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550 바이오필리아 / 에드워드 윌슨 ## 편견을 버리자, 일상적으로 보고 만지던 주변의 자연 세계가 힘들게 일하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자연 세계에서는 우리의 열정이 무의미해진다. 자연 세계의 역사에는 인간이 포함되지 않으며, 큰 사건도 기록되거나 평가되지 않는다. 자연은 친숙하지만 깊이 보면 이질적인 세계이다. 내가 사랑하게 된 이 세계에서 나는 한갓 나그네일 뿐이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유로 진화의 수많은 결과물이 자연 세계에 모였다. 기나긴 신생대 역사의 유전 암호를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라앉았다. 호흡과 심장 박동은 줄어들고 집중력이 강해졌다. 내가 서 있는 곳 아주 가까운 숲속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살고 있고 이제 곧 내가 그것을 발견하게 될 듯했다. p.. 2019. 3. 3. 인간 존재의 의미 / 에드워드 윌슨 ## 이 책에서 나는 우리 종의 두 번째 의미, 즉 더 폭넓은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나는 인류가 오로지 진화하는 동안 일련의 사건이 누적됨으로써 생겨났다고 주장하려고 한다. 우리는 그 어떤 목표에 도달하도록 예정된 것도,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힘에 부등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신앙심이 아니라 자기 이해에 토대를 둔 지혜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저 위쪽 어딘가에서 속죄를 받거나 두 번째 기회를 얻는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오직 이 행성에만 거주하며 이 한 가지 의미만을 지닌다. 우리 여행이 이 단계에 들어서려면, 즉 인간 조건을 이해하려면 관습적으로 쓰는 역사의 정의보다 훨씬 더 폭넓은 정의가 필요하다. pp18 ## 이 기나긴 창조 이야기에서 결정적인 대목은 200만 년 전 원시적인 호.. 2019. 3. 1. 지구의 절반/ 에드워드 윌슨 ##에서 나는 지표면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함으로써만 자연을 이루는 숱한 생명체들을 구하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주장하려 한다. 나는 우리 종과 나머지 생명을 파멸로 내몰 수도 있는 궤도에 올라타게 한 것이 우리의 동물적 본능과 사회적, 문화적 재능의 독특한 조합임을 설명할 것이다. 우리는 인문학과 과학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준 것보다, 우리 자신과 나머지 생명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여전히 그 사이에서 헤매고 다니는, 교조적인 종교 신앙과 무능한 철학적 사고라는 썩어가는 늪에서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올 길을 찾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인류가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보호할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지 않는다면, 곧 지구의 생명을 이루는 종들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 2019. 3. 1.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 에드워드 윌슨 ## 암살, 사소한 시비, 치열한 전투 등이 일상사인 개미들에 비하면 인간은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운 존재다. 개미들 간의 전쟁은 봄과 여름에 미국 동부 지역 도시와 마을 대부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길가나 들판에서 서로 물고 뒹구는 짙은 갈색을 띤 개미 무리들을 찾아보라. 그 전투원들은 주름개미들로서 일반 도로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라이벌 집단 구성원이다. 수천 마리의 개체들이 싸움을 벌이기라도 하면 몇 제곱미터 넓이의 풀숲이 전쟁터로 변한다. 이러저러한 형태의 공격 행동이 거의 모든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타고난 충동을 배출하는 수단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확실한 것은 그러한 충동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증거로 동물들의 공격 행동을 사용할 수는 없.. 2019. 3. 1.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 | 이사벨라 버드 비숍 ㅡ 영국 지리학자의 구한말 조선에 대한 종합적 보고서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닙니다. 저자가 밝힌 대로 조선에 대한 한 지리학자의 '연구서'예요. 영국 태생의 지리학자이자 여행가인 그녀는 1894년 조선에 첫발을 내딛은 이래 4년간 조선을 네 차례 방문하고 조선 각지의 문물, 역사, 풍습, 정치, 지리에 대한 기록을 남깁니다. 책장을 넘기며 곳곳에서 감탄했어요. 저자의 놀라운 관찰력과 묘사의 치밀함 때문이었죠. 한 사회를 겉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회를 작동하고 있는 정치, 사회적 구조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저자의 여행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구한말 조선의 풍경 속에 풍덩 빠져들게 됩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한 묘사를 보노라면 당시 조선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이었나 절감하게 되고, 국권을 잃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길이었는가를 또렷이 .. 2019. 1. 8.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가토 다이조 이 책에서 '착하다'는 의미는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자신이 발견하지 않고 스스로 느끼기도 전에 미리 주어진 가치와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하고 타인이 중요하다고 미리 정해놓은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지나친 규범의식은 존재감의 결여에서 나오는 보상심리라고 이야기한다. 삶을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탐색하고 스스로 느끼는 것, 건강한 자신감의 원천이다. ## 삶을 힘들게 만드는 지나친 규범의식은 존재감의 결여에서 오는 보상작용이다. 지나친 규범의식으로 삶이 힘겹게 느껴지는 사람은 어쩌면 자신의 존재가 유아적 의존욕구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 모두 그 욕구에 점령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므로 삶이 너무나 괴롭게 느.. 2019. 1. 4. 착한 아이로 키우지 마라 / 가토 다이조 '착한 아이'의 가장 큰 문제는 삶에서 용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내면으로부터 솟아나는 깊은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목표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기대 등 바람직한 자신을 위해서 진정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온 '착한 아이'는 곤란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낼 힘이 부족하고 어느 순간 인생에서 좌절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착한 아이를 한해살이풀이라 말한다. 십 년 뒤 타인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나무가 아니라. 훌륭하지 않아도 살 가치가 있다. 성장은 인생의 목표가 자기 자신의 것일 때만 이루어진다. ## '착한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착한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불안해서 노력하고 불안해서 인내하는 것 뿐.. 2018. 12. 30. 왜 나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낼까/ 가토 다이조 뉴스의 사건 사고를 봐도 그렇고, 요즘 학교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 작은 일에 욱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학교에서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크게 화를 내고 가방을 집어던지고 욕을 퍼붓는 아이들을 보며 대체 이게 어디서 비롯된 현상인지 난감할 때가 많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은 모르겠으나 결론은 분명했다. 날마다 아이들의 '화'를 목격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 사람들이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깊이. ## 유아가 양육자에게 보이는 애정 욕구의 가장 큰 특징은 배타적이라는 점이다. 즉 '나만 사랑해달라'는 뜻이다. 그리고 배타적인 관계가 가능하려면 양육자와 아이 사이에 두 사람만의 비밀 세계가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신경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세계가 없다. .. 2018. 12. 30. 아프리카를 말한다 | 류광철 _ 아프리카 가기 전에 읽은 책 ## 사람들은 흔히 아프리카를 문명다운 문명이 없었던 미개한 곳으로 생각하지만 아프리카는 결코 미개한 지역이 아니다. 이집트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이며 현재까지도 불가사의하게 생각되는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문명을 창설했다. 나일 델타 지역에 자리잡은 이집트는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남쪽으로부터 금, 상아, 목재, 가죽, 노예 등과 같은 물자의 공급을 필요로 했다. 특히 이집트는 나일 강 상류에 거주하는 누비아족과 활발히 교역했다. 그러나 이집트 문명이 사하라 이남으로 전파되지는 않았다. 이집트 문명은 이집트에서 시작해서 이집트에서 끝났을 뿐이다. 만일 이집트 문명이 사하라 이남으로 확장되었더라면 아프리카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문명이 전파되지 않은 데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기후와 지리.. 2018. 12. 26.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 제임스 게일 ㅡ 조선의 보통사람, '상놈'에 대한 애정어린 기록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책을 읽는다. 내 경우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추적하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자료 조사를 위해서 읽을 때도 많다. 그런데 내게 있어 가장 큰 독서의 즐거움은, 단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그 시대의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들 때다. 그 풍경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뜨거운 감성으로 느끼고 소화한 '내면의 풍경'이다. 작가의 내면의 풍경 속으로 초대되는 순간이면 나는 언제나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과 감동을 느낀다. 이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 책 은 그런 드문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고 그래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가슴이 울렸다.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을 쓴 이사벨라 비숍 여사는 자신의 책에서 조선에 관해서라면 제임스 게일만큼 .. 2018. 12. 23. 광주백서 | 소준섭 _ 기억이 힘이다 본문 뒤에 실린, 박학모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기억의 형법'"에서 ## 앤서니 캠프는 과거를 짐으로 바라보는 문화는 역사를 단절과 망각과 경멸로 대하기 때문에 반역사적이며, 결국 역사의 비인간화와 기억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반면 역사를 사회적 기억으로 유지하는 문화에서 역사는 사회적 기억의 논리적 귀결을 따르게 하는 기능을 한다. 제노사이드 연구자 허버트 허시에 따르면, 역사와 시간을 대하는 단절적 패러다임만이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은 무엇보다 정치권력에 기여하도록 조작되며,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권력의 수단이 된다. pp158 ## 독일에서는 최근 홀로코스트 부인 금지의 정당화 근거는 기존의 형법적 법익론의 카테고리 너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들이 유력하게.. 2018. 12. 21. 불평할 의무 | 닐 포스트먼 ㅡ 미련함을 줄이는 방법 ## 바로 이것이 제가 교육전문가들에게 제시하는 전략입니다. 아이들을 지성적으로 만들겠다는, 모호하고 오만해 보이고 결과적으로는 헛된 노력을 포기하고 우리의 노력을 아이들이 미련해지지 않도록 돕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의미론의 속임수를 쓰면서 말장난을 한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말이 '단지' 의미론적 속임수인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역할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필수적인 제한과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게 됩니다. pp118 ## 두 번째 결론은 미련함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교육 전문가들은 귀중한 시간을 지성이 고정적인가 아닌가, 지성이 유전적인가 환경적인가, 혹은 인종별로 다른가와 같은 의미 없는.. 2018. 12. 3.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최진석 대선 끝나고 내게 개새끼가 된 학자. 지우려다 내 독서 기록이라 놔둔다. 철학자는 혁명가고 문명의 깃발이라면서 본인은 어디 가 계심? ## 치욕을 당하고도 복수를 생각하지 않거나 시도하지 않는 개인이나 민족이 있다면 아마도 온전한 정신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 복수의 결기도 없이 무조건적인 화해나 평화를 들먹인다면, 이는 나약함의 표시일 뿐입니다. 복수는 극복이고 자기 회복의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복수의 결기가 없는 민족은 피해를 가한 상대를 저주하거나 증오하는 것으로만 세월을 보냅니다. 이러다 보면, 가해자의 장점을 배워서 일단 자신의 힘을 기르려는 노력이나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시작되지 못합니다. 반면에 살아있는 민족은 저주나 원망에만 머무르지 않고 패배의 근원을 탐색.. 2018. 12. 3. 경계에 흐르다 | 최진석 ㅡ 고전은 자기 자신으로 산 사람들이 남긴 결과물 대선 끝나고 내게 개새끼가 된 학자. 지우려다 내 독서 기록이라 놔둔다. ##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어 있다면 이미 무늬도 아니다. 예술가의 고뇌는 여기서 시작된다. 즉 '이 무늬'에서 '저 무늬'로 이동하는 인간(문명)을 포착하다가 '이곳'에 있는 자신이 '저곳'을 봐 버린 것이다. 이곳과 저곳 사이에 걸쳐져 있는 자신은 분열을 겪는다. 저곳으로 건너가기 위해 이곳에 저항하는 모습이다. 익숙한 '이곳'에 대한 배반이며 변신이다. 혁명가와 예술가가 중첩되는 지점이다. (...) 예술가여! 예술의 정신은 '먼저 보는 일'에 있음을 기억하자. 먼저 보는 일은 익숙한 자신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한다. 저항의 힘을 잃고, 저항했던 기억의 지배를 받는다면 당신은 이제 예.. 2018. 12. 2.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ㅡ 인문학은 지식이 아니라 활동이다 대선 끝나고 내게 개새끼가 된 학자. 지우려다 내 독서 기록이라 놔둔다. ## 한편, '문文'이라는 글자를 봅시다. '문'은 원래 무늬라는 뜻입니다. 우리 옷에 무늬가 그려져 있지요. 그것을 '문', 즉 문양이라고 합니다. 무늬는 누가 그립니까? 인간이 그려요. 그럼 '인문人文'은 뭐냐?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말입니다. 인간은 그냥 들쑥날쑥 사는 게 아니에요. 하나의 큰 무늬, 커다란 결 위에서 사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전부 다르고 개성이 있지만 이 다른 개성 모두 다 한 결, 한 무늬 속에서 움직이는 다름일 뿐이에요. pp58 ## 데카르트 이전 사람들에게 인간이 존재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었어요? 신에게 있었지요. 인간이 왜 존재하는가? 신에 의해 존재했던 거예요. 하지만 데카르트의 생각은 달랐죠.. 2018. 12. 1.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7 다음