑의 문제로 확장되는 것은 좋은데, 글쓴이의 새로운 시각이나 안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자유가 인간을 황폐하게 한다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뚜드리는 소린지. 이 책의 특징이 있다면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인데, 차라리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은 나쓰메 소세키의 을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것, 그리고 다음의 일화이다. 제목은 참 좋은데.... 내가 대학에 들어가 교양과목인 자연과학개론 첫 수업에 출석했을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출석을 부른 다음 교수는 "나는 지금 자네들의 출석을 불렀네. 이제 수업에.. 2009. 5. 20. 한국 교육병의 원인은 한국 교육 문제의 핵심은 주입식 vs 열린교육도 아니고, 공교육 vs 사교육도 아니고, 주류/inner circle에 편입될 수 있느냐/없느냐이다.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고는 편입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러기에 억지로 공부를 시켜야 하니까 주입식/사교육이 각광받는 것이고.. 그러나 누구도 이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스카이를 나오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그들만의 리그의 벽을 좀 덜 견고하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런 것들이 필요할 텐데, 특목고/자사고 열풍으로 그 벽은 더 단단해질 것 같고... 아니, 이제 스카이를 나와도 전문직이 되어도 옛날과 같은 특별한 이득이 없다. 그러면 이미 돈 있는 사람들이 다 먹는 게임이 되는 것이고, 그런데도 거기 들어가려고 목을 메는 것이고... 그들은 이.. 2009. 5. 18. 존모살을 마음에 남기고 - 제주올레 8코스 오후 1시 비행기여서 8코스 중반 무렵 올레길을 마무리해야 했다. 아침 나절, 중문 해수욕장 부근길을 빙빙 돌다가 마지막으로 만난 곳이 존모살이다. 주상절리 절벽, 하얀 백사장, 청정한 바다... 자연이 빚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 갑자기 나타난 낙원. 떠나기 전에 특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올레길은 존모살을 지나 절벽 아랫길, 바닷가 바로 옆을 따라 나 있다. 파도와 절벽 사이를 지나는 길. 그 야생적인 길을 걸으며 얼마나 행복한지, 그 길이 너무 짧게 끝나서 얼마나 아쉬운지... 존모살의 비경을 마음에 담고 올레길을 떠났다. * 걸은 날. 2009. 3. 22. # 여행 팁 : 존모살은 제주 하이야트 호텔 산책로 끝에 나옵니다. 하이야트 호텔 테이크아웃 커피가 3300원인데 맛이 .. 2009. 5. 16. 왜 쓰는가 - 폴 오스터 어느 블로거님의 추천을 보고 읽은 책인데,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가벼운 에세이다. 폴 오스터의 책은 뉴욕 3부작(그것도 1부만 봄)이 전부지만, 그의 천재성에 감탄했던 터라 색다른 내용을 기대했었나 보다. 손글씨 같은 활자로 찍혀 있어서 그런지 내겐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책이었다. 그러나 마음 깊이 여운을 남기는 두 편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하나는 자신이 작가가 된 어릴 적 계기를 말한 것이었다. 저자는 정말 좋아하는 야구 선수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갖고 있는 펜이 없어서 싸인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후로는 늘 연필을 갖고 다녔는데, 그러다보니 뭐라도 쓰게 되었다는 것. 또 하나는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핍박받는 작가들에 대한 그의 연대 정신이었다. 그는 이슬람권의 살해 협박으로.. 2009. 5. 15. 소통의 장벽 사람들-이 때의 사람들은 기혼자를 말함-하고 이야기할 때 도무지 소통이 안 되는 지점이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지점.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의 뇌가 '시간'을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그래서 시간을 공간적인 것으로 이미지화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정말이다. 생각해보니 많은 기혼자들이 본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암튼 짝짓기 시즌을 넘긴 솔로들의 삶을 자신들의 미혼 시절의 경험에 비추어 상상한다는 데에 문제의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나의 생활을 자신의 미혼 시절을 죽 연장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삼십대 중반인 현재 나의 삶과 생활은 그들의 이십대 시절과는 전혀 다르고 나 자신의 이십대 시절과도 완전히 다르다. 그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 2009. 5. 14.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 미즈타니 오사무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미즈타니 오사무 (에이지21, 2005년) 상세보기 "아이와 똑같은 눈높이로 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높은 이상을 품어도, 교육자로서 자격이 없다." (p188) 마음에 깊은 평안과 위로를 주는 책이다. 요즘 중등학교 현장의 화두는 성취도평가. 기초 학력 미달자를 없애라는 정부의 요구가 거세다. 기초 학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학습에 부진한 아이들도 이 세계의 다양성의 일부라고 여겨주는 시선이 너무 부족하다. 현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이 책은 13년간 일본의 밤거리에서 조직폭력배와 맞서가며 학생들을 구해온 한 고교 교사의 체험을 담았다.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고 내용도 그리 길지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저자의 삶의 내공과 교육철학을 느낄 수 있다. 그.. 2009. 5. 11. 세계와 나 - 제주올레 8코스 제주올레 8코스, 주상절리 직전의 빈 해변이 마음을 온통 사로잡다. 이 바닷가의 바위들은 나보다 훨씬 오랜 세월 동안 여기 있었으리라. 그 숱한 바람과 파도 끝에 이렇게 부드럽고 둥글어졌다. 속은 단단하면서도 겉은 둥글다. 세계와 나의 관계. 나 역시 이 바윗돌의 하나. 이들보다 더 짧은 생을 살아가는 모래알 하나이다. 이름없는 모래알...... 나는 내가 이 세계 속의 작은 모래알이라는 것에 만족한다. 모래알은 세계를 그 안에 품고 있고 바다의 향취와 느낌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걸은 날. 2009. 3. 21. 2009. 5. 10. 어둠, 침묵, 신비에 잠겨드는 길 - 제주올레 8코스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너무 애썼구나.” 7~8년만에 나를 본 수녀님의 첫마디였다. 그 때가 벌써 지금으로부터 사오년 전. 당시 삶에 지치고 방향감 상실로 괴로운 나날을 보낼 즈음, 학창 시절 멘토셨던 마리아 수녀님을 뵈었다. 그 분의 이 한 마디가 마음에 남았고 그 후로도 문득 생각나곤 했다. 그 즈음 나는 내가 잃은 것이 충만한 관계와 사랑과 젊은 감각과 목적 의식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잃었던 것은 그보다 더 큰 것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삶에서 어둠이 사라졌고 그와 함께 신비도 사라졌다. 내 영혼의 어둠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닐 것이므로 다만 어둠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둠이 사라지면서 수용하는 능력, 신비, 직관, 예술 이런 것들도 함께.. 2009. 5. 10.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 대니얼 길버트 오랜만에 아주 좋은 책을 읽었다. 학술적인 참신한 지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쉽게 쓰인 책. 이 책은 상식적인 심리학 차원에서 행복을 다루고 있지 않다.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굳어진 인간 행동 방식의 기제를 밝힘으로써 왜 우리의 행복이 늘 예측을 빗나가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1. 인간은 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일까? 동물에게는 시간 개념이 없으며 그들은 ‘영원한 현재’에 갇혀 있다.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때문에 불행해하는 일도 없다. 오직 인간만이 ‘다음’을 생각한다. 미래를 생각하는 인간의 능력은 뇌의 전두엽과 관련이 있는데 이 부분이 손상된 환자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불안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2009. 5. 5. 홀로 걷는 즐거움 - 제주올레 7코스 -> 외돌개 우리가 그 앞에 서면 마음이 온전히 열리고 우리 자신이 되는 그런 만남이 얼마나 있을까. 자기를 상실하지 않으면서 나 아닌 다른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관계. 자연 속을 걸을 때 나는 그런 관계에 가장 근접하게 되는 것 같다. 소로우는 하루 4시간 이상 걷지 않고는 삶을 삶답게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뭐 철학자도 아니고 평범한 직딩에 불과한지라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홀로 걷는 시간을 삶에서 빼놓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종일 걷고 싶다. 그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삶의 한 형태이고 사람과 늘상 부대끼는 일을 하는 사람에겐 더욱 필요한 것.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면이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우리.. 2009. 5. 2. 대구시향 제 355회 정기연주회 -> 데이비드 아스카니오 지난 2월과 3월보다 집중도가 훨씬 높은 연주였다. 초대권으로 온 사람이 많은 탓에 관객들이 처음엔 악장 사이에 박수도 좀 치고 그랬지만... 연주가 좋았기에 많은 이들이 몰입해 보았고 다 끝난 후에는 아주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계명아트센터가 전체 음향도 그렇고 그랜드피아노 소리도 그렇고 시민회관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협연자 가 아주 훌륭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것이 나이가 꽤 드신 분이었는데 (위 사진은 옛날 것인 듯) 연륜이 온통 묻어나는 연주였다. 지난 번 젊은 김원씨의 가벼운 연주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젊은 협연자들이 대체로 튀는 연주를 하며 오케스트라가 그 배경처럼 느껴진다면 이 분은 시종일관 오케스트라 및 지회자와 부드럽게 호흡을 맞추어가면.. 2009. 5. 2. 그대 마음 잿빛일 때는 - 제주올레 7코스 제주 올레 7코스는 외돌개의 청색 물빛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그 앞에서 마음이 꽃잎처럼 스르르 열리고 평온해지고 깊어지고 한결 부드러워지고 그러면서도 존재의 중심이 굳건해지는.. 그것이 자연이 지닌 힘 우리 영혼도 여기서는 푸름이 된다. 걸은 날. 2009. 3. 21. 2009. 4. 27. 다시 봄이 우리 곁에 - 금호강에서 12세기에 살았던 힐데가르트 폰 빙엔은 하느님을 ‘녹색의 영’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녀는 하느님의 푸르름에 매혹되었고 세상을 푸르게 하는 그 힘이야말로 모든 선의 모범이라고 여겼지요. 중세의 교조적인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혁명적인 영성입니다. 4월 첫째 주, 봄햇살, 봄기운으로 가득한 금호강변을 걸으며 푸르름을 깊이 사랑하고 푸르름이 곧 신이라고 말했던 힐데가르트를 떠올렸습니다. 울창한 여름도 좋지만 새봄에 막 피어난 꽃과 연둣빛 잎사귀들, 대지를 점령해가는 푸릇푸릇한 기운, 이들이 뿜어내는 생동감은 특별합니다. 천지만물에서 신이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Original blessing이지요. 내 가슴에서도, 그대 가슴에서도, 새로운 봄이 시작되기를. 2009. 4. 14. 이전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