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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550

필사 문장력 특강 | 김민영 외 — 다섯 줄 베껴쓰기 ## 필사는 한 책을 전부 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이 모두 좋은 문장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전체를 필사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중간에 포기하기도 쉽다. 명문장을 구사하는 작가의 작품 중 좋은 문장을 선별하여 다섯 줄 정도 베껴쓰면 좋다. 문장력 강화를 위한 필사는 일종의 훈련이다. 하루아침에 문장력이 향상되는 기적은 없다. 매일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연습해야 한다. 필사는 단지 모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문장으로 재창조될 때 응용력이 생긴다. 좋은 문장을 베껴쓴 후 분석하여 작문하는 작업은 모방을 넘어선 창조의 과정이다. pp35 2018. 11. 28.
이젠 함께 읽기다 | 신기수 외 — 창의적 논제를 통한 독서토론 ## 논제는 내용과 구성에 따라 다르게 구분된다. 내용에서는 사실논제, 가치논제, 정책논제로, 구성에서는 자유논제, 선택논제, 찬반논제로 이루어진다. 사실논제는 사실의 존재 유무를 다루는 것으로 법정토론의 심문 과정에서 많이 다루지만 독서토론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토론자에게 논제를 미리 나눠주고 준비해오게 한다면 가능하다. 토론자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사례 등을 조사하고 준비하는 과정이나,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면서 배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조기 영어교육은 모국어 습득에 방해가 된다" "체육수업의 감축은 학생들의 체력을 저하시킨다" 등이 사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초중학생들의 독서토론에서 책 속 저자의 주장이나 근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논제를 .. 2018. 11. 28.
아주 편안한 죽음 | 시몬느 드보부아르 ## 나에게도, 더구나 엄마에게도, 종교가 죽음 뒤에 오는 행복에 대한 희망일 수는 없었다. 영원불멸이라는 것이 천국에서 이루어지든 지상에서 이루어지든, 삶을 사랑하는 자에게 그 영원불멸이 죽음에 대한 위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pp190 ## 노인들의 슬픔, 노인들이 쫓겨 가는 모습을 생각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도 죽을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엄마에 대해 이런 상투적인 말들을 쓴 적이 있다. 사람들이 일흔이 넘은 자기 부모나 조부모가 숨을 거두었을 때 눈물을 흘리며 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쉰 살이나 된 여자가 자기 어머니가 죽었다고 괴로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나는 그 여자가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햇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할 운.. 2018. 11. 28.
서평 글쓰기 특강 | 김민영 외 ㅡ 자기 관점을 정리하기 위해 서평을 쓴다 ## 서평을 쓰다 보면 책 읽은 경로가 뚜렷해집니다. "재미있었다" "감동적이다" "지루하다"라는 감상 한마디가 A4용지 한두 장 분량으로 확장되려면 감정의 정체를 추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점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서술해야 하니까요. pp17 ## "세상에는 무리해서 끝까지 책을 읽고도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출력을 전제로 입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이라면 아무리 입력해도 좀처럼 몸에 익지 않을 것이다. 출력을 하려면 입력과 동시에 가공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것을 제삼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듣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키워드와 핵심에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입력할 때 어떻게 출력할지도 의식해야 한다는 사실.. 2018. 11. 27.
생각 정리 공부법 | 김민영 외 ㅡ 발췌하기와 논제 만들기 ## *발췌의 종류 -- 주관적 발췌: 감동적인 부분, 재미있는 부분, 유익한 부분, 의문점이 드는 부분 -- 객관적 발췌: (문학)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인물/장면/대사 묘사,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말, 작품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부분 *주관적 발췌와 객관적 발췌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함 *주관적 발췌는 떠드는 마당, 객관적 발췌는 협력 활동 pp31 ## 1. 주제 키워드 선별: 발췌 부분에서 키워드 뽑기(주인공의 말과 행동 및 작가의 주장) 2. 브레인 스토밍: 질문 만들기, 답변 예상하기 3. 논제문 작성 및 퇴고하기: 잘못된 문장 고치기, 논리 및 객관성 따지기 1. 주제 키워드 선별-- 문학 장르는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에서, 비문학 장르는 저자의 주장 등에서 주제 키워드를 발췌-- .. 2018. 11. 27.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 호시노 미치오 ## 이 여행은 나에게 한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이 세상의 끝인 줄 알았던 곳에도 사람들의 생활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인간의 삶, 살아가는 모습의 다양성에 매혹되었다. 어떤 민족이든 얼마나 다른 환경에서 살든 인간은 한 가지 점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다. 그것은 누구나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을 산다는 것이다. 세계는 그런 무수한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쉬스마레프 마을에서 보낸 석 달은 그 후 세월이 흐를수록 나에게 그런 생각을 심어주었다. 열아홉살(정확하게는 스무 살) 시절의 여름이었다. pp13 ## 카리부의 주요 식량인 지의류는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로 간주될 만큼 대기오염에 약하다. 그 생장 속도는 매우 느려서 한 번 파괴되면 부로가 몇 센티미터로 자라는 데만 50년에서 1백.. 2018. 11. 26.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 안재성 ㅡ 실화를 재구성한, 분단이 가져온 고통의 기록 공선옥의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를 읽으며 '무당의 공수' 같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 세대 여성들의 구비구비 굴곡진 처절한 삶을 무당의 공수처럼 토해낸 소설. 읽는 과정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 여인들의 상처와 슬픔을 듣는 그 시간이 '치유'의 시작임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이미 모든 사건은 벌어졌고, 또 지나갔지만, '이야기'를 통해 그 사건이 다시 우리 앞에 놓일 때, 우리 혼의 일부가 치유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이야기가 우리 내면의 메마르고 딱딱한 껍질을 부수어주기 때문일까, 아니면 넓은 맥락에서 그들과 우리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까. 안재성 작가가 신작 소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후기에서 작가가 자신을 '글 무당'이라 소개해서 반가웠다. .. 2018. 11. 25.
격차고정 / 미우라 아츠시 '하류사회' 출판 후 10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 일본 사회의 계층 문제에 대한 보고서. 처음부터 끝까지 객관적인 통계 자료와 설문을 바탕으로 현상을 분석한다. 결론은 '격차고정'의 사회이다. ## 남녀 모두 대학원을 졸업해야 비로소 계층이 높아진다. 돈이 무척 많이 드는 사회가 된 것이다. 50년 전에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계층 상승이 가능했다. 즉 계층 이동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았다. 당시의 성인 대다수가 중학교, 초등학교만 졸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계층 상승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한 시대다. 바꿔 말하면, 대학을 졸업해도 계층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학에 가지 않고 돈을 벌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pp39 ##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공무원이 되는 것.. 2018. 11. 25.
하류사회 / 미우라 아츠시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문화의 '하류화'를 실감하게 된다. 몇 명의 패널이 나와 사적인 이야기, 친구들과 까페에서나 할 잡담을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공적인 시각, 지식이나 교양은 찾아보기 어렵다. 명백히 중류가 아니라 '하류'를 지향한다. 물론 그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고소득층으로 편입되겠지만 말이다. 중고등학생들을 봐도(대학생은 내가 접하지 않으니 잘 모른다), 하류화가 보편적인 듯하다. 예전에는 학생들끼리 싸울 때나 욕설하는 모습을 봤는데, 지금은 모든 종류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욕설은 '일상 언어'가 되었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과 선망도 훨씬 많아졌고, 텍스트보다는 유투브 영상을 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지식이나 기술을 꾸준히 습득해서 전문성을 갖추기보다는, 유투버로 떠서 쉽게 돈을 벌기를 바.. 2018. 11. 25.
어둠 속의 희망/ 리베카 솔닛 리베카 솔닛의 문장은 좋다. 그러나 이 책 내용 대부분이 미국의 정치적이고 시사적인 이슈를 배경에 깔고 그 사회를 성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는 내겐 일정 부분 '추상적으로' 다가오고 글의 정확한 메시지가 읽히지 않는다. 그러면서 든 생각. 솔닛의 책은 번역되고 있는데,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중대한 과도기에 있고, 얼마나 복잡다단한 이슈가 많은데, 이를 제대로 성찰하는 글은 보기 어려운 것일까. 소설가들의 소설 외 글쓰기의 경우에도 신변잡기적인 에세이나 여행기는 보았지만 사회를 깊이 성찰하는 글은 잘 못 본 듯하다. 다시 말해 저널리즘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그런 글을 만나기가 어렵다. 한국 지식인들이 글을 쓰지 않는 것인가? 출판이 되지 않는 것인가? ## 좌파의 절망은 많은.. 2018. 11. 21.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 현대의 희망, 현대의 윤리적 감수성에 중심이 되는 것은 비록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은 탈선이며, 비록 얻기 어렵긴 하지만 평화는 규범이라는 확신이다. 물론, 전 역사를 통해서 전쟁이 늘 이런 식으로만 여겨진 것은 아니다. 한동안은 전쟁이 표준적인 상황이었으며 평화가 예외적인 것이었다. pp114 ## 어떤 곳을 지옥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그 지옥에서 어떻게 빼내올 수 있는지, 그 지옥의 불길을 어떻게 사그러지게 만들 수 있는지까지 대답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이 세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낸 고통이 얼마나 많은지를 인정하고, 그런 자각을 넓혀나가는 것도 아직까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일인 듯하다. 이 세상에 온갖 악행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 매번 놀라.. 2018. 11. 20.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 동성결혼을 많이 주재한 한 장로교 목사는 내게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뒤, 결혼식을 진행하기에 앞서 동성 커플들을 만나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지요. 그들의 관계에는 오래된 가부장적 기본 설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그건 보는 사람에게도 아름다운 일이었습니다." (...) 보수주의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전통적 결혼을 보존하는 것, 실은 그보다도, 전통적 성 역할을 보존하는 것이다. pp95-97 ## "미래는 어둡고, 나는 그것이 미래로서는 최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1915년 1월 18일 일기에 이렇게 썼다. 당시는 그녀가 서른세살이 거의 다 된 시점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유례없는 규모의 파국적 살육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몇 년 동안.. 2018. 11. 20.
듀이와 인문학교육 | 폴 페어필드 ㅡ 교육은 세계에 대한 경험의 이행 책의 거의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그으며 읽은 책. 교육철학 관련 책 중에서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활동 그 자체에 대한 풍부한 설명이 단비처럼 반가웠다. 번역은 어색하지만 그럭저럭 봐줄 만은 하다. ## 우리가 가장 근본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교육이 무엇이든 간에, 교육은 단순히 하나의 목표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항상 일반적으로 교육은 학생들에게 직업 및 졸업 이후의 삶에 준비시켜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교육의 의미는 이것에 제한되지 않는다. 교육의 의미는 특히 경제적 효용에 제한되지 않는다. (...) 우리가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인간의 경험이라는 더 넓은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철학적으로 정의된 경험 개념은 우리의 주제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관점.. 2018. 11. 19.
둥글이의 유랑투쟁기/ 박성수 아무리 유명 작가라 해도(김영하, 김연수, 성석제 등) 타인의 여행기를 꼼꼼이 읽지 못하는 편이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만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잘 쓴 글이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부분도 더러 있지만, 여행기를 관통하는 철학이랄까 관점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개중에 그래도 괜찮았던 건 정여울의 에세이. 장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어린 시선 때문이었다). 이 책은 예외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저자는 이 시대의 수도승, 순례자라 불러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약 9년을 전국 방방곡곡을 두 발로 걸어다녔다. 게다가 매일 도심이나 마을에서 텐트를 치면서. 환경운동가의 입장에서 우리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그러나 거리를 갖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수행의 삶을 산.. 2018. 11. 19.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다치바나 다카시 —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의식하라 ## 강의 제목에 '현대사 속에'라는 단서 조건이 왜 붙게 되었는지 잠시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단서를 붙인 이유는 이제부터 써내려갈 자기 역사에서 단순히 '성공 과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대가 어떠한 시대였는지를 의식하면서 자기 역사를 써보도록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인간'과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라는 두 가지 요소가 완전히 밀착된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로 동떨어진 관계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식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시대 의식을 가지고'라는, 이른바 시대론적인 요소를 자기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넣도록 지도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기 역사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것과 다르지 않지만,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 2018.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